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사건’ 자살기도 현장 왜 급히 치워졌나

경찰 “단순 자살기도 사건으로 신고.. 통상적 절차 따랐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 위조 의혹과 관련, 국정원 협력자로 알려진 조선족 김모씨(61)가 자살 기도한 현장이 사건 발생 5시간여 만에 깨끗하게 치워진 사실을 두고 의혹이 커져가고 있다.

사건의 중요 참고인인 김모씨가 피로 쓴 ‘국정원 국조원’이라는 글자를 남기고 자살을 기도한 상황에서 수사기관이 조사가 완벽히 끝날 때까지 현장을 보존하지 않고 치우도록 그냥 놔둔 점은 은폐 의혹을 충분히 불러일으키고 있다.

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6일 정오께 취재진이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의 사건현장을 찾았을 때 현장은 자살 기도가 발생한 곳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깔끔하게 치워져 있었고 한창 청소가 진행 중이었다.

일반 투숙객들의 이용도 평소와 다름없이 이뤄졌고 통상적으로 경찰이 증거 수집과 조사를 위해 일정 기간 일반인 출입을 통제하려고 설치하는 접근금지 띠도 없었다.

간첩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피고인 유우성씨 변호를 맡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측은 사건 현장 보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은폐 의혹을 주장했다.

민변 관계자는 “강력 사건에서 현장 보존은 기본”이라며 “자살 시도인지 아닌지 명백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이고 현장에서 피로 글씨를 쓴 흔적이 발견됐다면 조사가 필요한데 현장을 보존하지 않고 정리한 것은 수사의 기초에 어긋난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7일 “서울시 간첩사건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던 인물이라는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호텔 주인의 자살 의심 신고를 받고 출동한 건이어서, 통상적인 단순 자살 기도 사건과 마찬가지로 절차에 따라 처리했다”고 훼손 의혹을 일축했다.

경찰 관계자 등의 말을 종합하면 호텔 주인은 지난 5일 오후 6시 11분께 김씨가 퇴실 시간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자 이상하다는 생각에 바로 112에 자살 의심 신고를 했다고 <연합>은 전했다.

신고를 받은 서울 영등포경찰서 역전파출소 직원들은 호텔 주인과 함께 객실 문을 열고 들어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김씨를 발견, 오후 6시 19분께 119를 불러 김씨를 병원으로 옮겼다.

파출소 직원들은 단순 자살기도 사건으로 생각해 현장에 있던 유서 등 증거물만 수거해 돌아갔다.

경찰은 유서와 자해할 때 쓴 흉기가 발견된 점 등으로 미뤄 타살 혐의점이 없는 일반적인 자살 기도 사건으로 파악,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증거물만 수거하고 접근금지 띠는 설치하지 않았다.

경찰은 이후 김씨가 검찰이 찾고 있던 인물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이를 검찰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에 따르면 경찰은 이후 호텔을 다시 찾아 벽면에 피로 쓰여진 ‘국정원’ 글씨 등 현장 사진을 찍는 등 채증 작업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에는 현장이 보존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경찰이 다시 호텔을 찾기 전인 오후 7시 10분께 사건 현장에 갔고, 이후 처음 출동한 파출소에 들러 수거된 증거물을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은 일단 경찰이 조사를 다 끝내자 호텔 측이 객실 청소를 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경찰이 떠난 뒤 검찰 또는 국정원 관계자들이 호텔을 찾아 현장 정리를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애초 경찰은 사건 현장에서 채증 등 작업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가 현장 훼손 의혹이 일자 채증 작업을 한 사실이 있다며 말을 번복했다.

국정원이 연루된 사건이어서 심적 부담을 느꼈다가 경찰 책임을 지적하는 언론 보도가 잇따르자 태도를 바꾼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고 <연합>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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