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씨의 ‛비자금 조력자’로 거론되고 있는 류창희 씨가 전씨 일가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이 진행되기 전날 급하게 이사를 가는 모습이 포착돼 증거인멸 의혹을 사고 있다.

24일 <한겨레>는 지난 19일 저녁 전두환 씨의 차남 전재용 씨의 사업 파트너인 류창희 씨가 서울 성북구 성북동의 한 가정집에서 짐을 싸서 1.4t 이삿짐 트럭에 싣고 나가는 장면을 단독보도했다. 이삿짐에는 테이프로 봉인된 상자 여러 개가 포함돼 있었다. 검찰은 16일 전두환 씨의 자택을 비롯해 17일에는 전씨의 친인척 등의 자택과 류씨의 자택에 대해 이뤄졌다. 하지만 짐이 나간 류씨의 성북동 거주지에 대해선 19일까지 압수수색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 ⓒ 한겨레 인터넷판 캡처

<한겨레>는 “검찰이 주소를 잘못 알아 다른 곳으로 압수수색을 나갔다고 (류씨에게) 들었다. 이곳에는 검찰이 오지 않았다”는 류씨 가족의 말을 전했다. 검찰이 17일 압수수색한 류씨의 자택은 이전 거주지인 서울 종로구 명륜3가인 것으로 알려졌다. 류씨는 검찰이 자신의 이전 주소지를 압수수색하자 증거인멸을 위해 급히 짐을 옮기려 한 것으로 <한겨레>는 분석했다. 검찰은 뒤늦게 20일 류씨의 성북동 집을 압수수색했지만 별다른 점을 찾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류창희 씨는 2000년대 초반 재용씨와 함께 부동산투자업체 비엘에셋과 웨어밸리라는 회사를 운영했다. 그는 현재 재용씨가 대표로 있는 비엘에셋에서 이사로 일했고, 그의 아버지도 2001~2006년 비엘에셋의 대표였다.

지난 2004년 검찰수사 때는 류씨의 아버지 명의가 재용씨가 전씨의 비자금으로 부동산을 매입할 때 차명으로 이용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 류씨의 누나도 재용씨가 대표였던 의료기기회사 뮤앤바이오에 이사로 등록되기도 했다. 이처럼 류씨와 그의 가족들이 재용씨 사업 곳곳에 등장하는 정황들이 류씨가 비자금 관련 핵심 관계자로 지목돼 온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