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권 과장’ 자살 기도 전 언론사 인터뷰, 왜?

국정원이 주선.. 권 과장 이용 ‘언론플레이’ 의혹

‘국정원 간첩 조작 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은 국가정보원 권 모 과장의 자살 시도가 형사처벌에 대한 불안과 조사 과정에 대한 불만 때문인 것으로 전해지는 가운데, 국정원이 권 과장 자살 시도 12시간 전 특정 언론사와 인터뷰를 하도록 주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인터뷰 당시 극도의 불안 상태를 보인 권 과장이 자살을 기도하기까지 사실상 방치한 것 아니냐는 지적과 그 배경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권 과장은 지난 22일 오후 1시 30분쯤 경기 하남시 하남대로에 있는 한 빌딩 출입문 앞에 주차된 승용차 안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권 과장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강동경희대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상태가 위중해 오후 6시쯤 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로 이송됐다. 119구급대 관계자는 “유리창을 깨서 차량 문을 열어야 할 정도로 급박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권 과장은 현재도 의식불명 상태이며 국정원이 신변 보호 중이다.

권 과장은 지난 19일 첫 검찰 소환 이후 21일까지 사흘 연속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날은 조사 도중 담당검사에게 수사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고 오후 3시쯤 검찰청사를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검찰이 대공수사국 직원들을 위조범으로 몰아가려 해 심한 모욕감을 느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고 한다.

유서에서 그는 “검찰이 한쪽으로 방향을 잡은 채 수사를 했으며 목숨을 걸고 일하는 국정원 요원들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 KBS
ⓒ KBS

그러면서 권 과장은 21일 매형의 차를 빌려 타고 나가 곧 바로 언론사와 접촉했다. 보도에 따르면 인터뷰는 21일 오후 11시30분부터 다음날 오전 1시30분까지 2시간 동안 이뤄졌다. 이후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권 과장의 행적은 확인되지 않았다.

인터뷰에서 권 과장은 “검찰은 (실체가 아닌) 법만 보면서 법의 잣대만을 들이대 (국정원의) 조직적인 위조 활동으로 몰아붙이고 있다”며 수사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또 “나는 용도 폐기가 돼 이제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나마 연금 하나 보고 살아 왔는데…”라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현직 국정원 직원이 수사 중인 사안을 두고 특정 언론사와 접촉을 했는지는 의문이다. 현행 국정원직원법 17조는 직무와 관련된 사항을 공표하려는 경우 원장의 허가를 사전에 받도록 하고 있다. 게다가 권 가장 같이 비밀엄수를 철칙으로 삼는 대공수사국에서 20년 넘게 근무한 사람이 언론에 대고 사적인 감정을 토로한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국정원이 권 과장을 이용한 언론플레이에 나섰을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검찰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특히 보고 체계가 확실한 국정원 조직 특성상 권 과장이 개인적으로 언론 접촉을 했다고 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한 인터뷰 내내 불안한 심리 상태를 보인 권 과장에 대해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국정원이 신병을 관리하지 못한 데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된다.

한 검찰 관계자는 <한국일보>에 “주요 피의자의 경우 검찰 조사 후 진술 내용까지 꼼꼼하게 챙겼으면서도, 권 과장의 경우 신병 관리를 하지 않은 채 방치를 했다는 건 이해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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