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빈 교수, 유골 감식결과 발표…국대위 “타살증거 명백”
그간 많은 의혹이 제기돼왔던 고 장준하 선생의 사인(死因)에 대해 “먼저 머리를 가격당한 후 추락에 의해 엉덩이 뼈가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이 나왔다. 사실상 ‘타살’로 본 셈이다. 이는 장 선생이 1975년 등반 도중 ‘실족사’했다는 발표 결과를 뒤집는 것이어서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 4개월간 장 선생의 유골 감식을 맡은 법의학자 이정빈 서울대 명예교수는 26일 오전 서울 효창동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장준하 선생 유골정밀감식결과 국민보고대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교수는 장 선생의 시신에서 △출혈이 거의 발견되지 않은 점 △찰과상이 별로 없는 점 △어깨부분에 별다른 손상이 없는 점 등을 그 근거로 들었다.
지난 1975년 8월 17일 경기도 포천 약사봉 등반 도중 서거한 장 선생의 유골은 지난해 8월 이장과정에서 원형 모형의 두개골 함몰 골절이 발견돼 타살의혹이 더욱 증폭됐다. 당시 유족과 장준하기념사업회 측은 정부에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했지만 명확한 답변을 받지 못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는 지난해 9월 대정부 질문에서 이 사건에 대해 “이미 과거 2차례 조사를 했던 사안으로서 현재로서는 정부 차원에서 조사를 할 수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후 국대위와 민주통합당은 공동으로 장준하선생 사인진상조사 공동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장 선생의 유해는 지난해 12월 서울대 의대로 옮겨져 정밀 감식에 들어갔다.
이 교수에 이어 검토의견 발표에 나선 안경호 국대위 조사연구위원장은 “약사봉 (사고) 현장은 등산과 하산이 불가능하다. 약사봉에서 추락사했다면 온몸에 많은 상처가 발생해야 함에도 추락해 나온 상처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안경과 시계, 보온병도 깨끗하게 시신옆에 보존돼 있다. 이는 추락사가 아님을 방증한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셔츠와 바지도 찢어지지 않았고 실족흔적이나 방어흔적이 없었다. 가장 약한 갈비뼈와 하악골에서도 골절이 발견되지 않았다”며 “(장 선생은) 약사봉에서 추락해 사망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보다 더 명백한 타살 증거가 필요하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날 보고대회에는 장준하 선생의 장남 장호권 <사상계> 대표 등 유족들과 이부영 상임공동대표를 비롯한 장준하선생 암살의혹규명 국민대책위원회(이하 국대위) 측 인사들,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등이 참석했다.
한편, 장 선생의 유해는 30일 서울광장 분향소에서의 발인제,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의 노제를 거쳐 이날 오후 2시 경기도 파주시에 위치한 장준하 공원에 안장된다. 전시회는 다음날인 31일까지 열린다.
장 선생의 분향소는 28일 정오부터 30일 오전 9시까지 서울광장에 마련돼 일반 시민들의 조문을 받는다. 29일에는 서울 대한문 앞에서 추모문화제가 개최된다. 장 선생의 ‘불꽃같은 삶’을 돌아볼 수 있는 추모전시회는 지난 23일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시작됐으며 오는 31일까지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