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과 월요일 ‘토벌작전’.. TM종사자가 범법자?”
서민 근로자 10만 명에게 날벼락이 내린 건 27일 월요일 아침. 아무 것도 모른 채 출근했다가 ‘일자리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정부가 그 전날 금융회사 관계자들을 불러 전화·SMS·이메일 등을 통한 영업행위에 대한 전면 금지 조치를 통보했기 때문이다.
10만 TM근로자 일자리 앗아간 정부
TM영업 종사자들은 출근하자마자 아연실색했다. 전화도, 팩스도, 이메일도 모두 불통이 돼 있었으며 모든 영업행위를 중단하라는 금융당국의 조치가 있었다는 얘기를 그때서야 들었다.
비대면 영업이 전면 금지. 금융위원회는 이번 조치가 3월까지 한시적이라고 말하면서도 “상황에 따라 연장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장기화 되거나 TM영업 등이 아예 뿌리가 뽑힐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개인정보 유출을 차단시키겠다는 게 이번 조치의 목적이란다. 하지만 이로 인해 당장 비대면 영업에 종사해온 10만 명은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카드사, 보험사, 대부업체 등에 근무하는 TM영업 근로자는 10만 명이 넘는다. 이들의 고용 형태는 열악하다. 거반이 기본급이 전혀 없는 계약직이다. 태반이 근로계약서 대신 위촉계약서를 쓰고 근무한다. 물론 퇴직금도 없다.
대부분 생계형 주부사원, 최근 취업 어려운 청년층 몰려
영업직이라는 이유로 수입은 오직 실적과 유지수당에 의존한다. 설령 기본급이 있는 계약직이라 해도 기본급은 100만원 선이다.
주부사원이 많다. 남편이 실직 상태이거나 이혼모이어서 사실상 가정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두 달이라도 수입이 끊기면 당장 생활이 어려운 서민 중의 서민이 바로 TM 종사자들이다.
최근 20대 TM 근로자도 많아졌다. 대학 졸업 후 취업 길이 막히자 2~3개월 교육을 받으면 큰 무리 없이 취업이 가능한 TM직에 몰렸기 때문이다. 그나마 선뜻 받아주는데다 교육비와 수당까지 챙겨주니 20대 청년들에게는 ‘차선의 직장’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주말과 월요일 ‘토벌작전’, TM종사자가 범법자인가
이들의 불안정한 고용상태와 형편을 조금이라도 감안했더라면 일요일 저녁을 틈타 마치 토벌 작전하듯 이런 식으로 나오진 못했을 것이다. 해도 너무하다. 10만명의 TM근로자들을 범법자 취급을 한 거나 다름없다.
금융당국이 이토록 포악한 짓을 한 데에는 박 대통령의 강력한 지시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0만 근로자가 일자리가 없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망연자실하는 동안 박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를 열어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큰 사고(개인정보 유출)가 발생했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다시는 국민에게 피해가 없도록 철저한 원인규명과 근본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 전 금융회사를 상대로 철저히 조사하기 바란다.”
그러자 금융당국이 번개 같이 작전을 벌여 이번 개인정보 유출로 물의를 빚은 카드3사와 무관한 보험사까지 모든 비대면 영업까지 올스톱시킨 것이다.
대통령 말 한마디에 10만 근로자 생계 ‘벼랑 끝’
“국민에게 피해 없도록”하기 위한 조치란다. 대통령의 이 발언이 TM 종사자들을 얼마나 화나게 만들었을까. 비대면 영업 종사자들은 ‘국민’이 아니란 말인가. 서민의 삶의 현장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대통령이다.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태의 책임은 일차적으로 카드3사에 있고, 최종 책임은 관리 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정부에게 있다. 그런데도 10만 근로자에게 그 책임을 전가한 것이다.
정부의 말이 가관이다. “TM 영업이 중단되더라도 업계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업체의 입장만 생각하고 근로자의 형편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
독재 해도 되는 세상이 된 거다
현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정부다. 금융업체가 TM 직원들이 일 없이 수개월 동안 버틸 수 없다고 반발하자 금융당국은 “인바운드 등 다른 일에 배치해 실직이나 TM이 부분 허용된 다른 금융기관으로 이직하는 상황이 연출되지 않도록 하라”고 압박했다.
깡패나 다름없다. 일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 놓고 실직이나 이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니. 모두 정부에게 편하고 유리한 쪽으로만 강요한다. 이렇게 독재를 해도 되는 세상이 된 거다.
10만 근로자들에게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엄청난 사건이 터졌으니 함께 고통을 분담하자’고 어르기도 한다.
묻겠다. 이번 사건의 주범인 카드3사에게는 어떤 고통을 분담시켰는가. 관리 감독이 소홀이 이런 사태를 야기시킨 경제부총리과 금융위원장 등에게는 어떤 고통을 감내하라고 했는가.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은 지금 어떤 고통을 나누고 있는가.
없다. ‘주범’인 카드3사에게 3개월 영업 정지를 내린 것뿐이다. 책임져야 할 주무부처 장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해도 박 대통령은 이들에게 면죄부를 줬다.
그 입으로 더 이상 ‘서민’ ‘국민’ 말하지 마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국민을 향해 “어리석다”고 한 ‘현오석 망언’을 의식했는지 “앞으로 국민에게 상처 주는 말을 하는 공직자가 없어야 한다”며 “재발 시에는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망언을 한 부총리를 그대로 안고 가겠다는 얘기다. 정부 스스로 고통을 나누지 않으면서 근로자들만 벼랑 끝으로 내몰았다.
주무 장관과 금융기관들은 알뜰살뜰 챙기면서 10만 근로자의 입장과 형편은 깡그리 무시한 박 대통령. 다시는 그 입으로 ‘서민’과 ‘국민’을 말하지 마라. 자격이 없다. (☞ 국민리포터 오주르디 ‘사람과 세상 사이’ 블로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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