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리더쉽.. 대통령의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할 때
박근혜 정부가 안팎으로 본격 시험대에 오른 모양새다. 29일 북한과 일본이 일본인 납치 문제 재조사에 합의했다는 속보가 배달됐다. 우리 정부 입장에선 세월호 참사 국면에서 겪고 있는 국정 난맥상에다가 외교적 난제까지 더해진 최악의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북한과 일본은 지난 28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국장급 협의에서 위와 같이 약속했다고 29일 동시 발표했다. 일본은 납치 피해자 재조사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대북 제재를 해제하고 대북 지원을 검토키로 했단다. 상당한 파격 행보다. 격랑의 동북아 정세에 커다란 규모의 파장이 관측되는 이유이다.
북한 역시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일본이 북한에 대한 경제 제재를 일부 해제키로 하고, 송금 및 휴대금액과 관련한 규제조치 또한 풀어주는 것을 골자로 한 합의 내용을 발표했다. 아울러 북한 선박의 일본 입항 금지 조치를 해제하기로 했단다. 물론 범위는 인도주의적 목적으로 국한된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북한과 일본의 접촉을 관망해 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이러한 결과는 미처 예상치 못한 시나리오라 당혹감에 어쩔 줄 몰라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북일 양국이 이러한 합의를 이끌어낸 데에는 국제사회로부터의 경제 제재 강화로 고립 상황에 처한 북한에게 있어 이에 대한 해법이 필요했을 테고, 일본 입장에서도 아베의 외교적 주도권과 정치적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시점에서 양 국가의 이해관계가 절묘하게 합일점을 찾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남북 관계 만큼이나 좋지 않은 한일 관계 사이에서 우린 북한과 일본 양쪽에 뒤통수 한 대씩을 세게 얻어맞은 꼴이다. 중국 역시 마찬가지일 듯싶다. 악화일로의 중일 관계 속에서 북한이 일본 쪽으로 한 발자욱 가까이 다가섰다는 건 최근 소원해진 북중 관계를 더욱 껄끄럽게 만드는 셈이기 때문이다.
중국 견제를 위해 미국 주도로 짜여진 한미일 삼각 공조체제 속에서도 나름의 독자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일본의 속내는 어쨌거나 우리에겐 외교적 부담을 더욱 가중시키는 돌발 상황이 아닐 수가 없다. 아울러 북일 관계가 급진전될 경우 악화일로의 한일 관계에 비춰볼 때 가뜩이나 경색된 남북 관계에 있어 그 해법은 더욱 기대 난망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렇듯 박근혜 정부가 외치에서의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는 사이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은 이미 알고 있다시피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난제들로 수두룩하다. 박근혜 정부는 세월호 참사의 위기 국면에서 무능하고 무책임한 모습으로 일관해오다가 뒤늦게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며 총리 교체 등 수습 대책에 나섰지만, 안대희 지명자가 총리로 지명된 지 일주일만에 전격 사퇴함에 따라 모든 게 원점으로 돌아가버린 상황이다.
세월호 참사와 고양시외버스종합터미널 화재사고 그리고 장성에서의 효사랑요양병원 화재나 지하철 3호선 도곡역 방화사건 등은 연관성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각각의 개별 사건이지만, 이러한 사건들의 연속이 언젠간 보다 큰 참사로 이어지게 되진 않을까 하는 두려운 마음들이 한데 모여 현재의 민심으로 발현되고 있는 모양새다.
국민들은 자연스레 김영삼 정부 시절의 각종 대형 참사와 이후 벌어진 IMF 외환위기의 국가적 재난 상황을 머리 속에 그리게 된다. 때문에 심지어 전쟁 상황을 언급하거나 국가의 쇠망마저 성급히 예단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그러나 현재로선 해결조차 난망이다. 6.4 지방선거와 대통령의 국가 개조 계획이 맞물리며 관가는 모두 일손을 놓은 채 눈치로 일관하며 관망하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게다가 관피아의 관행을 없애겠다며 공직사회를 쥐잡듯 몰아붙이고 있는 상황이라 공직자들의 입장에서 볼 때 수개월째 일이 손에 잡힐 리가 없다. 오죽하면 식물정부란 표현이 사용되고 있을까 싶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발표 내용과 실제 내놓은 정부 조직 개편안이 달라 또 다시 신뢰에 균열을 자초하고 있으며, 더군다나 총리 인선 실패는 결정적인 패착으로 작용할 공산이 커 보인다. 물론 이러한 난맥상의 기저엔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등 국정 운영을 총괄하는 조직과 인력의 리더십 부재 및 무능력함이 짙게 깔려 있다. 이에 대한 대수술 없이 공직사회를 먼저 바꾸겠노라는 발상은 어불성설이다. 자신의 뼈를 깎는 자구 노력 없이 이뤄지는 개혁은 모두 헛방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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