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조각 된 ‘꼬리 자르기’ 1차 시나리오 윗선은?

“채군 사건 ‘개인적 일탈’ 증거 조작한 청와대”

ⓒ 오주르디 ‘사람과 세상 사이’ 블로그
ⓒ 오주르디 ‘사람과 세상 사이’ 블로그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아들 개인정보 유출에 청와대 행정관이 개입돼 있다는 명확한 증거가 나오자 크게 당황한 청와대는 서둘러 대응에 들어간다. 청와대가 지난 4일 조 전 행정관에 대한 감찰결과라며 내놓은 내용을 정리하면 이렇다.

개인적 일탈행위로 만들기 위한 시나리오

▲ 조 행정관이 지난 6월 휴대전화로 서초구청 조이제 국장에게 채군 인적 사항 확인을 초청하는 문자를 보냈고, 채군의 가족관계 정보를 전달 받았다.

▲ 조 행정관은 평소 알고지내는 안전행정부 공무원 김모씨(김장주 국장)의 요청을 받고 서초구청 조 국장에게 부탁한 것이다.

▲ 조 행정관의 이 같은 행동은 청와대와 관련 없는 개인적 일탈행위다. (청와대 주장)

이재만 총무비서관 등 청와대 ‘윗선’으로 쏠리는 의혹 사건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등장시킨 인물이 김 국장이다. 개인적 일탈행위라는 청와대의 주장을 뒷받침해주는 ‘증거물’이 바로 김 국장인 것이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개인정보 불법 유출의 동기, 목적, 경위 등과 정보 귀착지에 대해 “검찰에서 밝혀질 부분”이라며 언급을 피했다.

청와대 도면대로 작동? 꼭 필요한 두 부품 ‘김 국장과 검찰’

청와대가 사건 수습을 위해 그려놓은 도면대로 작동되려면 두 곳이 탈 없이 움직여줘야 한다. 김 국장과 검찰이다. 김 국장이 ‘내가 채 군 정보를 빼내 달라고 부탁했다’고 시인하고, 검찰은 김 국장을 사건의 주범으로 기소하는 게 청와대가 바라는 바였다.

이렇게 되면 청와대는 ‘혼외자식 논란을 야기 시켜 채동욱 전 총장을 찍어냈다’는 의혹에서 벗어날 ‘통로’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밑그림은 엉성했다. 청와대로 뻗어 있는 의혹의 줄기를 잘라내 김 국장에게 연결시킨 부분이 매끄럽지 못했다. 행시 출신 안행부 고위공무원인 김 국장은 개인정보 조회 방법과 절차에 관한한 전문가다. 채군 정보가 꼭 필요했다면 ‘청와대 지인’을 통하지 않고 직접 감행하는 게 훨씬 안전하고 간편했을 것이다.

ⓒ 오주르디 ‘사람과 세상 사이’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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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도 받을 수 없는 시나리오? 끼워 넣은 ‘증거물’은 조작된 것?

청와대가 제시한 밑그림을 검찰도 받아들일 수 없었던 모양이다. 그 정도로 앞뒤가 안 맞는 ‘졸작’이었다는 얘기다.

어제(9일) 복수의 언론들이 검찰 소식통을 인용해 ‘김 국장이 채군 사건과 무관하다’는 단독 기사를 내보냈다. 검찰이 김 국장의 휴대전화를 복원해 조 전 행정관과 주고받은 문자메세지를 확인한 결과 채군 관련 얘기가 담겨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또 김 국장이 조 전 행정관에게 “왜 나를 지목했느냐”고 따지는 내용이 담긴 김 국장의 휴대폰 녹음내용을 놓고 검찰이 조 전 행정관을 집중 추궁했으나 조 전 행정관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명확한 설명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청와대의 밑그림이 휴지조각이 된 것이다. 억울함을 언론에 하소연한 김 국장의 강력한 반발과 검찰을 밀착 취재해온 언론에 의해 청와대의 의도가 무산되고 말았다.

채군 정보 왜 하필 그때 필요했을까?

채군 신상정보가 왜 6월에 필요했을까. 조 전 행정관이 채군 정보를 요청한 6월 11일은 국정원 사건 ‘윤석열 특별수사팀’이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기소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바로 그날이다.

청와대가 황교안 법무부장관을 내세워 수사지휘권을 행사하는 등의 방법으로 선거법 적용을 막고 있는 상황에서 수사팀이 이에 굴하지 않고 소신을 관철한 날이기도 하다.

ⓒ 오주르디 ‘사람과 세상 사이’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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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뒤 정황을 보면 청와대가 채 전 총장을 찍어낸 게 확실해 보인다. 채 전 총장이 보호막 역할을 해줬던 수사팀이 외압에도 불구하고 끝내 원세훈-김용판을 기소하자 검찰총장을 날리기 위해 혼외자식 카드를 꺼냈고, 그 과정에서 조 전 행정관이 채군 개인정보 유출 책임을 맡았을 거라는 의혹이 짙다.

휴지조각 된 ‘꼬리자르기 1차 시나리오’, ‘윗선’은?

‘꼬리자르기’ 시나리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거짓말 한 게 탄로 난 상황이니 의혹의 시선은 다시 청와대 ‘윗선’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조 전 행정관의 직속상관였던 이재만 총무비서관이 ‘윗선’으로 밝혀질 경우 국정원 대선개입 진상을 밝히려는 칼은 정권의 심장을 겨누게 될 것이다.

국정원과 국가기관 대선개입. 대체 얼마나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이뤄졌기에 청와대가 나서 저토록 수사를 방해하는 걸까. 12.19대선이 사상초유의 부정선거였다는 사실이 우회적으로 입증되는 대목이다.

‘김 국장-조 전 행정관-서초구청 조 국장’, 이 라인에서 채군 사건이 자행됐다고 단정한 건 청와대다. 민정수서실이 감찰조사를 했단다. 하지만 김 국장에 대해 제대로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김 국장을 끼워 넣은 이가 누군지 궁금하다.

ⓒ 오주르디 ‘사람과 세상 사이’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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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미문의 부정선거 기획자는 누구?

이번 채군 사건의 불길이 어디까지 번질까. 총무비서관이 개입됐다는 게 확인될 경우 그 다음은 김기춘 비서실장과 박 대통령이다.

청와대의 소행이 아닌 것으로 꾸미기 위해 시나리오를 만들었으며, 이 시나리오를 떠받치고 있는 기둥 가운데 핵심이 안행부 김 국장이었다. 하지만 그 기둥은 부러지고 말았다. 덕분에 국정원 불법 대선개입의 진상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게 됐다.

전모가 밝혀져야 한다. 전대미문의 부정선거를 기획하고 가담한 이들에게 법적 책임을 물어야 민주주의가 바로 설 것이다. (☞ 오주르디 ‘사람과 세상 사이’ 블로그 바로가기)

[편집자註] 이 글은 외부 필진(블로거)의 작성 기사로 ‘go발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go발뉴스’는 다양한 블로거와 함께 하는 개방형 스마트 언론을 표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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