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만났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무라야마 전 총리는 11일 데루야 간토쿠 사회민주당 중의원과 딸인 나카하라 유리씨 등과 함께 국회 의원회관에서 정의당 김제남 의원 주최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작품 전시회’를 찾아 위안부 피해자 강일출, 이옥선, 박옥선 할머니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무라야마 전 총리는 할머니들에게 “젊어보이신다. 언제까지나 건강하시라”라고 말했다. 한 할머니가 “일본은 사죄하고 우리한테 배상해야 한다. 우리를 끌고 남의 나라까지 갔다”고 말했다. 하지만 통역을 통해 할머니의 말을 전해들은 무라야마 전 총리는 대답하지는 않았다.

할머니들은 면담 후 지난 2004년 별세한 위안부 피해자 故 김순덕 할머니가 그린 ‘못다핀 꽃’이라는 그림을 무라야마 전 총리에게 선물하며 “위안부 피해자들을 꽃에 비유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무라야마 총리는 전시 작품을 둘러보던 중 “말이 안 나온다”며 한숨을 쉬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 ⓒ 정의당 박원석 의원 트위터

이후 이어진 정의당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무라야마 전 총리는 “한국과 일본이 왜 지금같은 상황이 됐을까 생각해 봤다”며 “양국은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서로 신뢰할 수 있도록 진심어린 대화를 나눴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에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최근 아베 내각과 일본 우익 정치인들이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을 부인하려는 듯 한 움직임을 보여 우려가 크다”며 “이번 방문이 ‘무라야마 담화’의 역사인식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답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가 재임 시절인 1995년 8월15일 발표했던 ‘무라야마 담화’는 일본의 침략전쟁과 식민지 정책으로 아시아 국가에 큰 피해와 고통을 준 것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12일 국회에서 ‘올바른 역사인식을 위한 한일관계 정립’이라는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며 방한 마지막 날인 13일에는 정홍원 국무총리를 면담한다. 또한 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도 예방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무라야마 전 총리를 초청한 정의당 정진후 원내수석부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 무라야마 전 총리의 면담을 추진했으나, 청와대가 대통령의 일정상 면담이 어렵다고 밝혀 불발됐다.

한편 무라야마 전 일본 총리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면담한 사실이 전해지자 네티즌들은 “최근 일본의 행태로 보아 놀라운 일이지만 조금 늦은감이 없지 않아 있다. 다만 현직 총리가 아니란 게 많이 아쉽다”(@jjy****), “우리나라대통령도 위안부할머니들 안 찾아뵙는데”(@211****), “김순덕 할머니와 무라야마의 만남.. 기억에 남을 순간임이 틀림없다. 부디 뒤틀린 역사를 바로잡는 초석이 되길!(”‏@fae****)이라며 환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