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이어 불교‧원불교 등 4대종단 시국선언 동참
국가 기관의 불법 대선 개입의 진상 규명 등을 외면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촉구한 천주교 정의구현 전주교구 사제단의 시국미사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일부 개신교와 불교 인사들도 정권 퇴진, 대통령 참회 요구를 하고 있다. 여기에 원불교도 시국토론회를 계획 중이어서 4대 종단이 모두 시국선언에 참여하게 될지 주목된다.
<한겨레>에 따르면 천주교 전국 15개 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다음달 11일 총회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마산교구 백남해 정의평화위원장은 “총회에서는 당연히 시국 문제가 중점 거론될 것”이라며 “프란치스코 교황도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라’고 강조했기 때문에 총회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25일 말했다.
또한 광주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는 26일 오후 신부들이 모여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광주대교구 이영선 정의평화위원장은 “박 대통령에게 정치를 잘하시라고 계속 이야기했는데도 귀 기울이질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정의구현 전국사제단은 ‘대통령 사퇴 요구는 사제단 전체 입장이 아니라 전주교구의 주장’이라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의구현 전국사제단 전 총무 김인국 충북 옥천성당 주임신부는 “전반적으로 사제들이 현 시국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많은 고민을 하고 있어서 앞으로 (이번 사태가) 어디로 갈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사제단의 분위기를 전했다.
불교계 일각에서도 박 대통령의 참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대한불교조계종의 진보적 승려 모임인 ‘실천불교 전국승가회’(상임대표 퇴휴)는 28일 오전 서울 조계사에서 ‘박근혜 정부의 참회와 민주주의 수호를 염원하는 조계종 승려 시국선언’을 한다고 밝혔다.
승가회는 “시국선언에는 ‘국가기관의 불법적인 대선 개입에 관한 특검 도입과 박 대통령의 참회’, ‘극단적인 이념 갈등을 조장하는 현 정부의 행태 중지’, ‘민생 우선 정책의 시행’, ‘남북관계의 진전을 위한 현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전했다. 지금까지 700명 이상이 시국선언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8월 교무 234명이 시국선언을 냈던 원불교 측 성직자들도 오는 29일 원불교 중앙총부가 있는 전북 익산시에서 천주교 시국미사 이후 대응을 논의하는 시국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한편 전국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등 26개 개신교계 단체로 구성된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 기독교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부정선거의 결과로 취임한 박근혜 대통령은 퇴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27일 서울 종로구 한국기독교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제18대 대통령선거에 다양한 국기기관이 광범위하게 개입했음을 확인해 주는 수많은 증거들이 나타나고 있음을 주목한다”며 “이는 국가가 헌법이 정한 국민의 자유로운 선택권을 유린한 것으로 그 어떤 선거 부정보다 엄중한 선거 부정으로 제18대 대통령선거가 명백한 부정선거였음을 확인해 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대위는 이어 “현 집권세력이 자신들과 입장을 달리한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을 척결할 대상으로 규정해 탄압하는 작태를 멈추지 않는다면 비극적 종말을 맞이했던 독재정권의 전철을 되풀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이는 이승만의 3·15 부정선거의 경험에서 잘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또한 공대위는 박창신 원로신부에 대한 정부여당의 총공세에 대해서도 “박창신 원로신부의 발언을 빌미로 종북 신부 운운하며 수사계획을 발표하는 등 대대적인 공안 몰이를 통한 탄압이 시작되고 있다”며 “성직자의 설교를 문제 삼는 것은 신앙의 자유가 허용된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개신교 목사 모임인 ‘전국 목회자 정의평화 실천협의회’(이하 협의회)도 다음달 16~25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박근혜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금식기도 모임’을 열 예정이다.
이들은 의장단 3명이 천막을 치고 열흘 동안 금식기도를 하고 회원 목사들이 합류하는 방식으로 모임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협의회는 ‘국가기관이 선거에 개입한 지난 대선이 무효’, ‘사회 정의를 외치고 공의를 실현해야 할 교회가 보수화, 물화되는 것을 회개’하는 내용들이 금식기도에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