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총무장‧기자구속‧판례 무시하며 과잉진압 하는 경찰

대한민국 경찰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법도 안 지키고, 언론을 탄압하며, 시위에 소총 들고 나타나는 2014년 대한민국 경찰.

요즘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곳곳에서 각종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주말에는 대규모 집회가 계속되고, 평일에도 다양한 형태의 시위가 벌어진다. 세월호 사건이 그저 ‘인재’가 아니라 거의 ‘학살’에 가깝다는 사실이 점점 더 드러나면서, 시민들이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외신을 통해 접하는 다른 나라들의 시위에 비해 지금 우리 나라의 시위는 지극히 평화적이고, 가족들이 함께 참가하는 경우도 많아서 폭력적인 상황으로 번질 가능성도 적은 편이다.

그런데 최근 경찰이 시위를 막는 과정에서 대법원 판례를 무시하고, 집회를 취재하던 기자를 구속하며, 심지어는 비무장 시위대를 진압하는 데에 소총으로 무장한 경찰을 투입하는 등 굉장히 우려스런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물론 세월호 참사 자체도 중요하지만, 집회•시위가 엄연히 헌법으로 보장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경찰이 이런 식으로 과잉진압 하는 건 무척 심각한 일이고,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갖고 예의주시해야 할 일이다. 워낙 많은 사건•사고가 매일같이 연달아 터지다보니 이 문제에 대한 주목도가 좀 낮은 것 같은데, 흔히 말하는 ‘견찰(犬察)’ 때문에라도 이참에 한번 정리하고 넘어가는 게 좋을 듯싶다.

▲사진출처=로이터통신 서울지국 특파원 제임스 피어슨 트위터(@pearswick)
▲사진출처=로이터통신 서울지국 특파원 제임스 피어슨 트위터(@pearswick)

대법원 판례도 지키지 않는 경찰

지난 5월 17~18일에 경찰은 세월호 집회 참가자 215명을 연행했고, 24일에는 30명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체포됐다. 집회 참가자들은 경찰이 시위대보다 많은 인력을 동원해 과잉진압 했다고 말했으며, 경찰은 집회 현장에서 연행된 여성 6명을 유치장에 입감하면서 브래지어의 와이어가 자살•자해에 사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브래지어를 벗도록 했다고 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박주민 변호사 “경찰이 지난 주말 세월호 집회 때 참가자들이 인도로 행진하는데도 고작 10여 분 단위로 해산 명령을 급히 다섯 차례 내린 뒤 이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참가자 215명을 강제 연행했다”]

이 문제와 관련해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다.

 
 
링크한 판결 전문을 직접 다 읽어보면 누구나 알 수 있듯이, 그저 집회 신고 장소를 이탈했다는 이유만으로 신고 없이 개최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고, 단순히 해산명령을 따르지 않았다고 해서 위법한 행위라고 볼 수도 없다. 한마디로 '집회 신고 장소 이탈이라는 이유만으로 해산명령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집회와 시위는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며, 경찰이 함부로 해산명령을 내리고 마구잡이로 연행할 수 있는 문제가 절대로 아니다. 그리고 브래지어 탈의도 경찰이 함부로 벗으라고 강요할 수 있는 게 아니며, 실제로 대법원은 경찰이 촛불집회에 참여했다가 연행된 여성들에게 브래지어 탈의를 요구한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반한다며 피해자들에게 15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취재하던 기자까지 구속하는 경찰

공무원U신문 안현호 기자는 24일 ‘세월호 참사 범국민 촛불행진’ 현장을 취재 중이었고, 시위대가 청와대 방향으로 가는 과정에서 경찰이 도로를 점거했다는 이유로 안현호 기자를 포함한 30여 명을 연행했다. 급기야 서울중앙지방법원(부장판사 엄성필)은 27일 안현호 기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는데, 경찰이 제시한 구속영장 신청 사유에 ‘편향된 기사를 작성할 수 있다’는 대목이 있었다고 한다.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일까? 동작경찰서 지능팀은 안 기자가 경찰을 폭행했다며 ‘특수공무집행방해죄’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면서 다음과 같은 구속영장 신청서를 작성했단다.

▲이미지출처= 미디어 오늘
▲이미지출처= 미디어 오늘
전쟁이 나도 종군기자가 있는데, 무슨 내전이 일어난 것도 아니고 고작 촛불시위를 취재하던 기자를 구속하다니 이게 과연 있을 수나 있는 일인지 모르겠다. 이와 관련해 공무원U신문은 폭행 사실이 없고, 오히려 경찰이 안현호 기자의 장비를 툭툭 치는 등 취재를 방해하다가 기자를 연행했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백 번 양보해서 만에 하나라도 폭행이 있었다고 치자. 설사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경찰이 작성한 구속영장 신청서에 ‘편향된 기사’니 ‘여론 호도’니 하는 독재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표현이 등장하는 것인가? 이걸 작성한 경찰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언론 탄압'적인 용어를 정식 문서에 사용했을까? 이게 정녕 2014년 대한민국 경찰의 수준인가?

비무장 시위에 소총 들고 나타나는 경찰

서울 강서경찰서는 27일 청와대 앞에서 불법 시위를 벌인 혐의로 대학생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 26일 오전 열한 시 반쯤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인근 청와대 앞에서 “세월호 참사 책임져라”, “김기춘 비서실장을 파면하라”는 등의 문구가 적힌 유인물 수백장을 뿌리며 플래카드를 펼쳐들고 시위를 벌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경비 업무를 맡고 있던 서울지방경찰청 202경비단과 101경비단 병력이 동원됐고, 101경비단 소속 경찰 일부는 진압봉과 방패에다 ‘K-1 소총’으로 무장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마디로, 비무장 대학생 몇 명을 연행하는 데에 경찰이 소총을 들고 나타난 것이다.

▲이미지출처=민중의 소리 <"김기춘을 파면하라" 청와대 앞 기습시위 영상> 갈무리
▲이미지출처=민중의 소리 <"김기춘을 파면하라" 청와대 앞 기습시위 영상> 갈무리
물론 경찰의 해명에 따르면 “침투에 대비해 순찰하던 대원들이 긴급투입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하는데, 무슨 수십 명이 화염병을 들고 온 상황도 아니고 겨우 열 명도 안 되는 대학생이 유인물을 뿌리며 구호를 외친 일에 소총으로 무장한 경찰이 긴급투입될 정도면, 그거 자체가 굉장히 비정상적인 것 아닐까? 청와대 주변을 지키는 경찰들이 모두 소총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닐진대, 평소에 청와대 앞을 순찰하던 일반 경찰들은 다 뭐하고 어디서 갑자기 K-1 소총 대원들이 튀어나온단 말인가? 안 그래도 세월호 참사로 국민들이 예민한 상태에서 도대체 왜 이렇게 부적절하고 오버스러운 행태를 보이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과연, 2014년 대한민국 경찰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국민을 위해 일하는가, 아니면 그저 정권을 위해 복무하는가? 헌법을 준수하고 민주주의를 지키며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는 경찰은 진정한 경찰이지만, 독재정권화 되어 가고 있는 박근혜 정권만을 위한 경찰은 말 그대로 ‘견찰’이다. 경찰이 국민은 안중에도 없이 단지 정권의 눈치만 본다면, 그건 사설경비용역과 마찬가지 아닐까? 독재정권이 시킨다고 무조건 따르는 경찰은, 일제식민지 시절 고등경찰이나 나치의 비밀경찰 게슈타포와 다를 바가 없다. 제발, 경찰 스스로 자신들의 얼굴에 침 뱉는 행위는 그만 하길 바란다.

(☞국민 리포터 ‘아서정’ 블로그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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