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뼘 그림책’은 진실 담은 책.. “아이들에게 세월호 진실 알릴 것”
지난 8월2일, 20장의 작은 현수막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 걸렸다. 동화작가, 동시인, 그림작가들이 세월호를 기억하며 4일 만에 쓰고 그려낸 작품들이었다. 8월 11일에는 20여 점이 추가로 모아져 2차 전시회가 열렸다. 곧이어 광화문을 넘어 전국 각지에서 이른바 ‘한뼘걸개책’ 전시회가 시작됐고, 지난 9월 4일에는 도서 <세월호 이야기>로 출간되어 더 많은 시민들과 만나게 됐다.
<세월호 이야기> 출간에 맞춰 ‘go발뉴스’가 65명의 ‘한뼘작가들’ 중 임정자․심은경․백승남․김하늘․김리라 작가와 출판을 맡은 방일권 대표를 만나 이들이 현수막을 걸고, 더 많은 전시회를 열고, 책을 펴내기까지의 여정에 대해 들어봤다.
Q. 63명의 작가들, 어떻게 모이게 됐나.
백승남 : 작가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보자고 했어요. 24일에 <어린이와 문학>이라는 잡지의 카페에 공고를 냈고, 26일까지 원고 마감, 28일까지 그림 마감, 8월 2일에는 완성된 작품들을 광화문에 걸었죠. 다들 ‘이게 가능해?’ 물었지만, 신기하게 원고들이 들어왔어요. 작가분들이 모두 다 기다렸다는듯이 참여를 해주셨거든요. 생각지 못했던 분들도 이 기회에 서둘러 창작해서 보내주시고요. 그런 마음들이 모여서 이게 다 가능했던 것 같아요.
Q. ‘한뼘그림책’,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김리라 : 이번 일을 하면서 작가면 글을 쓰면 되지 왜 나서냐, 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런데 동화작가들 역시 진실을 얘기해요. 세상을 바라보는 맘으로 동화를 쓰거든요. 그래서 진실을 담은 동화로 ‘한뼘그림책’을 만들게 되었어요.
심은경 : 마음이 아파서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이 일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참여를 하게 되었는데 오히려 이 일을 하면서 제가 위로받았어요.
백승남 : 아이가 희귀 난치 질환을 오래 앓아 오고 있어요. 투병 생활을 하면서 죽을 고비도 두어 번 넘기고, 같은 병실의 아이들이 세상을 떠나기도 했어요. 그래서 제게는 아이들의 죽음이라는 게 트라우마예요. 그래서 세월호 소식을 듣고, 물에 얼굴도 담그지 못했었어요. 그러다 이 일을 해보자는 제안을 받게 됐고, 아이들과 저를 포함한 모두를 위로하고 싶은 마음에 시작하게 됐어요.
김하늘 : 우리 아이도 고등학교 2학년입니다. 우리 애 친한 친구의 친구가 이번에 돌아오지 못했어요. 우리 아이에게도 그 슬픔이 직접적으로 전해졌고, 저 역시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작가로서 왜 좀 더 맞서 싸우지 못했을까, 후회했어요. 자본은 돈이 되느냐 안 되느냐로 판단하고, 정치는 표가 되느냐 안 되느냐로 판단하잖아요. 근데 예술은 이해관계가 아니잖아요. 세월호는 곧 예술가로서 더 치열하게 예술을 작동시키자고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됐고, 그래서 한뼘그림책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Q. 출간 전 걸개그림 전시회, 출간 후 북콘서트..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심은경 : 부천에서 전시할 때 까만 선글라스를 낀 할아버지들이 여럿 오셨다고 들었어요. 한 할아버지가 한뼘 동화를 반국가동화라고 하시면서 역정을 내셨다고 해요. 처음엔 작가들이 참고 대화를 하려 했지만 점점 참기가 힘들어졌대요. 그런데 그때 다른 작가 한 명이 와서는 할아버지께 ‘힘드시죠’ 하고 고구마를 드렸다는 거예요. 예상 외로 할아버지께서 당황해하시며 ‘고맙다’고 하시고는 고구마를 맛있게 드시고 가셨다는데, 그 이야기를 전해 들으며 깨달았어요. 논리가 아니라 인간적인 마음으로 순수하게 다가가야 한다는 것을요.
Q. 세월호를 기억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백승남 : 9월 4일 수요일에 이 책이 나오자마자 청운동 사무소에 유가족분들을 찾아뵈러 갔어요. 그 중 한 아버님이 특정 작품을 말씀하시면서 그 작가가 누군지 아냐고 물으셨어요. 이퐁 작가가 고 강승묵 군 이야기를 동화로 썼거든요. 그 분 아버님이 우리 아이 이야기를 써줘서 고맙다고, 계속 우시느라 말씀을 못하시는 거예요. 저는 그 눈물이 곧 위로라고 생각해요. 기억한다라는 건 그런 거죠.
Q. ‘한뼘그림책’, 어떤 책으로 기억되길 바라나.
방일권 : ‘작품들을 전국 방방곡곡에서 볼 수 있게 하자’, ‘이 사건에 대한 기록을 남겨서 이 사회를 안전한 땅으로 지키자’, ‘판매수익금을 추모 사업에 기부하자’ 이렇게 세 가지가 출간을 제안하게 된 동기였어요. 개인적으로 보자면 이 책이 치유의 통로가 되어주길 바랐어요. 돌아가신 분들과 유가족들은 물론이고, 내면의 슬픔을 어릴 때 갖게 된 전국의 아이들과 어른들이 이 책을 통해 치유가 되었으면 했습니다.
Q. 인세 전액을 기부한다고 하던데.
임정자 : 65명의 작가가 이 작업을 한 이유는 세월호 대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이 참사가 오래 기억되어 다시는 이런 불행한 죽음이 없기를 바라서죠. 그렇기 때문에 작가 인세 전액과 정가의 10%가 사회에 환원되고, 그것이 진상규명을 위해 사용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모두의 마음이 그렇습니다.
Q. 이후 활동계획은?
김하늘 : 내일 당장 그만두었으면 좋겠어요. 특별법이 제정되어서 말입니다.
백승남 : 저희가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이 활동 자체가 날개가 달려 스스로 날아가는 느낌이예요. 날다가 내려앉을 수도 있고, 다시 더 멀리 날아갈 수도 있는 거죠. 제가 예상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리라 : 짧은 시간에 퇴고를 많이 하지 못하고 만들어진 작품들이예요. 하지만 그 시간동안 모든 에너지를 쏟았어요. 수정하지 않았지만 그대로도 온전한 마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김하늘 : 두 권을 사서 한 권은 보고 한 권은 옆집 누군가에게 권해주세요. (웃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