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행정부 의회 상대 집중 설파 ‘로비전’
미국 의회에서 ‘위안부 결의안’ 준수를 촉구하는 정식 법안이 통과된 것과 관련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일본 정부가 주미 일본대사관 홈페이지를 통해서는 “위안부 사과와 보상을 할 만큼 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주미 일본 대사관은 자체 영문 홈페이지에서 배너광고 형태로 게시한 ‘과거사 이슈’에서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과의 과거사 문제들을 도표와 그래픽 형태로 정리한 뒤 자신들의 대응논리를 구체적으로 밝혔다.
특히 일본 대사관은 이곳에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1993년 고노 요헤이(河野 洋平) 관방장관이 2년간의 위안부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발표한 ‘고노담화’를 인용하며 “일본 정부가 진지한 사과(sincere apologies)와 함께 후회(remorse)를 표시했다”고 밝혔다.
또 아베 신조 총리가 지난해 5월 15일 참의원 예산회의에서 “위안부 관련자들이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고통스러운 일을 당한데 대해 매우 가슴이 아프다. 전임자들과 같은 인식을 갖고 있다”(I am deeply pained to think of the comfort women who experienced immeasurable pain and suffering, a feeling I share equally with my predecessors)고 말하고, 같은 날 스가 요시히데(管義偉) 관방장관이 “고노담화의 개정을 검토한다고 말한 적이 없다”고 답변한 내용을 공식 사과의 사례로 거론했다.
보상문제에 대해서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한국과의 보상문제는 모두 법률적으로 해결됐다”며 “그러나 위안부 문제는 많은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심대한 모욕이었다는 점을 인식하면서 일본 정부가 국민과 함께 진지한 사과와 후회를 표시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고 그 결과 1995년 아시아 여성기금을 설립했다”고 주장했다.
일본 대사관은 이어 “일본 정부는 기금활동 지원을 위해 약 48억엔을 제공했다”며 “필리핀과 한국, 대만에 있는 위안부 출신 285명에게 개인적으로 200만엔을 보상금(atonement money)로 지급했고 의료와 복지지원을 합칠 경우 500만엔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2002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보상을 받은 분들에게 서명이 담긴 서한을 보냈다”며 해당 편지 사진도 첨부했다.
주미 일본 대사관은 대미 관계의 첨병역할을 맡고 있어 향후 이 같은 대응 논리를 미국 행정부와 의회를 상대로 집중 설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 같은 일본 측의 주장은 과거의 잘못에 대한 법적 책임과 배상을 회피하기 위한 논리를 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작년 말 야스쿠니 신사참배를 끝내 강행한 아베 총리의 언행으로 볼 때 식민지 지배와 대사관 측 주장처럼 침략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주변국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더욱이 일본 측은 자신들의 입장을 밝히는 내내 위안부를 자신들 입장에서 ‘comfort women’으로 표시하고 있는 대목에서 일본의 진정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지난 2012년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도 “위안부의 공식 명칭을 ‘강요된 성노예(enforced sex slave)’로 바꿔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으며, 이후 미국에서도 위안부를 지칭할 때 ‘sex slave’라는 용어를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보상이 끝났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위안부와 같은 반인륜적 범죄의 경우 소멸시효와 상관없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라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특히 청구권협정에는 양국이 보상과 관련한 분쟁이 생길 경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절차를 두고 있으나 일본 정부가 이에 응하지 않고 있다.
아시아 여성기금도 정부가 공식적으로 법적 책임을 인정하고 배상을 하는 의미가 아니라 민간의 자발적 모금과 정부의 출연으로 금전적 보상을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때문에 대사관 주장에 여성기금에 대한 한국 내에서 반발을 불러일으켜 사실상 유명무실화됐다는 내용은 게재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