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권종상 블로그

두 시간 조금 넘는 동안의 집회를 마치고나서 차를 세워 놓은 1가 북쪽을 향해 걸어가면서 이런저런 상념들이 들었습니다. 아마 걷는 직업을 갖고 있는 때문일까요. 걸어가면서 들어오는 풍경들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행복해 보이는 수많은 사람들. 어쩌면 자기 행복이 지금은 행복이 아니라 그냥 일상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을 사람들. 그러나, 행복이란 건 어쩌면 그런 일상이어야 할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순 시대의 한 고사엔 요임금이 평복을 하고 민정을 살피러 간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이들이 임금을 찬양하는 노래를 부르고 있는데, 어느 곳에 가니 한 노인이 배를 두드리며 발로 땅을 구르며 노래를 부르는데, 그 가사가 신하들을 아연실색하게 만듭니다.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쉬네 밭을 갈아먹고 우물을 파서 마시니 임금의 힘이 내게 무슨 소용인가“

신하들이 안절부절 못했지만 요임금은 이렇게 말합니다.

“백성이 임금의 존재도 모를 정도로 태평히 살고 있으니 이는 정치가 잘 되고 있다는 증거일세.”

그러자 신하들은 요 임금의 성품에 탄복을 합니다.

물론 요즘 정치란 것이 더 많고 복잡한 욕망들의 충돌이어서 요순 시대처럼 간단치 않지만, 진정한 정치는 이렇게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요즘 바라보는 정치란 것은 어떤 모습입니까.

▲ 사진출처=권종상 블로그

우리가 왜 세월호 참사에 분노했습니까. 그것은 가장 발가벗겨진 모습으로 부정당한 미래를 봤고, 빼앗긴 희망의 무게가 너무나 크기 때문에 공분했던 것입니다. 국민들의 공분 앞에서 당당하지 못해야 할 권력자는 자신의 방패막이인 총리를 내세웠고, 그의 빈 자리를 메꾸는 새 인물엔 민족의 역사와 민족 정기 자체를 부정하는 자를 내세웠습니다. 공분은 더 커져가고 몰상식은 자신이 진짜 상식이라며 우기는 이 시간은 역사 안에서 얼마나 어두웠던 시절로 나중에 기억될까요.

그래도, 함께 연대하는 이들이 있어 위안과 희망이 됩니다. 비록 적은 수지만 함께 이 멀리 미국에서 고향에서 일어난 사고에 대해, 여기서 보여진 총체적인 몰상식과 여기서 파생된 절망 앞에서 좌절하지 않고 함께 손 잡고서 정의를, 그리고 상식을 다시 세우기 위해서 함께 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야말로 어쩌면 오늘 집회의 가장 큰 보람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언젠가, 한국이 다시 상식이 자리잡는 사회, 반칙과 특권이 없는 정상적인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부모님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온, 어쩌면 그곳과 상관없이 살 수도 있는 저와, 그리고 저와 비슷한 생각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희망은 바로 이것일 겁니다. 제발, 내가 나고 자란 조국이 ‘제대로 된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는 것.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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