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농성 현장 다루면 농성 장려?” 모순 가득한 논리
세월호 참사 100일을 맞아 제작 중이던 KBS <다큐멘터리 3일>의 ‘세월호 유족’ 관련 아이템이 “균형감과 공정성”을 이유로 취재가 중단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21일 김규효 기획제작국장이 ‘국회의 농성 상황을 취재 방송하는 것은 의도와 상관없이 목적성을 띄게 되므로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이같은 조치 내렸다고 밝혔다.
KBS본부에 따르면, 김 국장 외에도 장영주 부장 또한 “세월호 유족들은 이익집단으로, 이익의 한 당사자로서 자기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농성을 하고 있다”며 “농성하는 유족들을 취재하면 균형감과 공정성을 상실한다”는 이유를 들어 제작 중단을 지시했다.
이 같은 주장에 이 프로그램을 담당한 홍기호 PD는 이날 오전 사내 전자 게시판을 통해 “데스크의 주장대로라면 갈등과 논쟁의 현장을 취재한 모든 르포는 중립성을 상실한 다큐가 된다”면서 “다큐멘터리가 얼마나 진실에 가까운지 여부는 포맷이 아니라 제작자의 의지와 노력이 결정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홍 PD는 ‘세월호 유족들이 이익집단’이라는 장영주 부장의 논리에 대해 “이익집단이란 공동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정부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해관계를 공유한 집단”이라며 “세월호 유족들이 주장하는 특별법은 공익과 충돌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제작진의 이 같은 의견에 장영주 부장은 댓글 형태의 게시글로 “국회의사당 내부의 농성을 KBS가 장려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하죠?”라며 “국회로 들어가 농성하는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다큐3일 같은 형식으로 다루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이에 대해 KBS본부는 “다큐3일이 농성 현장을 다루면 농성을 장려하는 것이고, 시위현장을 다루면 시위를 독려하는 것이냐”고 지적하며 “고통의 나날을 보내는 세월호 유족들의 손에 받을 수도 없는 국회 내 집회허가서가 없다는 것이 그렇게도 불법, 이익집단으로 매도당할 일인가, 진지하게 묻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영방송 KBS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완을 위해 누구라도 앞장서야할 의무가 있다”면서 “다큐 3일에서 세월호 100일을 맞아 유족들의 3일을 조망하려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라고 덧붙였다.
KBS본부는 또 “다큐3일 제작진의 진정성 있는 프로그램 제작 의도에 대해 편협한 시각으로 제작 중단을 지시한 김규효 국장과 장영주 부장에게 강력히 경고한다”면서 “모순 가득한 논리로 프로그램 제작을 방해하지 말고, 제작진의 자율적인 의견에 귀 기울이고, 지금까지 믿어왔던 제작진의 공영성과 가치관에 힘을 실어주는 진정한 프로그램 책임자로서의 자세를 보이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