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유신은 위헌”…남은 것은 의문사 진상규명
유신헌법에 대해 반대 투쟁을 벌였다는 이유로 옥고를 치렀던 고(故) 장준하 선생이 재심을 통해 39년만에 무죄 선고를 받았다. 이에 고상만 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조사관은 “박정희 정권에 대한 사실상 유죄 판결”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6부(유상재 부장판사)는 24일 장준하 선생의 유가족에 대한 재심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장 선생은 1974년 유신헌법의 개정을 주장하고 개헌청원 100만인 서명운동 등을 벌이는 등 박정희 정권에 항거했다는 이유로 대법원에서 징역 15년, 자격정지 15년 확정판결을 받았었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1호는 2010년 12월 대법원에서 위헌·무효임이 확인됐다” 며 “이는 재심 대상 판결에서 유죄의 근거이며 형사소송법 325조에 의해 고인에게도 무죄를 선고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이어 “재심 청구 이후 3년이 넘도록 유족들에게 적절한 조취를 취하지 못한 점을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역사정의실천연대 안경호 운영위원은 ‘go발뉴스’와의 통화에서 “긴급조치는 박정희 정권이 민주화 운동의 참여자들에게 족쇄를 채우기 위해 만든 법”이라며 “이미 대법원에서 긴급조치 1호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는 것은 이들에게 죄가 없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안 위원은 “이번 장준하 선생의 무고죄 선고는 재판부 스스로 판단한 소신있는 선고”라며 “중요한 시사점은 검찰조차도 장 선생에게 무죄 구형을 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고상만 전 조사관도 ‘go발뉴스’에 “대통령 긴급조치 1호 및 2호의 시작은 장준하 선생으로 시작됐다”며 “(본인이)사건을 조사할 때 당시 중앙정보부에서 ‘긴급조치 1호와 2호는 장준하 한 사람을 잡으려 발표한 조치다’라는 진술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법부의 무고죄 선고에 대해 “한 사람을 잡으려 법을 남용했던 박정희 정권에 대한 사실상 유죄의 판결이다”고 말했다. 고 전 조사관은 “역사적인 교훈을 남긴 사법부의 용기를 인정하며 오늘의 판결을 통해 사법부가 반성을 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서는 안 될 것”이라며 “참 슬픈 판결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소회했다.
앞서 박정희 유신독재에 맞서 민주화 운동을 벌여온 장준하 선생은 1975년 8월 산행을 갔다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에도 타살설이 제기됐으나 정부는 실족에 의한 추락사로 발표했다.
이후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대통령소속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설립되어 3년 동안 장준하 사건을 조사했지만 결국 사인을 밝히지 못했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장 선생묘소 이장 과정에서 두개골에서 함몰된 흔적이 보이며 타살 의혹이 강하게 제기됐다. 현재 장준하 선생 암살의혹규명 국민대책위원회가 발족되어 진실을 밝혀내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