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열린 세월호 승무원 공판에서 피해자 가족과 생존자들의 애절한 사연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광주지법 형사11부(임정엽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준석 선장 등 승무원 15명에 대한 28회 공판에서 세월호 참사 피해자 가족들의 진술이 이어졌다.

첫 번째 진술에 나선 피해자 가족 민모씨는 “사고 직후 며칠간 팽목항에 시신이 들어올 때마다 남편(단원고 실종 교사)이 아니기를 바랐지만 며칠이 지나니 남편이기를 바라게 됐다”며 “이제는 뼛조각이라도 찾아서 어린 아이들에게 아버지가 가는 마지막 모습이라도 보여주고 싶다”며 울먹였다.

민씨는 “팔순의 시어머니는 아직 아들의 죽음을 모르고 9살, 7살 두 아이는 ‘너네 아빠 죽었느냐’는 친구들 질문에 고민한다”며 “맞잡은 손의 감촉이 아직 남아있는데도 남편은 옆에 없고, 주변의 부러움을 받으면서 행복해했던 나는 이제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과 얼굴 마주치는 게 무서워 고개들고 길을 걸을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 ⓒ '해양경찰청'

한 생존 남성은 “더 많은 학생들과 같이 나왔어야 하는데 유가족 분들에게 정말 죄송하다”며 “15년 동안 배를 타고 다녀 선박 사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승무원들은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다. 진실을 이야기하라”며 승무원들을 비난하기도 했다.

단원고 생존학생의 글도 다른 피해자 가족에 의해 법정에 제시됐다.

생존 학생은 편지에서 “친구들 한 명 한 명 말투, 생김새, 글씨, 좋아하는 음식, 취미 다 기억나는데 이제는 볼 수 없게 됐다”며 “여름방학 때 여행가고 대학가서 술도 마시고, 결혼식에서 축가 불러주고, 자녀를 낳으면 가족 여행도 가고.. 친구들과의 약속을 모두 지킬 수 없게 됐다”고 진술했다.

이어 “사고 후 바다로 뛰어들어 친구들을 구하고 싶었다”며 “선원들 행동과 반대로 ‘어서 탈출하라’고 한마디만 했으면 모두 살릴 수 있었을 것 같다”며 승무원들을 힐난했다.

한편, 피해자들의 진술에 앞서 관련 동영상이 상영돼 법정이 눈물바다로 변하기도 했다. ‘최후 진술’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에는 세월호 침몰 당일인 지난 4월 16일 오전 9시10분 선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영상에는 선실 안 학생들의 모습과 “물이 다 찼어. 진짜 나 무서워요. 지금 울 것 같아요. 엄마 정말 미안해”라는 학생들의 절규가 기록돼 있었다. 또 이준석 선장이 탈출하는 모습과 함께 “퇴선방송을 지시했다”는 선장의 법정 진술이 차례로 담겨 있었다.

영상이 상영되자 방청석에 앉은 피해자 가족들은 세월호 선원들을 향해 “이 살인자들아”라며 오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