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관계자들 “방송장악 의도 없다? 고양이 앞 생선”
박근혜 대통령이 4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방송정책의 미래창조과학부 이관 문제와 관련 “이 문제만큼은 물러설 수 없다”고 전면전에 나선 것에 대해 언론 관계자들의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첫 대국민 담화에서 “일부에서 주장하는 방송 장악은 할 의도도 전혀 없고 법적으로도 불가능하다. 국민 앞에서 약속드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미 수많은 소셜 미디어들과 인터넷 언론이 넘치는 세상에 정부가 방송을 장악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언론 관계자들은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수순 전례와 그 폐해를 되짚으며 박근혜 대통령의 “방송장악 의도 없다”는 주장에 반박을 쏟아냈다.
양문석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페이스북에 “청와대 대변인도 대통령도 방송을 장악할 의지가 없다며 방송을 장악할 수 있는 치명적인 수단인 방송정책을 미래부로 넘기라 한다”며 “칼은 차고 있는 그 자체로 위협이고 뽑아드는 순간 국가적 재앙인데...”라고 우려했다.
최진순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도 “더 큰 문제는 유료방송 정책의 독임부처 이관이 국가적 재앙임을 인식시키기보다는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로 생각하게 만드는 불편한 ‘언론 프레임’”이라고 개탄했다.
이상호 전 MBC 기자는 트위터에서 “박통 “일부에서 주장하는 방송 장악은 그것을 할 의도도 전혀 없고 법적으로도 불가능하다”.. 구요? 하고 계시잖아요”라고 논리의 모순을 지적했다.
MBC ‘PD수첩’의 조능희 PD는 “아이와 아내를 때리는 사람에게 물으면 대부분 사랑해서 그런다고 답합니다”라며 “가짜 논문으로 박사받은 사람을 방문진 이사장, 감사원에 고발당한 사람을 공영방송 사장으로 놔두면서 방송장악 의도없다?”라고 반박했다.
KBS 언론노조는 “중앙정보부 부활하고 인권탄압 의도 없다면 누가 믿을까?”라며 “공보처 부활 미래부 체제에서 방송장악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비유해 지적했다. 또 “5년전 MB정권과 한나라당은 종편생기면 일자리 생긴다고 선전했지만 결과는 언론장악 뿐”이라며 “미래부가 방송정책 맡아야 한다는 것도 똑같은 논리. 절대 속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언론노조는 “방송정책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게 되는데 언론장악 염려 말라? 국민들을 뭘로 보는 건가요?”라며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면 어떻게 되는지 자명한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위원은 “박근혜 대통령께서 지금은 스마트폰 시대라 방송장악이 어렵다고 한 말씀하셨는데, 그럼 스마트폰 3000만대 시대에 최승호, 최경영 등 수많은 기자와 PD 들이 해고당한 것은 이집트나 시리아 얘기인지...대답 좀 해보시지요”라고 반문했다.
김정란 상지대 교수도 “방송장악 의도 없다? 이미 장악한 방송이나 제 자리에 돌려놓고 말하시길”라고 비판했다.
한편 박 대통령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보인 주먹을 쥐는 행동, 때론 부르르 떨리는 듯한 느낌의 목소리와 화난 듯한 표정 등은 SNS에서 관심을 받았다. 박대용 춘천 MBC 기자는 “오늘 박근혜 대통령 표정 압권”이라고 놀라워했고 김기식 민주통합당 의원은 “후배 왈 “오늘 박근혜 대통령 ‘담화’ 표정과 태도를 보니 조만간 긴급조치 발동하겠다고 하는 것 아닌가 걱정스럽다””라고 전했다.
이재성 <한겨레> 사회부 데스크는 “여러분은 보셨나요 ㅂㄱㅎ의 눈에서 쏟아져 나오는 레이저 광선을. 티브이로 보는데도 오금이 다 저리네요”라며 “정말 분노의 정치, 공포정치가 시작되는 걸까요. 군인 출신 핵심 참모들이 어떻게 움직일까요. 시대착오적인 선택을 하지 않을지 심히 걱정됩니다”라고 우려했다.
이외 “대통령 대국민 담화. 표정만 보고 계엄령 발표하는 줄 알았네. 시팔, 가슴이 다 벌렁거리네”(kim*****), “엄숙하다 못해 장엄하다 못해 비통합니다”(hdk******), “설득을 하는 건가? 위협을 하려는 건가? 언제적 수법인지”(nan********) 등의 의견이 이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