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폐쇄 <한국>…<연합> 도배 ‘짝퉁 일보’ 발행

기자들 내쫓고 퇴사처리…김용민 “충성파, ‘망한국일보’라 부르자”

<한국일보> 사측이 용역 업체를 동원하는 등 편집국을 폐쇄하는 언론 초유의 사태를 일으킨 가운데, 17일 평소보다 8면이 줄어든 24면 분량의 <연합뉴스> 기사로 도배된 ‘짝퉁 신문’이 발행돼 비난 여론이 거세다.

사측은 지난 15일 20여명의 용역 업체 직원들과 서울 남대문로 한국일보 편집국에 들이닥쳐 당직 기자 2명을 건물 밖으로 내쫓고 문을 봉쇄했다. 이에 <한국> 기자 120여명은 편집국 진입을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사측은 비상계단과 엘리베이터를 봉쇄, 사내 전산 시스템에 등록된 기자 아이디를 모두 삭제 처리했다.

사측은 기자들에게 ‘회사의 사규를 준수하고 회사가 임명한 편집국장 등의 지휘에 따라 근로를 제공할 것임을 확약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근로제공 확약서’에 서명을 강요하고 거부한 기자들을 내쫓은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경찰과 기자들이 열쇠로 편집국으로 통하는 문을 열려고 하고 있다. 편집국으로 향하는 문을 막고 있는 용역 직원. ⓒ트위터(미디어몽구)
16일 경찰과 기자들이 열쇠로 편집국으로 통하는 문을 열려고 하고 있다. 편집국으로 향하는 문을 막고 있는 용역 직원. ⓒ트위터(미디어몽구)

17일자 신문은 편집국 간부와 사측의 입장에 동조하는 10여명이 발행했다. <한국> 비대위에 따르면, 지면의 대부분은 <연합> 등 통신사 기사들로 채워졌고, 논설위원들의 사설 집필 거부로 정치부 데스크가 3개 사설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면 편집은 자매사 <서울경제> 편집기자를 동원했다.

사측은 1면에 게재한 사고를 통해 “인사발령에 불만을 품은 편집국 전직 간부와 일부 기자들의 반발로 40일 넘게 정상적인 신문 제작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16일 신임 편집국장(직무대행)과 신임 부장, 그리고 지면 제작에 동참한 기자들이 신문제작 정상화에 팔을 걷고 나섰으며 적잖은 기자들이 신문 제작에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자발적으로 기사와 사진을 보내오고 있다”고 밝혔다.

1면에 실린 <한국일보>의 사고 ⓒ'한국일보'온라인판 캡처
1면에 실린 <한국일보>의 사고 ⓒ'한국일보'온라인판 캡처

사측은 이어 “그간 일부 편집국 전직 간부와 노조원들이 점거해 오던 편집국을 되찾고 언론사 본연의 임무인 신문 제작을 바로잡았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 노조 비대위에 따르면, “전체 기자 195명 중 16일 노조의 항의 농성에 참여한 기자가 132명이며 특파원 근무, 연수 및 휴가 등의 사정으로 부득이하게 불참한 기자를 포함하면 현재 장재구 회장의 지시에 따라 제작에 참여하는 기자는 14명뿐”이라고 반발했다.

앞서 지난 5월 29일 <한국> 노조 비대위는 장재구 회장이 개인적 빚 탕감을 위해 200억원 상당의 손해를 회사에 끼쳤다며 장 회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이어 지난달 1일 사측이 이영성 편집국장을 보직 해임하자 ‘보복 인사’라고 편집국 기자들이 반발하고 나서면서 이중 편집국이 운영되는 등 갈등을 빚어왔다.

이와 관련, <한겨레>는 17일자 1면에 “장재구 회장 퇴진”을 외치는 <한국> 기자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실었고, 사설을 통해 “자유로운 사고와 비판 정신이 생명인 기자들에게 굴종을 강요했다는 것만으로도 장 회장은 언론사 사주로서의 자격을 의심받기에 충분하다”고 비난했다.

<한겨레>는 이어 “장 회장에게 59년 전통의 <한국>을 아끼는 마음이 있다면 즉각 편집국 봉쇄를 풀고 신문이 정상 발행되도록 해야 한다”며 “검찰도 신속하고 철저하게 의혹을 규명하고 진상을 밝혀야 한다. 언론사 사주와 관련한 사안이라고 눈치를 보거나 미적대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한국>의 ‘편집국 봉쇄’라는 언론 초유의 사태에 SNS에서는 비난 글들이 쏟아졌다. 김용민 교수는 트위터에 “편집국을 용역이 가로막고, 충성서약서를 쓰는 사람만 기자로 인정하겠다는 한국일보. 충성파들에 의해 신문이 나오면 우리는 그걸 ‘망한국일보’라고 부릅시다”라는 글을 게시했고, 시사인 고재열 기자도 “오늘자 한국일보.. 아니 ‘연합뉴스일보’...기자들은 어디에? 다른 신문 1면에.. 데자뷰 쩐다”는 글을 올렸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소장도 “한국일보 편집국 폐쇄하고 기자들에게 ‘근로계약 확약서’를 쓰라? 마치 군부독재시절 안기부 같다. 이것 하나만으로 한국일보 사주가 언론사를 경영할 자격이 없음을 보여준다”고 쓴소리를 내뱉었고, 서해성 교수도 “쫓겨난 한국일보 기자들이 계단에 서 있다. 펜 한 자루를 지키기 위해 정론은 이 밤, 홀로 싸우고 있다”는 글을 게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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