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 “국정원, 유씨 측 증인 찾아가 회유·협박”

유씨 조사 90분 만에 끝나.. “검찰 조사방향 모르겠다”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지난해 초 화교 출신 탈북자 유우성 씨의 1심 재판 과정에서 유 씨의 간첩 혐의에 대한 무죄를 증언하기 위해 국내에 들어온 화교 출신 A씨를 세 차례 찾아가 회유·협박하려 한 정황이 녹취록을 통해 드러났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1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이 공개한 녹취록에서 국정원 직원 세 명은 지난해 1월 두 차례 A씨와 접촉을 시도한 데 이어 지난해 5월에는 급기야 A씨의 사무실에 찾아갔다.

9분 7초 분량인 이 녹취록에는 A씨와 민변 소속 변호사, 국정원 직원들이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녹취록에서 A씨는 “처음에 끌려간 날, 1월 10일 한 번 가고 1월 말인가 설 후에 한 번 보고 (국정원 직원들) 두 번 봤다. 안 만난다고 했는데 또 왔다”고 말했다.

또 “오전 11시 30분부터 12시까지 사무실에 옆에 있으며 날 지켜보고 있었다”며 “지금 나오라고 협박처럼 말했다”고 했다. 이날 국정원 직원은 민변 변호사와 실랑이를 하면서 “아니 우리가 A씨를 만난다는데…”, “아이 개XX가 이거 진짜” 등 험한 말을 하기도 했다.

국정원 직원들이 A씨를 처음 찾아간 지난해 1월은 서울시 공무원 출신 간첩 사건으로 세간이 떠들썩했고, 검찰이 유 씨를 간첩 혐의로 구속기소하려던 시점이었다.

특히 A씨는 2012년 1월 설 연휴 유 씨와 같이 있었던 인물로, 검찰이 법원에 유 씨의 간첩 혐의 증거 중 하나로 제출했던 ‘2012년 1월 설에 유씨가 북한에 들어갔다’는 내용이 조작됐음을 밝힐 핵심 증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변 김용민 변호사는 “A씨가 증인으로 법정에 출석하기 전에 국정원 직원 세 명이 A씨를 찾아갔다”면서 “A씨가 신변에 위협을 느껴 민변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 KBS
ⓒ KBS

한편 12일 참고인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유우성 씨는 들어간 지 1시간 30분 만에 검찰청을 빠져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유 씨가 사건의 핵심 참고인인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으로 빨리 끝난 조사였다.

조사가 끝난 직후 민변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유 씨 변호인 측은 “검찰이 문서위조로 범죄를 한정하려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검찰의 수사 범위에 대한 불만을 제기했다.

변호인 측은 “국정원 지휘라인과 검찰 공안부가 수사 대상에 당연히 포함돼야 한다”며 “하지만 검찰 진상조사팀은 이에 대한 즉답을 피했다”고 전했다.

이어 “국정원과 검찰의 조작 혐의에 대해 물어야 하는데 우리가 제출한 출입경기록 등의 발급 경위만 질문했다”며 “국정원 측의 문서조작과 무슨 상관이 있냐는 항의성 답변을 했다.조사방향이 뭔지 모르겠다”고 거듭 밝혔다.

조사 방식에 있어서도 검찰과 변호인 간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참고인 진술조서 작성을 고집하고 있는 반면 변호인 측은 서면 조사를 주장하고 있다.

유 씨 변호인 측은 “항소심 재판에 해당 진술조서가 어떤 방식으로 사용될지 의구심이 있다”며 “검찰이 공소를 취소하거나 담당검사를 재판에서 배제하고 조사에 착수한다면 참고인 진술에 응하겠다”는 입장을 검찰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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