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웅산 테러사건으로 순직한 17명의 외교사절과 수행원 등을 기리는 추모비가 6일 미얀마 양곤 아웅산 묘소 앞에서 세워졌다. 1983년 10월 9일 북한의 폭탄테러가 발생한 지 30년 8개월 만이다.

당시 북한은 동남아 5개국 순방 중 미얀마를 방문한 전두환 전 대통령을 노리고 테러를 도발했다. 그러나 전 대통령이 행사장에 도착하기 2분 전, 갑자기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폭탄이 터지면서 현장에 있던 17명의 외교사절이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순방 동행에 나선 함병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서석준 전 부총리, 이범석 전 외무부 장관 등 외교사절과 민간인으로는 유일하게 당시 현장을 취재하던 동아일보 이중현 사진기자가 숨졌다. 전 대통령은 현장에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위기를 모면했다.

▲ 사진출처=외교부

하지만 추모비건립위원회의 노력으로 지난해 말 양국 간의 논의를 거쳐 추모비 건립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추모비 제막은 지난해 10월을 목표로 했으나 이 또한 연기돼 국내에서 추모비를 직접 제작해 현지로 보내는 방식으로 결정, 2년 만에 추모비를 세울 수 있게 됐다.

이날 제막식에 참석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북한도 국제사회의 흐름에 부응해 고립과 퇴보의 길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핵을 포기하고 한반도 신뢰 구축과 평화통일의 길에 나서야 하며 그렇게 하는 것만이 반인륜적 범죄에 대한 반성이자 고귀한 넋들을 위로하는 진정한 참회의 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웅산 국립묘지 북문 입구에 설치된 추모비는 가로 9m. 높이 1.5m의 크기로 추모비 사이의 틈으로 100m정도 떨어진 테러 발생 현장이 보이도록 설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