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전부터 원래 재산 많아…훗날 역사적 평가는 신경 안 써”
전두환씨를 17년 동안 보좌한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이 최근 전씨의 근황을 전하며 “생애 가장 힘든 세월을 통과하고 있지만 심신은 모두 건강하다”고 밝혔다. 민 전 비서관은 또 전씨가 “취임 전부터 원래 재산이 많았다”며 재산 증식에 불법 정치자금이 섞이지 않았다고 주장 했다.
6일 민정기 전 청와대 비서관은 ‘보도 참고 자료’를 통해 전씨의 근황을 전했다. 민 전 비서관은 “퇴임 후 25년 동안 가해진 박해와 비난과 능멸은 이제 일상”이라며 “요즘 상황이 새삼스럽지 않다. 힘들어하는 가운데서도 평상심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민 전 비서관은 ‘29만원’ 이라던 전씨의 재산에 대한 언론 보도에 대해서도 해명하고 나섰다.
민 전 비서관은 “전 재산이 29만원이라고 한 것이 아니라 압류된 유체동산 가운데 현금 재산으로 29만원짜리 통장이 포함돼 있다는 얘기”라며 “일부 언론 매체가 사실을 왜곡해서 전 재산이 29만원뿐이라고 했다고 보도했고, 그 뒤 많은 언론과 정치인이 사실을 확인하지 않은 채 배짱을 부린다고 매도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치권에서 전씨에 대한 경호와 국립묘지 안장 등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민 전 비서관은 “특정인을 겨냥한 처분적 입법이 줄을 잇고 있는데 법조계에서 개탄의 목소리가 한 마디도 나오지 않는다”며 “우리 지식인 사회에 양식이 없다는 반증”이라고 강변했다.
그는 “전 전 대통령은 훗날 어떤 역사적 평가를 받게 될 것인가에 별로 괘념치 않는다”라며 “육신의 흔적을 어떻게 남기느냐는 초탈해 있다”고 밝혀 국립묘지에 안장하지 않아도 좋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이밖에도 검찰이 현재 전씨의 미납 추징금 환수작업을 벌이는 것에 대해 “취임 전부터 원래 재산이 많았다”며 재임 시 받은 불법 정치자금이 재산 형성과 증식에 사용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민 전 비서관에 따르면 재산의 대부분은 전시가 영관급 장교이던 1960~1970년대 장인인 고 이규동씨가 자신이나 전씨 그리고 장남 이창석씨 등의 명의로 취득했다. 그는 이창석씨 소유로 있던 경기 오산 일대 임야와 현재 시공사 사옥이 들어선 서울 서초동 땅, 성남 하산운동 일대 토지 등을 사례로 언급했다.
또한, 전씨가 월남에 파병됐을 당시 부인 이순자씨가 자택을 지은 연희동 땅도 1969년 취득했고, 이들 땅의 재산가치가 1970년대 이후 도시개발 등으로 크게 불어났지만 취득 당시에는 별 볼일 없었다고 설명했다.
민 전 비서관은 “1983년 공직자 재산등록 때 전씨 내외가 각각 20억, 40억원 정도의 재산을 신고했고 현재 가치로 따지면 최소 수백억원”이라며 “대통령 취임 전에 조성됐다는 증빙 서류가 첨부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 전 비서관은 대통령 취임 전 재산에 대해 장인 이규동씨가 “집안 살림은 나한테 맡기고 군무에만 전념하라”며 증식시켜 줬으며 “덕분에 전 전 대통령은 박봉이지만 봉급을 한 푼도 안쓰고 모았고 이순자 여사는 편물을 배워 부업을 했다”고 밝혔다.
한편, 전씨 측은 5일 과거 뇌물수수 사건의 수사기록 일체를 열람하게 해달라는 신청을 검찰에 냈다. 전씨 측은 당시 기업들로부터 받은 돈을 정치 활동비로 다 썼고 나머지는 검찰에 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민 전 비서관은 이날 “이번 자료 발표가 전 전 대통령의 지시나 위임에 의한 것이 아닌만큼 전 대통령의 입장과 생각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다”며 “관련 내용은 민정기 개인의 생각을 밝힌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