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프랑스 등 5개국 11개 도시의 해외 동포들이 안녕하지 못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걱정하며 촛불을 밝혔다.

‘민주주의 파괴를 규탄하는 재불한인’은 대선 1주년을 맞아 지난 20일 파리 트로카데로 인권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사퇴촉구를 위한 촛불집회를 열었다.

이번 촛불집회는 전 세계에 퍼져있는 해외 동포들이 함께 했다. 18일 메릴랜드에서 처음 켜진 촛불은 19일에 댈라스, 시카고, LA에서 이어졌고, 21일에는 런던, 토론토, 워싱턴 DC를 거쳐 22일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막을 내렸다.

▲ 파리에서 열린 촛불집회.

재불한인들에 따르면, 20일 파리집회에는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집회에는 원불교를 비롯, 파리 개혁교회와 카톨릭 신자도 동참하는 등 국내 종교단체의 시국참여 열기가 파리에서도 동일하게 일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또한, 집회장에서는 당일 수신된 한 철도노동자의 편지가 낭송되기도 했다. 편지에서 철도노동자는 바로 며칠 전 졸지에 전직 철도노동자가 되어버린 자신의 상황을 전하며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찾으려면 이제 골동품 가게에나 가야 찾을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한 여학생은 “저희 아버지가 바로 직위해제 된 8천명 중 한 분이시다”고 입을 떼 장내를 숙연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 학생은 “혼자서 괴로워 하다 여기에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많은 사람과 함께 서 있으니 더 이상 외롭지 않다”고 전하기도 했다.

집회 말미에는 한 프랑스인이 “한국인들의 투쟁에 지지를 보내고 승리를 기원한다”며 “프랑수와 올랑드가 이러한 상황에 대해 그 어떤 비판의 발언도 하지 않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들은 “전 세계 해외 동포의 목소리, 부정선거는 무효라는 상식”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낭독하며 집회를 마무리했다.

▲ 영국에서 열린 촛불집회.

또한, 21일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서 진행된 촛불집회는 비가 내린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60여명의 참가자들이 모였다.

이들은 지난 대선 과정 중 있었던 국가기관의 불법 선거 개입과정을 영국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영문으로 작성된 사건 개요 등을 나누어 주었고, 영화 ‘007’의 주제 음악을 틀고 스파이 요원이 컴퓨터 작업을 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특히, ‘야당은 종북 빨갱이 집단’, ‘야당 후보는 개나 소보다 못하다’는 트위터 내용을 번역한 피켓을 들고 나와 집회를 지켜보는 영국 시민들에게 국정원의 댓글 작업을 알렸다.

이를 관람하던 영국인 제임스씨(54)는 “정부기관이 미디어를 통해 여론을 조작하여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범죄는 아시아권 국가들에서 자주 일어나는 문제”라며 “독재 정권 하에 있던 캄보디아, 라오스나 자본주의를 허락하면서도 인권을 탄압하는 중국은 국민들의 생각을 마음대로 조종하기 위해 미디어의 자유를 절대 허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의 상황은 민주주의를 지켜내기 위해 많은 시행 착오를 겪는 대만과 유사해 보이며, 한국이 동아시아 다른 정치 후진국들과 다른 모습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한국 국민 모두가 많은 노력을 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팀씨(31)는 “군사 쿠데타를 통해 대통령이 된 사람의 딸이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너무 충격적이며 어떻게 대통령으로 선출될 수 있었는지 매우 의아하게 생각하였지만 시위 내용을 보면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 독립 언론인들의 네트워크인 'Demotix'에 올라온 영국 촛불집회 관련 기사.

한편, 이날 런던의 집회는 다수의 독립 언론들이 취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립 언론인들의 네트워크인 ‘Demotix’에는 한 기자가 사진들과 함께 올린 “재영 한인들 한국의 민주주의 조작 중단 요구”라는 기사가 메인 페이지에 게재되기도 했다. (☞ ‘Demotix’ 기사 원문 보러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