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케이블 노이즈마케팅 ‘합작품’”…진중권 “정계 복귀 못해”
종합편성채널 ‘시사예능’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부상한 강용석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지난 주말 <SBS> 박상도 아나운서가 “돈 세탁하듯 이미지도 세탁이 가능하다는 것을 느낀다”고 일침을 가해 온라인상에서 뜨거운 논쟁이 일었다.
강용석 전 의원의 호감도 ‘급상승’의 배후에 일각에선 ‘이미지 세탁’을 시도해 온 강 전 의원과 노이즈 마케팅을 펼친 종편·케이블의 합작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가 하면,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한 공중파 방송의 자성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 14일 박 아나운서는 전·현직 언론인들이 운영하고 있는 칼럼사이트 <자유칼럽그룹>에 ‘강용석의 변신은 무죄?’라는 기고문을 통해 “예능의 새로운 아이콘이 된 강용석 씨를 보며 돈 세탁하듯 이미지도 세탁 가능하다는 것을 느낀다”며 “오늘과 같은 날이 올 것을 예견했지만 이 정도로 대중의 태도가 급변할 줄은 몰랐다”고 적었다.
박 아나운서는 “스스로 자신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인 ‘썰전’을 통해 ‘예능으로 이미지 세탁’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그는 자신의 꿈은 대통령이라는 말을 거침없이 하고 있다”며 “이런 그의 행태를 보면서 ‘그냥 웃자고 한 말이겠지’라고 생각하다가도 마음 한구석에서 ‘도대체 대중에 얼마나 우스우면 저럴까?’하는 분노가 생겨난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강용석 씨는 좋은 일로 유명해진 사람이 아니다. 대중의 지탄을 받던 사람이었다. 방송은 논란의 중심에 있던 사람을 좋아한다. 왜냐면 사람들이 궁금해하기 때문”이라며 “방송사도 대중을 쉽게 생각하는 것”이라고 강용석 전 의원을 출연시키는 방송사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박 아나운서의 쓴소리에 네티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이며 논쟁을 벌였다. 일부 네티즌들은 2010년 “아나운서는 다 줄 생각을 해야 한다”는 발언과 개그맨 최효종을 국회의원 집단 모욕죄로 고소했다가 취하하는 등 물의를 일으킨 인물이 예능을 통해 이미지 변신을 꾀하는 것을 비난했다. 그러나 혹자는 “사적 대화가 주홍글씨도 되느냐”, “대중을 가리키려 든다”고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박 아나운서의 발언에 언론계에서는 종편과 케이블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미디어오늘>의 민동기 기자는 칼럼을 통해 “종편과 케이블은 시청률과 후발주자로서 ‘틈새전략’을 위해서라면 ‘과거 이력’은 크게 상관하지 않는 방식을 택했다”며 케이블과 종편의 섭외기준 자체가 느슨했다고 꼬집었다.
민 기자는 “‘강용석 씨의 이미지 세탁’은 강 씨와 방송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에 가능한 측면이 있다”며 “방송을 자신의 이미지 개선에 활용하려는 강용석씨와 ‘노이즈 마케팅’을 통해 시청률 상승효과를 노린 케이블과 종편의 이해가 맞아 떨어진 결과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김민기 숭실대 언론학과 교수는 17일 ‘go발뉴스’에 “성추행 가까운 발언을 한 사람은 대부분 사회에서 퇴출 되다시피 했는데, 종편에서는 오히려 스캔들러스한 면을 활용해 관심과 화제성을 높였다”며 “종편들은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인사에 대해 호기심을 갖는 시청자의 노이즈를 높일 수 있는 부분을 이용해 우리 사회에 긍정·부정 작용을 고민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도 <엔터미디어>에 기고한 칼럼을 통해 “<썰전>에서 허지웅은 ‘<썰전>이 강 전 의원에게는 <힐링캠프>’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이 말은 강 전 의원이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것에 대한 축하의 의미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비판적인 의미도 들어있다”며 “박 아나운서가 제기한 문제제기는 그저 강용석 한 사람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다는 작금의 방송 행태에 대한 비판으로 여겨지는 면이 있다”고 밝혔다.
김민기 교수는 강 전 의원의 종편 출연에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 지상파의 책임도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지상파에서 토론 프로가 활성화 되고 제 역할을 다 했더라면 사회적 물의를 빚은 인물이 재기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기존의 언론은 이런 부분에서 한번 문제가 됐던 사람에 대해 엄격하고 상당한 근신을 해야 나올 수 있게 했는데 비해 종편은 ‘악명 높은 것도 좋은 것’이라는 차원에서 출연시켜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민동기 기자도 “‘강용석 예능대세론’ 이면에 지상파가 제대로 역할을 못한 측면이 있다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며 “지상파 프로그램에서 진보·보수논객이 자유롭게 토론을 벌이고 시사현안에 대해 ‘할 말을 해왔다면’ 강용석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파고들어갈 수 있는 여지가 있었을까. 그런 점에서 박 아나운서의 강용석 비판에서 읽어야 할 포인트는 지상파 방송의 자기반성인지도 모른다”고 칼럼을 통해 꼬집었다.
또한, 강용석 전 의원의 ‘이미지 세탁’ 논란이 거세자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정계 복귀는 불가능하다”고 못 박기도 했다.
진 교수는 트위터에 “그가 방송에만 머문다면 무죄. 그걸 자산으로 정치에 다시 들어오려 한다면 유죄겠지요. 강용석 자신은 다시 정치할 거라 말하지만 그건 본인 생각일 뿐, 아마 불가능할 겁니다”라며 “세상은 적어도 그가 생각하는 것만큼은 호락호락 하지 않아요. 예능감을 뽐낼 때의 강용석은 방송인일 뿐, 그가 정치로 복귀한다면 시청자들은 바로 다른 잣대를 들이댈 테니까요”라며 방송과 정치의 개념에 선을 그었다.
한편, 강 전 의원은 <JTBC>와 <tvN>에서 각각 <썰전>과 <강용석의 고소한 19> 진행을 맡고 있으며 지난 3월 ‘SNL코리아’의 ‘위켄드업데이트’에 출연해 시청자의 주목을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