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계에서는 처음으로 국가정보원 불법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을 규탄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한 부산교구가 이번에는 더욱 엄중한 진실을 요구하는 2차 시국선언과 시국미사를 진행했다.

부산교구 이동화 신부는 천주교 모든 지역 교구가 시국선언에 동참하고 시국미사를 진행하는 것은 “천주교가 한국에 들어온 지 230여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며 국정원 사건의 진실 규명에 대한 엄중함을 강조했다.

9일 오후 7시 천주교 부산교구 주교좌 중앙성당에는 700여명의 사제와 수도자, 신자들이 모여 시국미사를 집전했다. 미사 후에는 지난 7월 25일 첫 시국선언에 이은 2차 시국선언문이 발표됐다. 이번 시국선언에는 162명의 사제와 715명의 수사·수녀 등 모두 877명의 사제·남녀 수도회가 함께 했다.

이와 관련,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이동화 신부(위원장)는 ‘go발뉴스’에 “한국에 천주교회가 들어온 지(1784년,정조8년) 230여년만에 모든 교구의 시국선언이 있었고, 또 한번의 2차 시국선언까지…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그만큼 엄중한 사태라고 여겨 무겁게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신부는 “첫 시국선언 때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대통령 사과를 요구했고 15개 모든 교구가 지속적으로 시국선언을 해왔다”며 “그러나 한 달 넘도록 진행된 국정조사에 우리가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 이해할 만한 수준도 안 되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의도적으로 방해하고 덮으려고 하는 이런 상황들을 우리 국민 모두가 지켜봤고, (어떤 진실을) 감추려고 하고 덮으려고 하는지 (2차 시국선언을 통해) 주장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 신부는 더 강력한 주장을 정부여당에 표현한 만큼 앞으로의 ‘진실 찾기’ 행보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만족의 수준이 아닌 이해할 법한 수준에서라도 노력을 보인다면 (천주교회의) 대응들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여전히 이런 상태라면 또 다른 행동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 ⓒ'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부산교구는 이날 “불행하여라, 지금 웃는 사람들! 너희는 슬퍼하며 울게 될 것이다”라는 성경구절을 인용한 시국선언문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에게 “하느님의 정의를 두려워하라”고 밝혔다.

이들은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대선 개입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은 ‘대북심리전’이라고 주장함으로써 상대 대통령 후보와 그를 지지한 국민을 적으로 규정하였다”며 “국가의 안녕을 위해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민의 정보기관이 오히려 국민 갈등과 분열에 앞장서고 있으니 어찌 이를 ‘국민의 정보기관’이라 할 수 있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이어 “불법 행위와 거짓 증언이 드러났고 지금도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회개와 쇄신은커녕 온갖 정치적 행위로 자신의 잘못을 덮으려는 의도는 무엇입니까? 무엇을 덮고 무엇을 감추려 합니까?”라고 질타했다.

부산교구는 “민주주의가 정당성과 도덕성을 지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민주주의가 추구하는 목적들과 동원하는 수단들이 도덕적이어야 한다”며 “그런데 지금의 정부는 그러한 진정성과 의지가 있는가? 진리와 도덕성이 없는 민주주의는 결국 ‘전제주의적 독재’로 갈 수밖에 없다는 역사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마지막으로 “진리와 도덕성 위에 국가 공권력이 정통성을 지니는 유일한 길임을 잊지 말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과 진실 규명을 위한 특검 실시, 관련자에 대한 사법처리, 국정원 개혁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