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에 종말 고해야”.. 삭발·단식농성 돌입
한신대학교 신학과와 감리교신대학교 도시빈민선교회, 사람됨의 신학연구회 학생들이 신학생 시국단식농성단을 결성하고 다시 한 번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강하게 묻고 나섰다.
시국단식농성단 신학생들은 21일 오후 8시 서울 중구 청계광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땅에 깨어있는 신학생들과 연대하여 무능하고 무책임한 박근혜 정부에 한층 더 치명적인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들은 “한신대학교 민중신학회 소속 세 명의 신학생들이 지난 15일부터 이곳 청계광장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책임을 물으며 삭발 단식농성을 진행해왔다”며 “하지만 지난 19일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근혜 담화는 내용과 형식, 진정성 등 모든 면에서 실망감과 분노, 참담함을 가져다준 ‘참사’ 그 자체였다”고 비난했다.
이어 “오늘 출발하는 신학생 시국단식농성단은 희생자 가족들의 요구가 전면 수용되고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함께 기도하며 투쟁할 것”이라며 “돈보다 생명이 우선인 사회, 인간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 모든 억눌린 생명이 살아나는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기 위해 끝까지 기도하며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이들은 지난 15일 정부에 요구했던 ‘박근혜 대통령이 참사에 대한 책임의 주체가 되어 나설 것’보다 한층 강도 높아진 ‘박근혜 퇴진’을 요구했다.
사회를 맡은 노진호 총신대학교 신학과 학생은 ‘마침내 당신의 성전에 들어가서야 저들의 종말을 깨달았습니다’라는 시편의 문구를 인용하며 “세월호에서 3백여 명의 국민들을 학살하고도 아무런 반성과 자책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우리는 종말을 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것이 우리 절대자의 뜻이며 그것을 전하지 않고 끊임없이 침묵한다면 우리의 절대자 하나님은 여러분에게도 종말을 고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대 발언에 나선 진광수 고난함께 사무총장은 “세월호 문제는 선장이나 선박회사의 무책임함이나 부도덕함의 문제도 아니다”며 “세월호 참사의 본질은 무책임하거나 부도덕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는 이 사회 시스템, 체제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세월호 추모를 넘어 다시는 제2·3의 세월호가 일어나지 않도록 이 시스템을 바꾸는 일이 참으로 중요하다”면서 “여기 모인 모두가 어둠의 시대에 분노하고 용기를 내 희망을 일궈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발언을 끝낸 이들은 단식농성 돌입에 대한 선언과 함께 삭발식을 거행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 ‘함께가자 우리 이 길을’ 등의 민중가요를 부르며 삭발하던 학생들은 북받치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눈물을 보였다.
삭발을 마친 최민규 한신대학교 신학대학원생은 “세월호에 많은 생명이 죽었음에도 물질이라는 것 때문에 그 생명을 살리지 않은 정부의 안일한 모습과 자본에 물들어있는 사회의 모습이 저를 이 자리까지 앉게 만들었다”고 삭발에 나선 취지를 밝히며 “돈으로만 모든 생명을 치부한 이 사건에서 박근혜는 책임지고 퇴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이들은 지난 15일 같은 장소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희생자, 실종자 가족들의 요구 수용·현 내각 총 사퇴·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모든 책임의 주체가 되어 나설 것을 요구하며 삭발 단식농성을 진행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