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김 과장에 형량 낮은 형법 적용.. ‘반쪽 수사’ 논란
국가정보원이 간첩 조작 사건 증거에 조직적으로 개입해 한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검찰은 국정원 협력자 김 모 씨와 비밀요원을 기소했다. 하지만 국정원 윗선이 어디까지 개입했는지를 밝혀내진 못한 채 이번 주 중으로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검찰은 현재까지 증거로 제출된 중국 공문서 3건 중 화룡시 공안국 명의의 ‘출·입경기록 발급확인서’와 삼합변방검사참 ‘정황설명에 대한 답변서’ 2건이 위조된 사실을 확인했다.
다만 증거조작 논란의 발단이 된 출·입경기록 자체에 대해서는 ‘비정상적 문건’이라는 정도로만 파악된 상태다.
출·입경기록을 입수한 것으로 알려진 국정원 협조자 A씨의 행방이 묘연한 데다 이에 개입한 대공수사팀 권 모 과장이 지난 22일 자살 기도를 하면서 추가 수사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에 요청한 사법공조도 수사 결과 발표 이전 회신이 불투명하다.
특히 국정원의 ‘윗선’을 겨냥한 검찰의 수사는 권 과장의 자살 기도 이후 기세가 많이 꺾인 모양새다. 그 동안 검찰에 소환된 국정원 직원 10여명은 모두 “위조 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대신 검찰은 국정원 압수수색 등을 통해 확보한 내부 보고서와 외교 전문(全文)에서 유우성씨의 출·입경기록 관련 공문서 입수를 위해 수차례 기획회의가 열렸던 사실을 확인했다. 이를 구속된 김 모 과장과 전임자인 권 과장이 주도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문서 위조에 일정 역할을 한 나머지 국정원 직원들도 일괄 기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주선양 총영사관 이인철 영사를 비롯해 이 모 대공수사처장(3급)이 유력한 기소 대상자로 꼽힌다. 이 영사는 출·입경기록 발급확인서가 중국이 아닌 국정원 본부에서 발송돼 선양영사관을 경유하는 과정에 개입하고, 협조자 김 모 씨가 위조한 삼합변방검사참 공문에 대해 ‘진본’이라는 가짜 영사확인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처장은 이들의 직속상관으로서 허위 공문서 입수 과정을 총괄한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 처장의 윗선인 김 모 수사단장(2급)과 이 모 대공수사국장(1급), 서천호 2차장 등은 형사 처벌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국정원의 조직적 증거 조작은 밝혀졌지만 윗선까지 개입했다는 진술이나 물증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검찰은 수사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현재까지 이들에 대한 소환조사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 역시 “윗선이 존재한다는 것을 전제로 수사하는 것은 아니다”며 “어느 선까지 개입했는지는 드러난 증거를 가지고 판단할 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정원 직원들이 문서 위조를 주도하며 외부협력자가 위조문서를 구해올 수밖에 없다고 보고했는데도 금품까지 제공하며 이를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에 따르면 국정원 김 과장은 지난해 12월 7~9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등지에서 김 씨를 만나 유 씨 변호인 측이 6일 재판부에 제출한 중국 삼합변방검사참 명의의 유 씨 출입경기록 오류 정황설명서를 반박하는 내용의 문서를 구해 오라고 지시했다.
김 씨가 “가짜를 만들어 올 수밖에 없다”고 했지만, 김 과장은 “중국에서 문제될 리가 없으니 걱정 말라”며 확인서에 들어갈 내용까지 일러주며 위조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김 씨는 중국으로 건너가 컴퓨터로 직접 확인서 내용을 작성한 후 검사참 관인을 제작해 줄 위조업자를 접촉했다. 김 씨가 김 과장에게 “가짜 관인 제작에 4만 위안(740만원)이 필요한데 지급이 가능하냐”고 문의했고, 김 과장은 “그대로 진행하라”고 승낙했다.
또한 김 과장은 지난 2월 중국 정부가 항소심 재판부의 사실조회 요청을 받고 “검찰 측 증거 3건이 모두 위조됐다”고 회신한 내용이 공개되기 전날까지 김 씨를 통해 유 씨의 출입경기록과 공증서를 위조한 사실이 이번 수사 결과 새롭게 드러났다.
하지만 검찰은 김 과장에 대해 형량이 무거운 국가보안법상 날조 혐의 대신 형법상 모해증거위조 혐의를 적용해 논란이 예상된다. 국정원 ‘윗선’에 대한 수사 없이 ‘꼬리 자르기’로 수사가 마무리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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