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제동 “희생된 아이들 물음에 답하기 위해 끝까지 가야한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지난 7월 14일에 세워진 서울 광화문 농성장이 100일을 맞이했다. 뜨거운 여름 햇살을 마주했었던 농성장 천막들은 이제 겹겹이 비닐옷을 입고 겨울을 맞이하고 있다.
‘유민 아빠’ 김영오씨의 단식으로 시작된 광화문 농성장 분위기는 100일 사이 많이 가라앉았다. 광장을 오가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습니다’라고 적힌 노란 리본만 하루종일 내린 가을비에 젖어 있었다.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와 국민대책회의는 21일 오후 7시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참사 광화문 농성장의 100번째 밤, 게릴라 콘서트’를 열었다. 100일간 광화문 농성장에서 유가족과 함께 해준 시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한 자리다. 이날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시민 150여 명이 촛불을 들고 농성장을 찾았다.
앞서 이들은 오후 1시 100일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3개월간의 소회를 전했다. 김영오씨는 “장기전이 될 진상규명을 위한 싸움은 이제 시작인데 농성장은 썰렁하고 유가족들도 힘이 빠진다”면서 “응원 한마디만 해주면 10년이 걸리든 20년이 걸리든 안전한 나라 건설을 위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첫 발언에 나선 장승희 국민대책회의 상황실장은 “많은 사람들이 단식을 하고 광장을 에워싸면 정부가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할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에 대해 의지도 없고 감추기 일쑤”라고 비난했다.
장씨는 “100일 동안 광화문 광장을 지키면서 매번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며 “우리가 이길 때까지 싸워야 이길 수 있는 것이다. 승리의 공식은 어렵지 않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외치는 순간 우리는 이기는 길로 한 발짝 다가설 것”이라며 유가족과 시민들을 독려했다.
이어 자원봉사자인 장한나 양이 무대에 올랐다. 고3 수험생인 장양은 바쁜 학업에도 불구하고 두 달간 광화문 광장을 찾아 유가족을 위로하며 도왔다. 장양은 이날 “단원고 2학년 7반 오영석군의 아버지가 좋아하는 노래”라며 가수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와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를 불렀다. 기타를 연주하며 열창한 장양의 무대에 시민들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영화 <들꽃>의 박석영 감독과 배우 정하담씨도 광화문 광장을 찾았다. 박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만난 고 단원고 박성호군의 가족 이야기를 하며 “먼저 다가와준 유가족에게 감사하다. 유가족과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 하면서 위로를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기억하는 것이다. 우리의 기억은 이 세상 어떤 정치라도 감당할 수 없다”며 “우리가 광화문 농성장에서 인간의 이야기를 만들고 아이들의 이야기를 만들 것이다. 그것이 그들의 심장을 꿰뚫어버릴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마지막 발언을 위한 마이크는 방송인 김제동씨에게 건네졌다. 김씨의 등장에 유가족과 시민들은 뜨거운 환영의 박수를 보냈다. 발언대에 오른 김씨는 “광장에 계신 유가족들은 늘 두 손을 모으고 죄인처럼 서 계신다. 죄인이 아닌데 ‘안산에만 안 살았어도’, ‘결혼만 안했어도’라는 말씀을 내뱉으실 때 마다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김씨는 농성장을 찾은 유가족들에게 마이크를 건네며 아이들의 이야기를 청했다. 어머니들이 생전 아이들의 모습 등을 설명하자 시민들은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 이에 김씨는 “여기 계신 어머니와 아버지들은 우리 아이들의 물음에 꼭 답해야 한다. 자식들의 얼굴을 지키기 위해, 자식들의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 끝까지 가야 한다”고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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