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 “사과 않는 것도 모자라 문구 검열” 분통
정부가 세월호 침몰사고 희생자 유가족 지원을 위해 꾸린 ‘세월호 사고 희생자 장례지원단’이 유가족의 추모 현수막 게시 요청을 ‘문구가 자극적이다’는 이유로 거절한 사실이 드러났다.
30일 유가족 대책위원회는 지원단에 희생된 자녀를 추모하고 국민들의 성금모금을 정중히 사양하는 내용 등을 담은 현수막을 제작, 분향소 주변에 설치해 줄 것을 요청했다.
대책위가 요청한 현수막 문구는 ‘왜? 왜? 왜? 구조를 미뤘습니까?’, ‘국민여러분 성금은 마음으로만 받겠습니다.’, ‘거짓말이 아닌 진실을 밝혀라’, ‘언론은 이제 실상을 폭로하라’, ‘성금은 정중히 사양합니다’, ‘좋은 곳에서 행복하도록 기도해주세요’, ‘내 아들아 딸들아 보고 싶다’, ‘아이들아 무능한 부모를 용서치마라’, ‘제 아이들을 지키지 못한 죄 어찌합니까?’, ‘생명보다 귀한 게 무엇이었나요?’, ‘진실을 밝혀주고 아이들을 부모 품에’ 등이다.
그러나 장례지원단은 “문구가 자극적이다”며 이들이 장례지원 취지와 맞지 않아 지원할 수 없다고 유족 측에 통보했다.
피켓 등은 집회·시위용품으로 장례지원 취지에 맞지 않으며 현수막 역시 유족 측이 제시한 문구들이 엄숙해야 할 분향소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결국 유족들은 사비를 들여 피켓과 현수막을 제작했다.
유족들은 당국이 실패한 구조활동에 대한 사과나 설명도 하지 않는 것도 모자라 유족들이 제시한 문구를 검열하고 문제 삼는다며 분통을 터트렸다.
한 희생자 어머니는 <경기신문>에 “유가족들의 순수한 마음을 담은 현수막을 설치해 달라는 요구가 무리한 것이냐?”며, “사실을 사실대로 표현한 문구를 자극적이라고 한다면 사고 초기 수습단계부터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에게 거짓말을 일삼은 정부의 태도는 뭐라고 해야 하나?”며 분개했다.
시민 강 모 씨도 “아무리 봐도 자극적인 내용이 없는데 지원단의 눈에는 자극적으로 비친 이유가 궁금하다”며 “무엇을 위해 지원단이 존재하는지 모르겠다”며 힐난했다.
이에 지원단 관계자는 “대책위의 요구사항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보고했고 방침을 기다리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유족들이 받은 상처는 쉽게 치유되지 않을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