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윤창중 사건’ 보고시점 의문…<한겨레> “靑 위기관리 엉망 자인”

“초동조처 개략보고 이뤄졌을수도”…朴 “LA 떠나는 날 아침 보고”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을 둘러싼 ‘성추행 의혹’ 파문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이 사안을 보고받은 시점을 두고 언론에 의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겨레>는 16일 “청와대의 설명 가운데 가장 납득하기 힘든 대목은, 대통령 보고가 29시간 만에 이뤄졌다는 점”이라며 “워싱턴 현지 시각 8일 아침 7시에 처음 청와대 선임행정관이 성추행 사실을 인지했는데도 박근혜 대통령이 보고를 받은 시점은 다음날 오전 9시 로스앤젤레스(LA)로 이동한 다음이라고 청와대는 주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로스앤젤레스가 워싱턴보다 3시간 늦은 점을 고려하면 평소 일정이나 업무를 ‘깨알같이’ 챙기는 박 대통령이 29시간이나 대변인의 부재를 몰랐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신문은 “더욱이 윤 전 대변인이 8일 오후 1시30분 도피성 귀국길에 오른 점을 고려하면 청와대 참모들은 대변인의 귀국이라는 중대 사실조차 22시간 넘게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은 셈이 된다”며 “청와대의 위기관리 시스템이 엉망이라는 사실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여당 관계자는 “그게 사실이라면 동행했던 참모들은 모두 사표를 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한겨레>는 “이 때문에 최소한 윤 전 대변인이 귀국길에 오른 직후쯤 대통령에게 비공식적인 보고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며 “이남기 홍보수석은 ‘대통령의 일정이 바빴고, 아무 때나 불쑥불쑥 보고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 했지만, 대통령과 순방단 일행은 8일 오후 워싱턴에서 LA로 5시간 걸려 이동했다. 보고를 하고도 남을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는 얘기”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신문은 “실제 이 비행기 안에서는 이남기 수석을 비롯해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윤병세 외교부 장관, 최영진 주미대사,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 전광삼 홍보수석실 선임행정관 등이 윤 전 대변인 사건에 대한 대처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며 “최 대사가 미 국무부에서 연락받은 내용을 설명하고, 사건을 처음 접한 전 행정관 등이 상황 설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기내에서는 서울과 워싱턴을 연결하는 위성전화도 여러 통 오갔다고 한다. 특히 대통령을 15년 동안 수행해온 안봉근 비서관 등이 이 회의에 참석한 사실로 미루어, 대통령에게 최소한 초동 조처에 대한 개략적인 보고가 이뤄졌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한겨레>는 전했다.

<한국일보>도 이날 “일부에선 대통령 보고가 이보다 앞서 LA발 대통령 전용기 안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며 “전용기가 8일 오후3시쯤 워싱턴 교외 공군기지에서 이륙한 뒤 이 수석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 최영진 주미대사 등이 사건 관련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일부의 주장은 LA까지 비행시간 등을 감안하면 이들이 논의 후 대통령에 보고했을 거란 얘기”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신문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는 LA로 가는 전용기 내에서 관련 내용이 논의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이 자리에서 대통령 보고는 없었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문제는 미국 측이 ‘윤 대변인이 미국에 다시 오게 될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는 얘기도 들린다는 점”이라며 “이 얘기는 미국 측이 이번 사건이 중범죄로 다뤄질 수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청와대도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했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은 15일 중앙 언론사 정치부장단과의 만찬에서 “LA를 떠나는 날 아침 9시 조금 넘어서 9시부터 9시 반 사이 보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이남기 홍보수석이 지난 10일 청와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밝힌 보고시점과 다르지 않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당시 이 수석은 “제가 처음 보고받은 게 8일 아침이고 9일 아침 보고를 드렸다”며 “가능하면 많은 정보를 얻어 그날 저녁에 보고를 드리려고 했지만 대통령 일정이 너무 바빠 보고를 못하고 아침에 보고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행기 안에서 보고할 수는 없었느냐”는 질문에 이 수석은 “주미대사에게 이야기를 들은 게 비행기 안이었다. 주미대사가 경찰이 신고를 받아 국무성에 보고했고 외교문제가 될 수 있으니 국무성 의전장이 자신에게 전화를 해왔다고 했다”며 “외교부의 이야기를 들은 것도 비행기 안에서였다”고 답했다.

아울러 “그날 대통령이 바쁘시고 피곤하고 해서 빨리 들어가셨다. 대통령에게 아무 때나 노크하고 들어가는 상황은 아니잖나”라며 “부속실에 알려야 하고 부속실에서 시간도 잡아줘야 한다. 같이 비행기 타고 간다고 해도 회의를 매번 하는 것도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 수석은 “보고드릴 시간이 없었다는게 거짓말 같겠지만 정말 보고할 시간이 없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편, 박 대통령은 정치부장단과의 만찬에서 이번 파문과 관련,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괜히 있는게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전문성을 보고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인물이 맡으면 어떻겠느냐’고 해서 그런 절차를 밟았는데도 엉뚱한 결과가 나와 나 자신도 굉장히 실망스럽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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