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협력자, 또 다른 문서 위조 시도 정황

국정원 일밤 대국민 사과 성명.. ‘꼬리자르기’ 의혹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중국 공문서 위조를 한 적이 없다던 국정원이 대국민사과를 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국정원은 9일 밤 ‘국정원 발표문’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먼저 국정원은 최근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해 세간에 물의를 야기하고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진심으로 송구스럽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국정원은 “이 사건은 국정원이 2012년 10월 탈북자로 위장 입국한 화교 유가려(유우성의 여동생)를 통해 친오빠 유우성이 북 보위부 연계 간첩이라는 진술을 확보한 것에서 시작됐다”며 “2013년 1월까지 내사를 진행한 결과, 화교 유우성이 2004년 4월 위장탈북자로 국내에 정착해 탈북청년 회장과 서울시 계약직 공무원 등으로 공직활동의 토대를 구축하고 2006년부터 2012년까지 5회에 걸쳐 밀입북해 북 보위부로부터 간첩교육을 받아 공작원으로 활동하면서 탈북자 200여명의 성명과 주소 등 신원자료를 북한에 보고한 사실을 알아냈다”고 여전히 유 씨가 간첩이라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이어 “하지만 현재 이 문서들의 위조여부가 문제가 되고 있어 저희 국정원으로서도 매우 당혹스럽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저희 국정원은 조속히 검찰에서 진실 여부가 밝혀지도록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다. 검찰에 모든 자료를 제출하는 등 진실 규명을 위한 협조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국정원은 “수사 결과 위법한 일이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관련자는 반드시 엄벌에 처해서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이번 계기를 통해 거듭나는 국정원이 되겠다”며 “다시 한 번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거듭 밝혔다.

국정원의 이 같은 해명은 유 씨가 간첩인 것은 분명하나 일선요원 개인의 일탈로 무리한 증거조작이 이뤄졌다는 식이어서, 또 하나의 ‘개인적 일탈’로 몰아가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 국가정보원
ⓒ 국가정보원

특히 이는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해 박 대통령과 국정원이 보여준 태도와 똑같다. 지난해 박 대통령은 국정원의 대선개입에 대해 ‘나는 몰랐다’면서 ‘검찰 수사와 재판 결과가 나오면 관련자는 엄단하겠다’고 약속했다. 그 뒤 여론은 잠잠해졌고, 국정원에 맡긴 국정원 개혁은 결국 흐지부지됐다. 더욱이 이번 사건을 일으킨 조직이 ‘당혹스럽다. 관련자는 엄벌하겠다’고 나서는 것 자체가 적반하장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여기에 일부 보수언론들 마저 국정원을 비판하기 시작한 것도 국정원이 사과문을 발표하게 한 배경으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국정원 입장을 대변해 오다시피 한 <동아일보>까지 나서 ‘남재준 책임론’을 펴자 비난의 화살이 남재준 원장에게 집중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꼬리 자르기 의혹마저 낳고 있다.

국정원 주장을 접한 역사학자는 전우용 씨는 자신의 트위터에(@histopian) “문서 위조가 명백해진 지금에도 죄는 인정하지 않고 ‘물의를 일으켜 송구스럽다’는 정도로 면피하려는 저들이, 막상 애먼 사람 잡아다 증거도 없이 간첩으로 몰 때는 '죄를 인정하라'고 얼마나 다그쳤을지....염치가 없어도 너무 없네요”라고 질타했다.

이번 사건을 오랫동안 취재해온 <뉴스타파> 최승호 피디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정원이 송구하다네요. 사과랍시고 일요일 날 아무도 안 볼 때. 국정원은 합동신문센터에서 여동생 유가려에게 가혹행위를 하면서 허위자백으로 조작했고, 1심 재판에서 지자 중국 공문서를 위조해 조작했고, 위조가 들키자 사건을 감추려고 별짓을 다했고, 지금도 탈북자들 동원해서 유우성씨를 간첩이라고 선전해대고 있죠”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조작이 합동신문센터에서부터 수사국, 대언론접촉단위까지 이뤄진 걸 보면 어느 한 조직의 일탈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 같아요. 게다가 사건을 은폐하는 과정에는 남재준원장도 관여됐다고 봐야겠죠”라며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문서 위조에 가담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편, 지난 5일 자살을 시도한 국가정보원 협력자 김 모 씨가 올해 1월 중국 산둥성 칭다오시에서 중국 변호사를 만나, 간첩 혐의를 받고 있는 유 씨의 중국-북한 출입경기록에 대한 중국 상급기관의 공증 가능성 여부를 타진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한겨레>가 전했다. 이런 김 씨의 행적은 국정원 쪽이 또 다른 문서 위조를 시도한 정황을 보여준다.

중국 칭다오의 한 중국인 변호사는 9일 “지난 1월20~28일 쯤 평소 알고 지내던 김씨가 ‘칭다오에 왔다’며 연락이 와 만났다. 이 자리에서 김 씨가 유 씨의 출입경기록 문건을 보여주며 ‘한국에서 검찰 쪽에서 받은 것’이라고 하면서 ‘어떻게 하면 중국 상급기관에서 확인을 받을 수 있겠느냐’고 했다”고 밝혔다.

또한 “한국 재판에 증거로 내려면 이 문건에 대한 중국 상급기관의 정식 확인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되겠느냐고 물어봤다”며 “문서에 대한 공증을 받으려면 상급기관의 공식 절차에 따라야 한다. 다른 방법은 없다고 자문해줬다”고 덧붙였다.

앞서 김 씨는 지난해 12월 중순 한국에서 국정원 직원의 부탁을 받고 중국으로 건너가 중국 삼합변방검사참(세관)의 공문서(답변서)를 위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은 지난 7일 보도자료를 내 “삼합변방검사참 답변서 입수 비용은 김 씨한테 이미 지불하였고, (김씨의) 유서에 나온 ‘가짜서류 제작비 1000만원’과 관련된 문건은 답변서와 전혀 별개로, 김 씨가 지난 2월 말 입국 때 제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김 씨가 지난해 12월 삼합변방검사참 문서에 이어 지난 1월에도 유 씨의 출입경기록과 관련한 자료를 조작한 뒤 중국 기관의 공증을 받아 한국 법정에 내려고 활발하게 움직였다고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다. 국정원도 김 씨가 2월 말에 가져온 서류에 대해 “진위를 판단하기 위해 요구 금액을 지급하지 않고 유예한 바 있다”고 말해, 김 씨가 또 다른 위조 문건을 가져왔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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