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씨(82)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의심받는 처남 이창석씨(62)와 전 사돈인 윤광순씨(79), 차남 전재용씨(49) 소유 회사 등 3자가 전씨 퇴임 후 출처가 불분명한 자금으로 서울 강남의 땅을 매입해 주유소 사업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주유소의 주인이 누구였는지에 대한 주장이 서로 엇갈리고 소유권 관계도 분명치 않아 이 주유소가 전씨 비자금 세탁 통로의 일부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2일 <한겨레>는 전씨 차남 재용씨가 소유하고 있는 음향기기 수입업체 삼원코리아가 전씨 퇴임 5일 뒤인 1988년 2월 29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땅 770.7㎡을 샀다고 보도했다. 이곳은 1990년대에 3.3㎡당 1500만원을 호가했고 올해 공시지가는 3.3㎡당 4356만원으로 100억원이 넘는 땅이다.

전씨의 사돈 윤광순 전 한국투자신탁 사장은 1990년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 332.8㎡를 매입했다. 이 땅은 올해 공시지가가 3.3㎡당 3260만4000만원으로 전체 가격이 32억 8800여만원에 달한다.

<한겨레>에 따르면 윤씨는 1983년 10월부터 1995년 10월까지 한국투자신탁에 만든 청와대 경호실 명의의 계좌에 ‘전두환 비자금’ 1020억원을 관리한 혐의로 1995년 12월 서울지검 특별수사본부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당시 비자금 계좌의 돈은 대부분 출금돼 도곡동 땅 매입 자금이 해당 계좌에서 나왔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사업자금 출처를 의심받아온 삼원코리아의 역삼동 땅 매입 자금 역시 출처가 불분명하다.

▲ ⓒ'SBS'캡처

윤씨는 도곡동 땅에 1993년 7월 10일 주유소를 완공했고, 역삼동 땅에도 1990년께 주유소 운영을 시작했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두 주유소는 같은 정유사의 석유를 팔았고, 지금은 이 주유소들이 모두 없어져 사업자등록증 등을 확인할 수 없지만 주유소 관련 근저당 등을 확인해보면 윤씨는 삼원코리아와 함께 주유소 사업주로 기록돼 있다.

<한겨레>에 따르면 주유소는 정유사로부터 기름을 공급받을 때 주유소 사업주가 채무자로 근저당을 설정하는데 윤씨는 자신 명의의 도곡동 땅을 담보로 근저당을 설정했을 뿐 아니라 삼원코리아 소유의 역삼동 땅에도 공동채무자로 근저당을 설정했다. 이는 윤 전 사장과 삼원코리아가 사실상 명의를 한 몸으로 이용했음을 알 수 있다.

<한겨레>는 1993년 12월 28일 삼원코리아는 석유 판매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고 역삼동과 도곡동 땅은 2001년 5월 15일과 2002년 3월 27일 처분됐다고 전했다. 윤씨의 땅이 처분되고 나흘 뒤 삼원코리아는 석유 판매업을 사업목적에서 삭제했다.

이창석씨는 땅 매매와 주유소 운영과정에서 서류상 등장하지는 않지만 <한겨레>에 이들 주유소 사업을 자신이 벌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겨레>는 윤씨는 명의만 빌려줬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면서 윤씨 명의의 주유소가 있던 도곡동 땅에는 재용씨가 이씨와 함께 비자금 세탁 목적으로 운영했다는 의심을 받는 삼원유통의 서울지점도 자리 잡고 있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윤씨는 <한겨레>에 “(명의를 빌려준 게 아니라) 내 주유소였다. 이창석씨 회사 직원이 주유소 운영 경험이 있어 (운영을 이창석씨에게) 맡겼다. (전씨 일가와) 다른 관련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도곡동 땅에 삼원유통 지점이 있었던 사실과 삼원코리아와 공동채무자로 본인의 명의가 등장하는 데 대해서는 “처음 들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