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직원 김모(29‧여)씨가 인터넷 게시판 ‘오늘의 유머’ 사이트에서 만든 16개의 아이디 중에서 5개를 김씨가 아닌 다른 사람이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김씨의 아이디를 제3자가 사용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국정원이 다른 요원 또는 제3의 인물을 동원한 조직적 여론조작 의혹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앞서 서울 수서경찰서는 지난달 3일 기자간담회에서 “김씨의 컴퓨터를 조사한 결과 특정사이트(오유)에서 16개 아이디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지난달 31일 간담회에서는 “김씨가 (경찰 조사에서) ‘내가 사용한 아이디는 11개’라고 진술했다”고 말했다.

4일 <한겨레>에 따르면 경찰은 제3의 인물 A씨가 나머지 5개의 아이디로 김씨처럼 인터넷 활동을 벌인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이 아이디들이 활동한 아이피를 분석한 결과 김씨가 사용했다고 인정한 아이디 11개와 전혀 다른 장소에서 사용된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경찰은 A씨의 신분에 대해 “국정원 직원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제3의 인물 A씨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 이번 사건 수사의 또 다른 핵심으로 떠올랐다.

A씨는 김씨처럼 정부 정책을 옹호하는 글을 올리거나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게시글에 ‘추천’, ‘반대’를 누르는 등의 활동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현재 경찰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있다.

경찰은 또 A씨가 사용한 5개의 아이디와 아이피가 겹치거나 유사한 활동을 벌이는 등 관련성이 있어 보이는 또다른 아이디 수십개도 추가로 확인해 수사를 하고 있다고 <한겨레>는 보도했다.

이같이 특정 인터넷 사이트에 김씨뿐만 아니라 제3의 인물도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김씨가 소속된 국정원 3차장 산하 심리전단에 대한 강제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는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여론에 개입해온 정황이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는 김씨가 소속된 국정원 심리전단에 대한 압수수색 등을 통해 김씨가 어떤 지시를 받았고, 이런 활동을 한 사람들이 얼마나 되는지 철저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