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 “국민 이기는 권력 없다”
영하의 한파에도 불구하고 철도 민영화를 추진하는 박근혜 정부를 향한 노동자들의 외침은 뜨거웠다. 철도노조가 20일째를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민주노총은 28일 총파업을 선언하고 ‘민영화 저지! 노동탄압 분쇄! 철도파업 승리! 민주노총 1차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28일 오후 시청광장에서 열린 이날 결의대회에는 전국에서 모인 민주노총 조합원들과 이들과 연대를 선언한 한국노총 조합원들을 비롯해 철도 민영화를 반대하는 일반 시민 등 10만 명(경찰추산 2만3000명)이 모였다. 참가자들은 서울광장을 가득 메우고 자리가 모자라 인근도로에도 운집했다.
민주노총은 총파업투쟁 결의문에서 “22일 민주노총 사무실에 대한 공권력의 침탈은 민주노총에 대한 정권의 전면적인 선전포고”라규 규정하고 “민주노조와 민주주의에 대한 역사적 부정이자 파괴의 서막”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철도노동자가 지키고자하는 것은 철밥통이 아니라 국민철도”라며 “공권력의 비호를 받으며 민영화를 강행하고 있지만 우리는 국민들의 엄호를 받으며 국민철도를 지키고 있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결국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며 “이제 민주노총의 명운을 걸고 국민과 함께하는 투쟁으로 박근혜 정권을 심판하자”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신승철 위원장도 대회사에서 “지난 22일 박근혜 정권은 자신의 가면을 벗고 민주주의를 짓밟는 권력의 모습을 보였다. 우리는 독재를 봤다”며 “박근혜는 실수했다. 이제 우리 민주노총은 박근혜 정권에 대한 전면투쟁을 선언한다”고 외쳤다.
민주노총과의 연대를 선언한 한국노총 문진국 위원장 역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노동운동의 심장부인 총연맹에 공권력을 투입한 전례가 없다”며 “현 정권은 스스로 노동운동을 탄압하는 반(反)노동 정권이라는 점을 증명하고 우리 노동운동을 후진국 수준으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특히 문 위원장은 “정부의 노동탄압에 맞서,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하나가 돼야 한다. 정권과의 투쟁에 있어서만큼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결코 둘이 될 수는 없다”며 양대 노총의 연대를 강조했다.
경찰에 의해 체포 영장이 발부된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은 이날 영상을 통해 발언 했다. 그는 “조계종과 국회가 중재에 나선 상황임에도 정부는 무엇이 그리 급하고 두려운지 수서발KTX 면허를 밤 10시에 기습적으로 발급했다”며 “이는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해결하라는 국민의 염원을 무시한 대국민 선전포고”라고 주장했다.
연대사로 나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민변) 노동위원장 권영국 변호사는 “지금 보신각에서 민변 변호사들이 보신각에서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집회를 한 뒤 시청광장으로 행진해 오고 있다”며 “우리 변호사들은 법전에 기록된 노동자들의 헌법적 권리를 (박근혜) 정권이 무력으로 짓밟고 있는 현실에 침묵할 수 없었다. 또한 경쟁체제 도입이라는 거짓말로 국민의 철도를 자본에 팔아 넘기려는 정권의 대사기극도 두고만 볼 수 없었다”며 변호사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를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이어 “철도노조의 파업은 국민의 철도를 위한 국민의 파업으로 합법이다. 죄가 성립되지 않는 철도노조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은 그 자체로 무효”라며 “국민과 소통하지 않고 겁박하는 정권이 성공한 사례가 있었나. 우리는 노동자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위하여 함께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앞서 민변은 종로 보신각 앞에서 ‘변호사들 거리에서 민주주의를 외치다’ 행사를 가진 뒤 민주노총 파업 현장을 찾았다.
민주노총의 총파업 결의대회가 끝나고 같은 장소에서 국정원 시국회의의 ‘멈춰라! 민영화, 힘내라! 민주노총, 밝혀라! 관건부정선거’ 촛불집회가 열렸다. 특히 이날 촛불집회에는 철도 민영화를 반대하고 정부를 규탄하는 야당 의원들의 발언이 동시에 이어졌다.
민주당 공공부문 민영화 저지 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설훈 의원은 “박근혜 정부는 지난 일요일 민주노총을 침탈하며 드디어 독재의 길로 들어섰다”며 “박정희·전두환 군사정권을 온 몸을 던져 막아냈는데 박근혜 정권을 못 막겠나. 이 독재의 길을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다. 모두 총궐기해 막아내자”고 국민들의 참여를 호소했다.
통합진보당 오병윤 의원도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시작부터 잘못된 박근혜 정권을 끌어내리자”며 “독재를 이길 길은 연대밖에 없다. 모두 함께 이 난관을 돌파해 민주주의를 뿌리내리자”고 강하게 주장했다.
정의당 박원석 의원은 “서서 죽더라도 무릎을 꿇고 굴복할 수 없다”며 “기초적이고 상식적인 소통과 절차를 무시하는 정권이 국민들에게 굴복하라고 한다. 하지만 이 정권은 이미 정당성도 없고 정상적이지도 않은 정권이다. 믿을 것은 오로지 국민의 힘뿐이다”라고 일갈했다.
한편 공식집회가 마무리되고 참가자들은 인근 광화문 4거리와 세종로, 남대문 일대에서 산발적으로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버스를 동원해 남대문에서 광화문 사거리에 이르는 차도를 막고 이들의 이동을 막고 강제 해산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몸싸움이 있었지만 큰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시위대는 오후 8시 쯤 자진 해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