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 대안 후 사과, 순서 바뀌었다 선거때문?

대통령은 국민과 소통하길 거부하는 것인가

▲이미지출처:'사람과 세상사이'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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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구조작업이 우왕좌왕 갈피를 못잡고 있을 때 대통령은 대뜸 “국무총리실 산하에 국가안전처(가칭)를 신설하겠다”고 말했다. 집이 지어지지도 않았는데 가구를 들이겠다는 거나 마찬가지다. 

종교계 초청해 사과 운운, 국민은 소통대상 아닌가?

‘비공개 책상머리 사과’와 ‘대리유족 조문’으로 여론이 더 흉흉해지자 대표적 종교계 인물 10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이런 말을 했다.

“그것(비리와 무책임한 행위)을 다 규명을 해야 되고, 또 다른 부분에도 있다 하는 것은 이번에 전부 규명을 해서 우리 사회가 썩은 부분, 잘못 가고 있는 것, 이것을 앞으로 이렇게, 이렇게 하면서 재난대응시스템도 구축하고, 그렇게 하려니까 선뜻 먼저 국민께 나서서 할 수가 없다.”

이번에 드러난 문제들을 모두 규명하고 재난대응시스템을 구축하기 전에는 사과하기 곤란하다는 얘기다. 언제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가 나올까. 진상 규명, 관련자 처벌, 재난시스템 구축까지 아무리 적게 잡아도 1년 이상 걸릴 것이다.

‘도움이 되는 사과’? 사과의 핵심은 진정성

대안 없는 사과는 국민에게 도움이 안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사과와 도움.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단어를연결시키며 대명사를 모호하게 나열하는 특유의 어법을 동원해 이런 말을 했다.

“그냥 한다는 것은 의미가 감소되고 해서, 그런 규명하는 것을 100%는 안 되더라도 그래도 우리 사회가 지금 이렇다. 이것을 이렇게 하려고 하고 하는 대안을 가지고 다시 대국민 사과도 드리고, 대안도 말씀을드리고 하는 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 지금 그 작업을 하고 있다”

대안을 만든 뒤 사과할 것이며 그 대안이 국민에게 도움이 될 거란다. 대안 없는 사과는 “의미가 감소”되기 때문에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그 대안이란 것, 정말 국민에게 도움이 될까.

▲이미지출처:'사람과 세상사이'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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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직후 내놓은 ‘안전종합대책’, 세월호에서 보니

박 대통령은 취임 3개월 만에 ‘국민안전종합대책’이라는 것을 내놓았다. 전통적 재난(군사,외교) 뿐 아니라 자연적·사회적 재난까지 국가안보의 틀에 넣어 청와대가 직접 관리하는 노무현 정부의 시스템을 전면 부정하고 새 틀을 짠 것이다. 사회적·자연적 재난을 국가안보 개념에서 제외시킨 게 ‘새 틀’의 특징이다.

그 ‘새 틀’이 어떤지 확인시켜 준 사건이 이번 세월호 참사다. 과거 정부보다 발전적인 제도를 만들기는커녕 재난 현장에서 혼선만 가중시키는 최악의 결과를 낳았다. 노무현 정부가 구축해논 ‘통합형 시스템’을 해체해 전통적 재난과 사회적·자연적 재난으로 나눠 각각 방재청과 안행부에 맡긴 탓이다.

노무현 정부는 대응메뉴얼을 만들기 위해 2년 이상 심혈을 기울였다. 국가위기를 33개 유형으로 분류하고 각 유형별 기본 메뉴얼을 제작한 뒤 대응 부처와 기관을 감안해 276권의 ‘실무메뉴얼’을 만들었다.

또 여기에 지역경찰, 지역소방서, 군부대, 지자체 등이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2400권의 ‘행동메뉴얼’까지 갖췄다. 하지만 이 매뉴얼은 이명박근혜 정부에 의해 창고로 옮겨져 사실상 ‘죽은 문서’가 돼 버렸다.

6.4 선거 전 사과... 대안 만드는데 고작 1개월?

사고 원인도 밝혀지지 않았고, 문제점에 대한 분석은 시작도 안 됐다. 200명 이상 물속에 갇여 있는 상황에서 대안이라며 ‘국가안전처’를 말하더니, 이젠 ‘대안 마련 후 대국민사과’를 얘기한다. 대체 또 무슨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건가.

여권은 6.4지방선거 직전 박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할 거라고 내다본다. 그렇다면 대안을 마련하는데 투입되는 시간은 1개월이 고작이라는 말이 된다. 서둘러도 너무 서두른다. 이러다 ‘국민안전종합대책’ 같은 졸속 제도가 나와 또 다시 국민을 절망과 피눈물로 몰아넣는 건 아닌지 우려될 뿐이다.

미국의 경우 2001년 9.11테러가 일어나자 국토안보부를 만들었다. 만드는데 걸린 시간은 1년 2개월. 하지만 만든 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오랫동안 문제점을 분석해 조직을 정비했다. 국토안보부를 신설하는데 걸린 시간은 5~6년 이상이었다.

‘졸속대안’, 화 더 키울 수 있어

대안 후 사과. 사과가 빨라질 경우 대안은 지극히 졸속일 게 분명하다. 졸속 대안이 아니라면 국민들은 대통령 사과를 듣기위해 적어도 1년 이상 기다려야만 한다.

이건 대통령의 오만이다. 사과는 사과이고 대안은 대안이다. 왜 섞으려 하는 걸까. ‘대안 사과’라는 새로운 방법을 창조해낼 모양이다.

지방선거 직전 ‘대안 사과’가 나올 거다. 이번 참사에 대한 원인분석은 물론 드러난 문제들조차 정리되기 불가능한 시점에 들고 나올 대안. 대통령의 오기가 또 다른 화를 불러올 것 같아 걱정이다. (☞국민리포터 오주르디 '사람과 세상사이' 블로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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