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인터뷰] “제2의 밀양.. 청도를 도와주세요”

청도 송전탑 공사 강행 알리는 스무 살 황희정씨

ⓒ 유미진 고발뉴스 길거리 특파원
ⓒ 유미진 고발뉴스 길거리 특파원

- 안녕하세요. 오늘 어떻게 나오게 됐나요.

경북 청도 삼평리라는 곳에 한국전력이 34만 5천 볼트 짜리 송전탑을 공사하겠다고 하고 있어요.

- 밀양과 비슷하네요.

네, 밀양이랑 똑같아요. 주민들에게 제대로 설명도 하지 않고 무작정 짓는 거예요. 송전탑 찬반으로 나뉜 마을 사람들을 이간질해서 마을 공동체를 박살내 버렸구요. 그 과정에서 일부 주민분들이 반대를 하니까 그 분들에게 여러 회유를 하다가 결국 2012년 4월부터 강제로 공사를 하기 시작했어요. 할머니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반대를 하셨는데, 7월에 그분들이 산에서 포크레인 안에 들어가고 하시니까 용역을 시켜서 그 분들을 정말 말 그대로, 던지셨거든요. 머리채를 잡고 떨어트린다든지, 정말 인권침해적으로요. 그 일이 많이 문제가 되어서 공사는 일단 2012년 9월에 잠정 중단된 상태예요. 그런데 일주일 전에, 그러니까 2014년 7월에 공사하겠다고 제대로 이야기도 하지 않고 갑자기 들이닥쳐서 공사를 하는 거예요. 경찰은 한전 공사 현장을 보호하고, 할머니들은 도로에 앉아서 시위를 하셨어요. 정말 날 덥고 땡볕이었는데 말이에요. 서울도 심하지만 청도 그 쪽은 더 심하거든요. 비도 안 왔고. 거기 차양막을 치려고 하니까 못 치게 하는 거예요. 경찰에게는 차양막을 치게 하면서요.

- 불법점거라는 건가요?

그렇죠, 불법점거. 너희 지금 도로 불법 점거하고 있다면서. ‘경찰은 치는데 왜 우리는 못 치게 하냐. 비인간적이다’ 하니까 경찰서장이 ‘난 인권같은 거 모른다. 그럼 경찰도 못 치게 하겠다’라고 하더라구요. 굉장히 비인간적이고. 한편으로는 그 분들께 최루액 분사기를 들고 있는데...

ⓒ 유미진 고발뉴스 길거리 특파원
ⓒ 유미진 고발뉴스 길거리 특파원

- 최루액이요?

네, 최루액이요. 이런 사실들, 아직 서울 사람들은 잘 모르시죠.

- 밀양도 그렇지만 청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지요.

네, 밀양이 많이 알려진 데 비해 청도는. 밀양이랑 똑같은 상황이거든요. 지금또 이렇게 항의하니까 무차별적으로 연행해 가고, 이유도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고. 불통이고 꽉 막혔어요. 이런 것에 대해 경찰에 항의하기 위해 1인 시위로라도 광화문에 나오게 되었어요. 그래도 제가 어려서 그런가, 지나가시는 분들이 학생이 왜 이런 거 하냐, 청도가 뭐냐, 삼평리가 뭐냐, 너 청도에서 왔냐, 이렇게 말도 건네 주세요. 가다가 양산도 씌워주시고요. 반응이 많이 호의적이어서 다행이에요.

- 혹시 청도에 연고가 있으신 건가요?

아뇨, 제가 여름방학 때 친구들과 언론단체를 만들었어요. 거기서 방학동안 한국의 불공정한 전기공급 시스템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기로 했거든요. 조사 중에 청도에도 송전탑을 짓게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취재를 갔었어요. 그때 청도는 아직 공사를 재개하기 전이었어요. 할머니들께서 투쟁 의지가 강하셨고, 지금까지 고통받으신 것도 많고 해서 인간적으로 공감이 많이 됐어요. 안타까운 마음도 많았구요. 꼭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하고 거기서 밥이랑 수박도 잘 얻어먹고 나왔는데 한 이틀 뒤에 바로 일이 터진 거예요. 저는 청도까지 내려가긴 했는데, 학생이고 돈도 없고, 또 집에서 되게 많이 이런 일을 반대를 하시거든요.

- 이런 일에 관여하지 말라는 뜻이겠죠.

네. 사정이 여의치 않으니까요.

- 저희 부모님도 ‘너 연행돼도 꺼내줄 돈 없다’ 하시는데요. (웃음)

구속되면 노역 살면 되죠, 뭐. 벌금형 나오면. (웃음)

- 용감하시네요.

활동하다보니까 (웃음) 저도 처음에는 무서웠는데, 그래도 혼자 아니니까요.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지금도 청도에서는 대책위 활동가분들이 참 열심히 활동하고 계시거든요. 그런데 페이스북으로 올라오는 글 보면, 심리적으로 소외감을 느끼시더라구요. ‘서울에선 자신들이 이런 일 하는 거 모른다’ 하면서. 그분들에게 조금이라도 힘 되어드리고 서울 시민들에게 이런 일이 있다는 걸 알려드리기 위해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지나다니는 광화문에 왔어요.

ⓒ 유미진 고발뉴스 길거리 특파원
ⓒ 유미진 고발뉴스 길거리 특파원

- 광화문에 나온 지는 얼마나 됐나요.

오늘 처음 나왔어요.

- 희정씨를 광화문까지 나오게 한 원동력이 있다면요.

사람들이 청도나 밀양 이야기를 하실 때 ‘이게 다 지역이기주의 아니냐’ 라고 말씀하시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거든요. 청도나 밀양에서 전기를 많이 안 쓰잖아요. 수도권으로 전기를 옮기려고 전혀 관련 없는 사람들이 사는 지역에 이렇게 강한 전자파를 뿜고 인체에 영향을 많이 끼치는 송전탑을 세우는 거죠. 이게 그분들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우리가 쓰는 전기니까 그분들께 이런 상황을 저희가 확실히 알고 사과를 해야 한다. 우리도 책임질 필요가 있다’ 라는 거예요. 무엇보다 그 현장에서 일어나는 인권침해적인 일은 정말 그냥 외면할 수 없는 일이잖아요. 시민들이 같이 맞서고, 싸우고… 이런 일이 일어난다는 사실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하거든요. 사회적으로 많이 공론화가 되어야 하구요. 그런 일의 일환으로 저는 이걸 하고 있는 거구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어요. 굳이 청도까지 가지 않으셔도 ‘이런 일이 있더라. 어떻게 생각하냐’ 이렇게 말만이라도 많이 하고, 공론화가 되면 정말 민주적인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싫은 소리 하시는 분들은 없었나요.
아직까지는 없어요. 저도 많이 그러실까봐 마음의 준비를 하고 나왔는데요. ‘그냥 고생 많다’ 정도요. 아니다, 안 좋은 반응이 딱 한 가지 있었네요. 초등학생이 엄마한테 ‘엄마 이게 뭐야?’ 이러니까, 어머니가 ‘저런 거 보면 안 돼!’ 하시더라구요.

- 같은 마음으로 시위에 함께하는 분들도 있나요.

저는 일단 개인적으로 나왔구요. 청도 삼평리라고 페이스북 페이지가 있는데. ‘시위하고 인증샷 올리자’ 이런 게 있거든요. 저쪽에서도 하고 있는 남자분이 있어요.

- 청도에 대해 계속 광화문에서 알릴 계획인가요.

내일은 한국전력에도 가볼 생각이에요.

- 처음에 얘기한 다큐멘터리는 제작이 되고 있나요.

네, 편집 중이에요.

- 어디서 볼 수 있을까요.

공동상영회를 개최할 예정이에요. 여러 대학교 생태주의 동아리에 각각 연락드려서 학교에서도 상영하려고 하구요. 서울시에도 요청을 할 계획이에요. 공모전에도 내보려고 해요.

- 기대되네요. 말씀 감사합니다. 

(☞ 유미진 고발뉴스 길거리 특파원의 ‘ne journal’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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