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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호권 “장준하 선생 내몸 빌려 뜻 이루려는듯”[인터뷰] “‘박근혜 정부’ 호칭 교만, 절반 국민 생각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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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용필 기자  |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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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2.11  09:31:46
수정 2013.02.15  08:5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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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호권 <사상계> 대표 ⓒ 장준하선생 암살의혹규명 국민대책위원회 백찬홍 공동대표 제공
“‘그 분’이 돌아가신지 39년이 됐는데 원하는 나라가 될 때까지 뜻을 펴기 위해 자식의 몸을 빌려 혼이 들어온 것 같아요. 몸은 나 자신이지만 내 정신과 마음에 들어와 살고 계신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호권 <사상계> 대표는 ‘누구의 아들’이 아닌 ‘자기 자신’으로 살고 싶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부친의 뜻을 이루고 난 후에야 자신의 ‘짐’을 벗고 ‘인간 장호권’으로 살겠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부친의 그늘’을 두고 ‘숙명’이라고 했다.

잘 알려진 대로 장 대표의 부친은 우리 현대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고 장준하 선생이다. 장준하 선생은 일제 강점기에는 독립군 장교로 활약했으며 해방 이후에는 시대를 이끈 불세출의 잡지 <사상계>를 이끌었던 참 언론인이었다. 군사 독재 치하에서는 여러 번의 옥고를 치루면서도 정면으로 군사정권에 맞서며 야권의 거물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장 선생의 장남인 장 대표는 이 같은 부친의 행보를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지켜봐왔다. ‘장준하의 아들’이라는 이유로 인해 고된 삶을 살아왔지만 예순을 훌쩍 넘긴 지금도 부친의 뜻을 이어가기 위해 묵묵히 ‘가시밭길’을 걷고 있다. 최근 ‘go발뉴스’와 인터뷰를 가진 장 대표는 아직도 부친에 대해 ‘아버님’이 아닌 ‘장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쓰고 있었다.

“장 선생님에게 죄를 지은 것은 국가가 아닌 위정자들”

최근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역사적 의미’가 담긴 판결이 나왔다. 지난 1974년 긴급조치 1호 위반 혐의로 징역 15년을 언도받았던 장준하 선생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내린 것이다. 39년만의 일이다. 이에 대한 소감을 묻자 장 대표는 “소감을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오랜시간이 걸렸다”고 말문을 열었다.

“39년이면 강산이 네 번 바뀌는 시간이죠. 언젠가는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우리나라 역사가 바뀔 때가 된 모양입니다. 국민이 요구하는 사회적인 변화가 법원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고마운 생각도 들지만 착잡하고 이제부터 할 일이 많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재판부는 재심 판결문에서 장 선생을 “나라의 근본과 민주적 가치를 바로 세우고자 일생을 헌신하셨던 우리 민족의 큰 어른이자 스승”이라고 평가하며 “이 자리는 고인께 국가가 범한 지난 날의 과오에 대해 공적으로 사죄를 구하는 자리”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장 대표는 “과거 잘못된 권력에 대한 굉장한 자성”이라는 생각을 나타냈다.

“무죄판결도 기쁘지만 (재판부의) 사과를 보고 이 나라 사법부가 제 길을 찾아가는 계기가 마련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법부는 ‘없는 백성’들이 기댈 수 있는 마지막 보루가 아닙니까. 그것이 제 길을 찾아간다는 느낌입니다.”

   
▲ 고 장준하 선생 ⓒ 장준하기념사업회

부친에 대한 ‘잘못된 판결’을 사법부가 인정한 만큼 유족의 입장에서는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청구를 고려해볼 만한 상황이다. 하지만 장 대표는 고민 중이라고 했다. 여기에는 나라를 사랑하는 그의 마음이 짙게 배어 있었다.

“국가가 그들(위정자들)만의 국가는 아니지 않습니까. 내 나라이고 우리들의 나라인데 국가가 장 선생님께 죄를 진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위정자들이 국가를 이용해 죄를 진 것이죠. 새 정부나 국회가 과거 이러한 일을 저지른 사람들로 하여금 사과하게 하고 역사에 기록해야 하는데 그들은 아직 뒤에 숨어있습니다. 억울한 대한민국, 내 나라와 싸우는 것은 모습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골 감식작업 끝나...보고서 이달 말쯤 나올 것으로 안다”

장준하 선생은 지난해 8월 세간의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당시 이장과정에서 모습을 드러낸 장 선생의 유골에는 둔기에 의한 함몰로 추정되는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1975년 서거 이후 끊임없이 제기됐던 ‘타살 의혹’에 또다시 불이 지펴지는 순간이었다.

장 선생의 사인을 둘러싼 논란은 대선정국과 맞물리면서 정치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안 그래도 박정희 전 대통령 집권 시절의 ‘과거사 문제’로 야당의 집중포화를 맞았던 박근혜 당시 대선후보로서는 악재를 만난 셈이었다. 그러나 대선은 박 후보의 승리로 끝났고 장 선생의 사인을 둘러싼 관심도 식어갔다.

“장 선생님의 의문사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많은 국민들이 대선 끝나고 ‘멘붕’이라는데 빠졌더라고요.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던 분들은 장 선생님 (사인)에 관심을 가진 분들이었는데 (이같은 관심이) 답보상태에 빠진 것은 사실이죠.”

   
▲ 서거 38년만에 세상에 공개된 장준하 선생의 유골 ⓒ 장준하선생 암살의혹규명 국민대책위원회
하지만 장 대표는 조만간 국민들의 관심이 다시 한 번 모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유골에 대한 정밀감식이 끝나고 결과 발표 시점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장 선생의 유골은 지난해 12월 사인규명을 위한 정밀감식에 들어간 바 있다.

“장 선생님의 사인을 법의학적으로 충분히 증명하기 위해 장시간에 걸쳐 많은 법의학자들이 조사했는데 (인터뷰 시점에서) 4~5일 전에 (감식이) 끝났고 보고서가 이달 말쯤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보고서가 나오면 다시 (관심에) 불이 지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한, 장 대표는 “답보상태에 빠졌던 (암살의혹규명) 서명운동도 장 선생님에 대한 무죄판결 이후 서명들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며 “이전보다 2배 이상 서명들이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감식결과가 발표되면 유해 안장식을 가질 것이라는 계획도 전했다. 그간‘역사의 미스테리’로 남았던 장준하 선생의 사인을 두고 어떤 결론이 내려질 지 주목된다.

‘박정희의 딸’ 바라보는 ‘장준하 아들’의 시선은?

‘대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김에 박근혜 당선인에 대한 장 대표의 생각을 물어봤다. ‘박정희의 정적’으로 불리며 박 전 대통령과 전혀 다른 삶의 궤적을 그려왔던 장준하 선생인 만큼, ‘박정희 딸’을 바라보는 ‘장준하 아들’의 시선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장 대표의 시각은 ‘비판적’이었다.

“대선전에 강연을 다니면서 ‘박근혜 대통령 불가론’을 말했는데 박근혜 씨가 결국 합법적으로 대통령이 됐습니다. 50%이상의 지지로 당선됐으니 잘 해주기만을 바라지만 내가 ‘불가론’을 폈을 때 가진 의구심이 과연 풀어질 수 있을지는 상당히 미지수입니다. 당선인의 행보나 주변 사람들을 볼 때 과연 ‘박근혜 정치’를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듭니다”

최근 인수위가 새 정부의 명칭을 ‘박근혜 정부’로 정한 것에 대해서도 장 대표는 곱지않은 시선을 보냈다.

“정치권력은 국민을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개인의 것이 아닌 국민의 정부, 국민에 의한 정부, 국민을 위한 정부입니다. 물론 미국에서는 ‘오바마 정부’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박근혜 정부’, ‘이명박 정부’라는 명칭은 상당히 교만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한, 장 대표는 “(박 당선인의 지지율이) 51%라고는 하지만 (국민의) 반 밖에 되지 않지 않느냐”며 “(박 당선인을 지지하지 않은) 나머지 국민들을 생각했을 때 좀 더 겸허한 자세로 매사에 신중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그래야 나머지 국민들도 이 정도면 맡겨보자는 생각이 들지 만약 잘못되면 모든 화살은 박근혜 씨에게 돌아간다. 정말 잘해줘야 한다”며 “이 나라의 진정한 미래와 국민 통합을 위한다면 정말 정신 바짝 차리고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말 잘해줘야 한다”는 장 대표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장준하 선생은 진보를 수용하는 참다운 보수주의자”

화제를 돌려봤다. “장준하 선생이 걸어오신 길을 보면 장 선생은 올곧은 보수주의자라는 생각이 든다”는 생각을 전했다. 장 대표도 이에 동의했다.

“요즘은 (진보와 보수를) 단적으로 딱 나누는데 진보와 보수는 사실 뿌리가 하나입니다. 보수가 없으면 진보도 없고, 진보가 없으면 보수도 없습니다. 장 선생님은 진정한 보수주의자이셨습니다. 많은 것을 지키려고 하셨죠. 진보를 지향하고 진보를 충분히 수용하는 참다운 보수주의자이셨습니다. 중용의 길을 걸으셨던 것 같습니다.”

   
▲ 장호권 대표는 장준하 선생의 뜻을 잇기위해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 장준하기념사업회

이에 기자가 “장준하 선생은 민족주의자이셨던 것 같다”고 언급하자 장 대표는 웃으며 “요즘은 민족주의 이야기만 나와도 좌익으로 몰더라. 세상이 그러면 안되는데 위정자들이 언제나 바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화두는 자연스럽게 ‘역사’로 흘러갔다.

“해방 이후 정통성 있는 정부가 국가를 세우지 않았고 이 단추가 잘못 꿰어졌습니다. (친일파가) 자기들의 범죄 사실을 감추기 위해 정통성있는 지도자들을 하나하나 다 제거하고 역사를 왜곡하다보니 이후에 자라난 젊은 세대는 왜곡된 역사에 세뇌됐습니다. 그러니까 (왜곡된 역사를) 당연시하고 지내면서 그것이 전부인 것처럼 생각돼 왔습니다.”

탄식은 계속 이어졌다.

“우리가 해방 전에는 36년간 노예로 살아왔지 않습니까. 해방 후 원래 우리 민족성을 되찾아야 하는데 친일정권이 들어서면서 일제시대 때 노하우로 국민들을 똑같이 취급하고 관리했어요. 그래서 우리 국민이 깨어날 수 있는 기회가 없었습니다. 4.19 혁명 이후 1년 동안 뭘 좀 해보려는 와중에 군사쿠데타가 일어났고 (군사정권은) 18년 동안 똑같은 형식으로 국민들을 관리했습니다.”

이어 장 대표는 “거기에 독재까지 덧붙이다 보니 대다수 국민들은 노예처럼 살던 습성과 독재의 압력에 익숙해져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가진 사람이 눌러주고 끌어주는 것이 좋다. 그래야 우리가 따라가지 않겠는가’라는 게 몸에 배어버렸다. 잘못된 위정자들이 이 나라를, 국민을 이렇게 망쳐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독재는 인정할 수 있어도 민족반역행위는 인정할 수 없다”

일제 강점기 당시의 과거사 문제 해결에 대해서도 장 대표는 할 말이 많아보였다. 최근 우경화 경향을 보이는 일본의 행보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우려로 가득했다.

“일본이 떠나면서 ‘우리는 다시 돌아온다’고 했습니다. 근래에 독도에 대해 시비를 거는데 독도가 문제가 아닙니다. 일본은 한반도 자체가 자기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무서운 사람들입니다. 지금 미국의 이해관계를 슬쩍 맞춰주는 척 하면서 일본이 동북아의 패권을 잡으려고 하고 있어요.”

시종일관 차분하던 장 대표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갔다.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일본이 감히 우리나라에 들어오냐고 하지만 조선시대에 율곡 선생이 ‘십만양병설’을 이야기할 때 당시 위정자들이 모두 ‘미쳤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하지만 임란이 일어나 우리강토가 쑥대밭이 됐습니다. 일본의 행보나 일본이 들어오도록 밑바탕을 깔아주는 친일파를 생각하면 그런 사태가 벌어지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장 대표는 “배불리 먹고 사는 것만이 중요한 게 아니”라며 국민들의 올바른 역사의식 고취를 강조했다. 그는 박근혜 당선인을 향해 일제 강점기 당시의 과거사에 대한 언급이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제가 학생들에게 강의하다가 요즘 경제가 안 좋다는데 배고프더라도 자긍심있는 1등 국민으로 사는 게 좋은지, 주머니 사정 넉넉한 2등 국민으로 사는 게 좋은지 물어봤어요. 생각해봐야겠다는 사람이 30~40%였습니다. 민족의 자존심이나 정통성, 역사를 모른다는 이야기입니다. 심지어 ‘왜 우리 조상들은 편하게 살지 왜 목숨걸고 독립운동을 했느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자칫 잘못하면 이 나라가 다시 외세에 휘둘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장 대표가 제시한 해결책은 ‘정통성 있는 정부’였다. 그는 “프랑스는 2차대전 이후 친 나치 언론인들과 기업을 전부다 숙청하지 않았느냐. 그러니 프랑스가 국제적으로 굉장히 정통성 있는 나라로 서 있다”고 강조했다.

설령 ‘독재’는 인정할 수 있어도 ‘민족반역행위’는 인정하지 못한다는 장 대표의 말은 무척이나 단호했다. 왜곡된 역사의 수레바퀴를 바로 잡기위해 ‘영원한 독립군’의 아들은 오늘도 그렇게 온 힘을 다하고 있었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는 그의 거듭된 당부는 인터뷰가 끝난 후에도 기자의 귓속을 한참 동안 맴돌았다.

‘지인’ 백찬홍 대표가 바라본 ‘인간 장호권’은?

장준하선생 암살의혹규명 국민대책위원회 백찬홍 공동대표는 장호권 대표에 대해 “항상 당당하고 일에 대해서도 원칙을 지키려고 한다”며 “장준하 선생님의 아드님으로서 나름대로 사명을 지키려는 모습을 보면 느끼는 바가 많다”고 평가했다.

백 공동대표는 장 대표가 ‘아버님’이 아닌 ‘장준하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 “사적인 아버지보다 독립투사이면서 어두운 시대를 밝혔던 아버님에 대한 존경심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다”며 “그런 말을 들을때마다 숙연해질 정도”라고 말했다.

또한, 백 공동대표는 “유족의 힘이 클 수도 있는데 (장 대표는) 대책위가 공적으로 결정한 것을 따르려고 한다”며 “어떻게 보면 장준하 선생의 유골을 정밀감식하는 과정은 자식으로서 안타깝고 어려운 과정인데 대책위 결정에 힘을 보태주는 모습에서 배려심이 크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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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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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전형 2013-02-12 14:57:57

    항상 잊지 않고 고 장준하 선생의 업적을 기억하고자 하는 저 같은 국민들도 있습니다. 가시밭길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신고 |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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