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판 무죄, 분노한 촛불 “진실은 묻을 수 없다”

정청래 “다수결 원칙으로 판결, 사법부-정의 죽었다” 특검 촉구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 사건의 경찰 수사를 축소·은폐해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에 대한 법원의 무죄 판결을 규탄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280여 개의 시민단체로 구성된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총체적 대선개입 및 박근혜 정부의 수사방해 진상규명을 위한 시민사회 시국회의’(이하 시국회의)는 6일 저녁 서울 광화문 부근 동화면세점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집회에는 100여 명의 시민들이 함께했다.

이들은 이날 “법원의 김용판 전 청장에 대한 무죄판결로 민주주의는 죽었다”며 “즉각 특검을 도입하라”고 촉구했다.

ⓒ go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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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처장을 맡고 있는 박주민 변호사는 “재판부가 선거법 위반 여부에 대한 의도를 추정하기 위한 정황을 분석할 때 너무 쉽게 김용판과 경찰 측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지적하면서도 “애초에 검찰도 제대로 된 수사 의지가 없었다. 항소를 하더라도 검찰이 권력의 핵심을 못 건드릴 것이다. 그렇다면 항소심 결과도 동일할 수밖에 없다. 특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또한 김 전 청장에 무죄 판결을 내린 현 재판부(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부장판사 이범균)가 향후에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판결도 비슷한 결론이 내려질 것이라 전망했다.

박 변호사는 “재판부가 ‘의심의 여지없이 입증해라’는 말을 자주 한다”며 “맞는 말이기는 한데 변론 취지를 통해서 재판부가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도 100% 입증하라고 하는 것은 재판부의 소극적인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원 전 원장의 재판의 경우는 이번과 달리 트위터 글과 같은 물증이 있다. 재판부가 이 재판처럼 똑같이 판단하지는 못할 것”이라면서 “원세훈 재판도 이런 결과가 나올 수 있고, 김용판 재판에서 빠진 부분을 제대로 수사하려면 특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날 촛불집회에는 지난 해 지난 해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의 야당 정치인들도 함께 했다.

특위의 민주당 간사를 맡았던 정청래 의원은 시민들 앞에 나서 “저도 멘붕에 빠졌지만 윤석열 전 수사팀장은 얼마나 원통할지, 권은희 수사과장의 심정은 어떨지 생각했다”며 말문을 열었다.

정 의원은 “정의, 진실을 몸서리치게 하는 날 대한민국 사법부, 정의도 죽었다. 오늘의 판결은 다수결 판결이었다”고 평가하며 서울경찰청 분석관 10명과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의 엇갈린 진술을 도둑과 집주인에 비유했다.

정 의원은 “판사는 도둑 10명이 진술했지만 피해자인 집주인은 1명밖에 없어서 이 사건을 다수결 원칙에 의해 무죄라고 판결”했다며 “국민들은 앞으로 ‘거짓 진술자를 많이 확보하는 자가 재판에 승리할 것’이라고 생각할까봐 심히 걱정스럽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 의원은 이날 경질된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을 거론하며 “‘김용판 무죄’에 대한 분노는 윤진숙 경질로 막을 일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입증·증거·정황 부족, 다수결 원칙에 의해 비록 오늘 무죄가 났지만 결국은 손으로 하늘 가릴 수 없듯이 진실은 세상 앞에 드러날 것”이라며 “민주당이 특검 관철을 위해서 어떻게 싸우느냐에 따라 결론날 것”이라고 결연한 의지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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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특위 위원이었던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도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려고 애썼던 사람이 피고석에 섰고 검찰은 말할 수 없는 직무유기를 했다”며 “친박은 누구든 무죄가 되는 것이 현실이 됐다. 반박이 아니라 비박만 되더라도 전부 다 유죄가 돼 대한민국 전체가 꽁꽁 얼어붙은 감옥이 됐다”고 개탄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이번 재판이 당장 눈 앞의 불을 끌지 모르지만 더 큰 화를 부른 자충수”라며 “앞으로 국민들이 총궐기를 할 것이다. 방방곡곡에서 들고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국회의 대표로 나선 박석운 공동대표는 “김용판이 무죄를 받았더라도 서울경찰청장의 대선개입이 묻힐수 없다”며 “오늘 판결이 의혹을 잠재우는 게 아니라 국민적 의혹과 분노에 기름을 끼얻는 것이다. 확실히 투쟁해 책임자를 처벌하고 특검을 하자”고 목청을 높였다.

한편 이날 집회장 주변에는 100명 이상의 경찰들이 배치됐지만, 시민들과 충돌은 없었다. 시국회의는 오는 8일 저녁 6시 청계광장에서 촛불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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