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6 진짜 비극, 참사 후에도 달라진 게 없는 우리 사회”
총체적 부정과 부실 드러낸 4.16, 진짜 비극은 참사 이후에도 ‘달라진 게 없는’ 우리 사회.
한국 역사를 보면, 1950년에 6.25 전쟁이 발발했고(단원고 학생들과 비슷한 또래일 때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를 흔히 ‘6.25세대’라고 부른다), 1960년에 4.19 민주주의 혁명이 있었으며(4.19세대), 1980년에 5.18 민주화 운동이 벌어졌고(40대·80년대 학번·60년대생, 486세대), 1998년에는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50년 만에 처음으로 여야 정권교체가 있었다. 그리고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이후 5개월의 시간이 지났고, 이제 세월호 사건은 단순한 참사가 아니라 거의 ‘학살’에 가까운 일이라는 게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 4.16 세월호 학살은 우리 사회에 절대 지울 수 없는 큰 상처를 남겼고, 민주화와 정권교체 다음에 찾아온 퇴행, 대한민국의 총체적 부실과 부정을 드러내는 상징적 비극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과연, 4.16은 지금 우리 사회의 10대들에게 어떤 사건으로 기억될까? 세월호 희생자의 대부분은 또래 고등학생들이었고, 4.16세대는 (6.25세대가 전쟁을 잊지 못하듯이) 이 날을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미친 것 같습니다. 다소 과격한 표현이라 할지라도 이렇게라도 표현해 우리나라의 심각성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같이 웃고 밥 먹고 껴안던 친구들이, 18년 동안 아끼고 쓰다듬으며 귀하게 키운 자식들이, 한순간에 모두 예고도 없이 다시는 볼 수 없게 되었는데 정부는 우리를 외면하려고만 합니다.”
- 한 세월호 생존학생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보낸 편지 내용 중에서.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어린 학생들의 죄는 단 하나밖에 없다. 그건 바로 대한민국에서 태어났다는 것. 온갖 긍정적 이미지로 위장하고 있지만 차마 완전히 가릴 수는 없었던 우리나라의 지저분한 맨얼굴이 그대로 드러난 사건이고, 근본적 원인을 굳이 꼽자면 ‘한국 사회의 민낯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건 4월 16일 당일에 있었던 침몰 사건만 가리키는 게 아니다. 그 후 5개월 동안 세월호와 관련해 우리 사회에서 벌어진 모든 참극을 다 아우르는 말이다. 한마디로 ‘지옥’이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 없는..
[설사 악천후였다고 해도, 요즘 같은 시대에 선박 침몰로 대형 인명피해가 나는 경우는 굉장히 드문 일이다. 바로 얼마 전인 9월 13일 밤 필리핀 중남부 해역에서 (태풍의 간접 영향으로) 강한 바람과 높은 파도 속에 운항하다 조타 이상으로 멈춰섰다가 전복·침몰된 필리핀 여객선 ‘마할리카Ⅱ호’는, 전체 탑승객 116명 중 110명이 구조됐다]
세월호 사고 당일은 기상 상태가 양호한 편이었고, 파도도 잔잔했으며, 풍속 역시 강하지 않았다. 우리가 거의 생중계로 지켜본 바대로 침몰 시간은 밝은 오전이었으며, 사고 지점도 육지 주변 섬에서 그리 멀리 않은 곳이었다. 그 누가 보더라도 필리핀 마할리카Ⅱ호의 침몰 환경보다 훨씬 더 나은 상황이었고,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이 충분히 살아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어처구니없게도 무려 3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건 도저히 이성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사건이고, 말 그대로 인간이 만든 재앙이고 학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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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 이후 5개월, 달라진 게 없는 우리 사회
세월호 참사 이전과 이후의 한국 사회를 비교해 보면, 과연 달라진 게 있는가? 전 국민적인 애도 물결 속에서 우리가 가진 총체적 부정과 부실을 반드시 해결해야만 한다고 모두가 얘기했지만, 5개월이 지난 현재 뭐라도 하나 변화된 게 없다. 박근혜 정권은 세월호의 ‘수직증축’이 침몰의 주요 원인 중에 하나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기어이 아파트 수직증축을 허용해 버렸고, 수많은 사람들의 우려 속에서 제2롯데월드(롯데월드타워)는 지금도 여전히 조기개장을 준비하고 있다. 도대체 세월호 침몰과 같은 재앙이 몇 번이나 더 반복되고 얼마나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어야 우리 사회가 바뀔까?
안 그래도 출산율 세계 최저·자살률 세계 최고인 나라에서 장차 이 일을 어찌할 것인가? 4.16 세월호 학살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없애버렸고, 이는 향후 한국 사회에 ‘보이지 않는 저주’로 작용할 것이다. 이제 ‘3포세대(또는 5포세대)’에 이어 4.16세대가 대한민국의 암울한 미래를 규정하기 시작했다.
5포세대와 4.16세대의 절망, 그리고 인적자원 붕괴
세월호 학살을 겪고 나서도 한국 사회는 변화하지 못했다. 어쩌면 세월호 침몰 자체보다, 이 사건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보인 부정부패와 부조리 그리고 이후 5개월간 한국 사회에서 벌어진 지옥도의 풍경이 우리의 희망을 더 짓밟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아마 세월호 참사 이후 국적포기자는 더 늘어날 테고, (앵그리맘의 탄식에서 보듯이) 출산율의 회복은 아예 기대하기조차 어려워질 것이다. 어차피 한국은 일본의 뒤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으며, (대규모 이민이나 통일이 아니고서는) 인구수가 반등할 가능성도 전혀 없다.
[일본은 벌써 실질적인 인구감소가 시작됐고, 향후 지속적 감소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예전부터 대한민국은 자원이 없으니 사람이 중요하다고 말해왔는데, 이제 바야흐로 ‘근본적 인적자원 붕괴’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안 그래도 우리나라는 이미 ‘초저성장 장기불황시대’에 진입한 상태다. 게다가 자살률이나 출산율 만큼이나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인구고령화 속도로 인해 한국의 상황은 일본보다 더 불리하고, 경제활동인구 감소로 인한 세수 감소와 재정수지 악화가 곧 표면화될 것이다.
아울러 노동인구와 부양인구 간의 ‘세대 갈등’도 직접적으로 표출될 텐데, 현재의 청년층이 나이를 먹고 장년층이 될 즈음엔 이 사안이 굉장히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지금은 이런 갈등이 정치 쪽에 집중되어 있지만 나중에는 전 분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데, 요즘 선거 후 나타나는 청년층의 ‘원망’이 이때가 되면 과연 어떤 ‘복수’로 나타날지도 심히 우려스럽다.
그리고 이보다 더 어린 4.16세대의 절망은, 참 뭐라 말하기도 힘들 만큼 두려운 부분이다. 이들의 행복도는 OECD 회원국 중에 제일 낮고, 앞서 말했듯이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다. 대한민국의 10대들은 원래 이렇게나 불행했는데, 4.16 세월호 학살까지 겪었으니 이들의 마음이 오죽하겠는가? 어쩌면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심리상담을 실시해야 될 수도 있고, 필요하다면 교육 과정 자체에 심리치료를 반영해야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에 앞서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건, 세월호 참사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것이다.
세월호 생존학생이 교황에게 “우리나라는 미친 것 같습니다”라고 말한 건, 단순히 정신적 충격 때문은 아닐 것이다. 기본적으로 진실이 밝혀지지 않으면, 그 어떤 상처도 제대로 치유할 수가 없다. 그런데 세월호 진상규명 특별법을 반대하고 유가족들 앞에서 폭식투쟁이나 하고 앉아 있으니, 이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무지몽매한 행태인가.
4.16 세월호 학살 이후 지난 5개월의 시간이 말해주는 비극이 바로 이거다. 참사를 겪고 나서도 우리 사회는 달라진 게 없는데, 또 이런 어이없는 상황을 고착화시키는 존재들이 있고, 여기에 이용당하는 한심한 족속들 역시 3포 세대와 4.16세대의 일부라는 사실. 세월호 생존학생이나 유가족들이 정말 이런 나라에서 살고 싶을까?
“제 생각엔 진정한 치료는 그 누구도 아닌 우리를 버리고 제일 먼저 안전하게 구출된 선장과 그 외의 선원들, 이 사건과 관련해 잘못한 모든 사람들이 우리에게 제일 먼저 사과를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세월호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우린 바보같이 기다리고만 있었는지, 본질적인 잘못은 누구에게 있는지 알아야 한다 생각합니다.”
- 한 세월호 생존학생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보낸 편지 내용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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