<심장이뛴다> 아버지를 구하지 않은 불효한 소방관

시청률 벽에 부딪친 우리 시대 진정한 영웅들의 이야기

▲이미지출처= SBS <심장이 뛴다>화면 캡쳐
▲이미지출처= SBS <심장이 뛴다>화면 캡쳐
얼마전 다음 포털 아고라에 올라온 한 소방관의 절규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였고, 또한 분노케 했다. 그나마 대한민국 안전의 최전선에서 희생해온 소방관들에게 세월호 참사의 애먼 불똥이 튄 것에 대한 불만이 반영된 현상이었다. 그리고 그조차 화제성에 잊혀질 무렵 SBS 예능 <심장이 뛴다>가 전한 한 소방관의 이야기는 감동적이면서도 슬픈 내용을 담고 있어 잘못 흘러가는 소방현실에 대해 더욱 씁쓸한 감상에 젖게 했다.

사연인즉, 최근 사망자 21명을 낸 한 요양병원 화제. 어떤 희생자라고 안타까운 사연이 없을 수는 없다. 그렇지만 유독 눈길을 사례가 있었다. 요양병원 한 희생자의 영안실. 그곳에서 문상객을 맞는 사람의 직업 때문이다. 홍왕석 소방관이 그 주인공이며 화제로 아버지를 잃고 말았다. 하필이면 홍왕석 소방관은 화재 당시 현장에 출동을 했었다. 아버지를 잊은 것도 아니고, 버린 것도 아니지만 그는 아버지를 구하러 달려가지 않았다. 이 불효막심한 아들에게는 이유가 있었다.

▲이미지출처= SBS <심장이 뛴다>화면 캡쳐
▲이미지출처= SBS <심장이 뛴다>화면 캡쳐
소방관 홍왕석은 화재 당시 고인의 아들이기 전에 화재현장에 출동한 소방관이었다. 그러기에 아버지를 구하는 것이 우선일 수 없었고, 모두를 구하기 위한 임무를 수행해야 했었다. 그가 구한 사람들 중에 아버지가 반드시 있기만을 바라며 묵묵히 현장활동에 임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상황이 종료된 후 그는 영웅적인 소방관이었지만 아버지를 구하지 못한 불효자가 되고 말았다. 그것이 소방관의 임무였기 때문이다.

그 아픈 소식을 전한 <심장이 뛴다> 역시 폐지 소식이 전해졌다. 자신을 희생해서 남의 생명을 구하는 진정한 영웅들의 이야기가 시청률이라는 장애물을 넘지 못하고 폐지되는 것이다. 어쩐지 소방청이 처한 현실과 맞아떨어지는 상황이 씁쓸하기만 하다. 자신을 목숨을 희생하는 것도 모자라 아버지의 안위마저 외면한 채 불길로 뛰어드는 소방관들이 영웅대접은 고사하고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현실이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를 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마도 그동안 <심장이 뛴다>를 재미로 시청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예능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무거운 내용들을 전할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예능의 본능인 웃음을 만들기가 대부분 어색한 상황들이었다. 그런 속에서 묵묵히 남의 안전을 위해 자신의 안전을 뒤로 하는 소방관들의 일상을 전했고, 특히나 소방차나 구급차 출동을 방해하는 도로의 심각한 문제점을 사회 이슈화시키는 공로를 세우기도 했다.

▲이미지출처= SBS <심장이 뛴다>화면 캡쳐
▲이미지출처= SBS <심장이 뛴다>화면 캡쳐
이른바 ‘모세의 기적’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 아직 그 효과는 미미하다고 할 수 있다. 아직 더 긴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물론 <심장이 뛴다>가 폐지된다고 하더라도 누군가는 그 캠페인을 계속하겠지만 그렇게 해서는 문제 해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우리사회에는 언제나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발생한다. 거기서 누군가의 안전과 관계된 일이라면 그것을 담당할 사람은 소방관뿐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재미와 시청률보다 더 큰 의미라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심장이 뛴다>가 전한 홍왕석 소방관의 이야기는 소방재청 해체와 <심장이 뛴다> 폐지에 대한 무언의 항의이자 더 큰 위험에 대한 경고일지 모른다. 이 경고마저 외면한다면 우리에게 세월호 참사는 결코 끝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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