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검찰 수뇌부, 원세훈 공소장 변경 또 방해?

검찰 지휘부 가로막아 국정원 직원 소환 20일 늦춰져

법무부와 검찰 지휘부가 국가정보원의 트위터 글 121만여건과 관련,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늦추려 한 정황이 드러나며 ‘수사 방해’ 의혹이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국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외압을 행사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법무부와 검찰 지휘부가 수사 과정에서 특별수사팀의 정상적인 수사절차를 여러 차례 막고 나선 정황이 추가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한겨레>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윤석열 전 특별수사팀장이 국정원 직원 3명을 체포한 직후 특별수사팀이 추가로 직원 4명을 부르는 과정에서 검찰 지휘부가 가로막는 바람에 20여일 동안 소환조사가 늦춰졌다.

당시 특별수사팀은 윤 전 팀장이 보고 누락 등의 사유로 직무에서 배제된 뒤 검찰 지휘부에 트위터 글과 관련된 국정원 직원 4명을 불러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특별수사팀으로서는 이들이 증거를 인멸하거나 사전에 진술을 짜 맞출 우려 때문에 조사가 시급한 상황이었다.

국정원직원법은 국정원 직원에 대한 수사를 시작하고 마칠 때 국정원장에게 통보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소환조사를 할 경우 국정원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이에 따라 특별수사팀은 국정원에 직원 4명에 대한 출석 요구서를 보내려고 했으나 이진한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가 이를 막았다고 한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이 차장이 국정원과 사전에 직원들의 출석을 조율하겠다면서 20여일 동안 소환조사를 못하도록 했다는 것.

특별수사팀이 조사를 서둘러야 한다며 재촉한 끝에 11월7일에야 국정원 직원 4명을 불러 조사할 수 있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이 조사를 막지는 않아서 해당 직원 4명이 출석하려고 했다”며 “당시 검찰 내부에서 입장을 정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
ⓒ'국가정보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추가로 국정원 직원 4명을 부르는 데 20여일이 걸린 걸 보면 윤 전 팀장이 지난달 17일 사전 보고 없이 국정원 직원 3명을 체포한 이유가 설명된다”며 “당시 법원의 영장을 받아 압수수색과 체포를 하지 않았다면 이번 트위터 글 수사는 진행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한겨레>에 말했다.

특별수사팀이 확보한 트위터 글 가운데 대선 및 정치 개입 소지가 있는 것을 가려내기 위해 전문 업체에 분석을 의뢰했는데, 이 또한 처음엔 법무부와 검찰 지휘부가 막았다는 의혹도 있다.

특별수사팀은 지난달 중순 국정원 직원의 전자우편에서 376개의 트위터 계정을 확보하고 이 계정에서 올린 전체 트위터 글을 파악하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특별수사팀이 업체에 의뢰를 하겠다고 보고하자 ‘윗선’에서 처음에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못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진한 차장이 새로 발견된 121만여건의 트위터 글에 대해 공소장 변경을 하지 말고 법원에 ‘참고자료’로 내자는 의견을 제시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이날 “이 차장이 참고자료 정도로 내자는 의견을 강력히 제기했다는데, 그 뒤에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있었을 것이고 그 뒤엔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있다는 건 삼척동자도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 차장은 이와 관련해 “내부 논의 과정을 다 얘기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팀원들 사이에 합리적 결론을 내려면 여러 의견이 나와야 하고 최종 결론이 나면 거기에 따라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법무부와 검찰 지휘부가 고의적으로 늦추려 하자 특별수사팀 검사들은 ‘허가를 미루면 출근하지 않겠다’고 거세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법무부와 검찰 지휘부가 직접적으로 ‘수사를 하지 말라’고는 하지 않았지만 트집을 잡는 방식으로 시간을 끌어 법원이 요청한 공소장 변경 마감일을 넘기게 만드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일과시간에 공소장 변경 신청을 하려고 하자 마지막에 또 이런저런 문제를 삼아 저녁 늦게야 변경 신청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검 고위 관계자는 “지난 19일 대검이 법무부에 구두보고를 했고 보고서를 보내 달라고 해서 20일 오전 법무부에 전달했다”며 “절차대로 했을 뿐 수사방해는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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