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된 국정원개혁특위’.. “특검으로 진상규명”
정확히 1년 전 18대 대선 과정에서 발생한 국가기관의 불법선거개입 의혹에 항의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하기 위해 3만여 명의 시민들이 영하의 날씨에 모여 촛불을 들었다.
19일 저녁 7시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총체적 대선개입 및 박근혜 정부의 수사방해 진상 규명을 위한 시민사회 시국회의’(이하 국정원 시국회의)가 주최한 ‘관건·부정선거 1년, 민주주의 회복 국민대회’에 모인 시민들을 “지난 1년 동안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모른 척 하고 있다”며 “특검을 통해 진상을 밝혀야 한다. 결국은 민주주의가 이긴다”고 외쳤다.
체감온도가 영하 10도에 육박하는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촛불시민들은 광장에 모여앉아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촛불집회의 자리를 지켰다.
기조발언에 나선 한국진보연대 박석운 공동대표는 “국회에 국정원 개혁특위가 있는데 정말 깡통이다”라며 “이제 특검으로 진상규명하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이 호락호락하지는 않겠지만 촛불로 관철하자”며 “민주당 지도부와 의원들도 의원직을 걸고 특검을 관철하겠다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1년, 2년이 더 걸리더라도 상관없다. 될 때까지 촛불을 계속 들겠다”며 지속적인 투쟁을 예고했다.
대선 1년을 맞아 열린 이날 촛불집회에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의 함세웅 원로신부와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로 유명한 정봉주 전 의원의 시국강연도 열렸다.
함 신부는 “지난 대선은 선관위의 개표 부정뿐 아니라 국가정보원, 군 사이버사령부 등 정부 기관이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건”이라 규정하고 “그 자체가 무효다. 관권 불법 선거에는 시효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시민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함 신부는 이어 “현 정권은 종북몰이로 국민갈등을 부추기고, 천박한 역사관으로 민족공동체의 역사를 모독하고 있다”며 “불의한 정권과 언론이 마약처럼 남용하는 종북 오물을 하수구에 버리고 남북의 화해와 아름다운 통일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단상에 오른 정봉주 전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국민들이 사과하라고 할 때 하고, 진상조사 요구할 때 했으면 오늘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 위대한 기획력은 어디에서 오는지 모르겠다”고 비꼬았다.
정 전 의원은 이어 “도움 받은 게 없어 사과 못한다는데 대통령이라면 국기문란 사태인 대선개입이 있었다면 도움 유무와 상관없이 국민들에게 사과하는 게 지도자의 도리고 의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특검이라는 말만 꺼내도 대선불복이나 종북으로 몰아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날 정 전 의원은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 개입의 배후로 박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을 함께 겨냥했다.
정 전 의원은 “특검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만약 하게 되면 팔다리에 불과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임명한 이 전 대통령을 겨냥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9월 2일 두 사람이 장장 100분 동안 독대했다”면서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강태민’(강력범죄 예방·태풍·민생경제)만 논의했다고 한다. 이게 무슨 비밀회동까지 할 사안이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정 전 의원은 “그 뒤(양자회동) 100일 동안 댓글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면서 “(박 대통령은) 국정원 등 댓글 개입 문제를 전임 정권의 일이라 말하며 이명박 책임으로 돌리고 청문회하고 조사하면 끝낼 문제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무슨 비밀이 있기에 무슨 비밀을 공유했기에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행복하게 놔두는지, 두 분이 무슨 약속을 하셨기에 지난 5년 견원지간 원수였던 두 분이 사이좋은 관계가 됐는지 나는 궁금하다”고 강조했다.
또 정 전 의원은 “나는 하나만 겨냥하겠다”며 “내일부터 MB 사무실에 가서 지난해 9월 2일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듣겠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정 전 의원은 “이제는 당신(이 전 대통령)도 평민 나도 평민”이라며 “특검은 민주당도 청와대도 검찰도 아닌 촛불시민 여러분들이 하는 것이다”고 시민들의 지속적인 촛불집회 참여를 부탁했다.
시국강연회에 이어 불법 대선 개입을 규탄하며 시국선언을 했던 5대 종단을 비롯해 노동, 청년, 청소년, 빈민, 교육, 농민, 여성, 학계 등 각계 각층의 발언들도 이어졌다.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의 이도흠 상임의장은 “40년 전 유신시대로 역사의 수레바퀴를 퇴행시켰는데 이를 자각하지 못하고 분노하지 못한다면 40년 전으로 되돌아가도 마찬가지”라며 “이 정권은 반역사적이고 반민주적인 파시스트 정권이다. 우리가 대항하는 길은 촛불을 늘려 오늘 3만이 모였다면 다음에 6만이 모여야 한다”고 일갈했다.
30여개 청년단체들은 ‘민주수호청년선언문’을 통해 국가기관 총체적 개입 선거와 국가권력 사유화, 종북몰이 마녀사냥 중단을 촉구했다.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 기독교 공동 대책위원회의 방인성 목사는 “우리는 21세기에 유신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 증거가 박근혜 후보가 불법으로 청와대 주인이 됐다는 사실”이라 강조하고 “이대로는 이 땅에 평화도 서민들의 행복도 오지 않는다. 시민, 종교계, 모든 시민단체가 모여 유신독재를 청산하고 새 시대를 열 수 있도록 박근혜를 반드시 사퇴시키자”고 주장했다.
한편 같은 시간,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 400여명도 시청광장 건너편 대한문 앞에서 ‘종북세력 척결 집회’를 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