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이러면 안 된다. 국민이 지켜본다”
어제 하루 청와대와 새누리당에서 나온 얘기들이 가관이다. 민심과 소통할 생각 전혀 없이 그저 자신들의 입장과 처신이 최선이라고 우긴다. 야당은 무조건 정쟁이나 일삼는 훼방꾼으로 치부하고, 국민의 목소리는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해 거꾸로 뒤집어 말하기 일쑤다.
국정원 사건 덮고 국정원 개혁 안 하고... 이게 저들의 본심
국민들의 최대 관심사인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에 대한 새누리당의 입장은 민생 현장의 목소리와 완전히 동떨어져 있다.
민주당과 시민단체 등 대다수 국민들은 대선개입 의혹에 대해 특검을 도입하고 국정원 개혁은 국회가 주도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새누리당과 청와대는 정반대 주장을 펴며 검찰과 국정원을 두둔하고 있다.
제대로 수사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던 ‘채동욱-윤석열’ 라인을 찍어낸 검찰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크다. 그런데도 눈 감고 외면한다. 댓글-SNS 선거 공작과 NLL 대화록 불법 공개로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국정원을 지켜내기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기세다.
새누리당 최고위는 어제 회의를 열고 “국가기관 대선 개입 특검 도입문제는 현재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이고 국정원 개혁은 개혁안을 (국정원이) 준비하고 있어 이를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 말은 정치검찰을 앞세워 곧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을 덮겠다는 거나 다름없다. 또 선거에 개입해 헌정질서를 유린한 국정원의 근간과 조직을 그대로 유지시키겠다는 저의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발언이기도 하다.
국민 상식은 ‘대화록 악용하기 위해 여권이 불법 유출했다’고 말한다
김무성 의원의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낭독’ 사건에 대한 해명은 그야말로 코미디다.
김 의원이 국정원 여직원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직후 부산 유세에서 NLL과 관련해 연설한 내용은 대화록 원본과 거의 일치한다. 단어와 표현 몇 군데만 다를 뿐 90% 이상이 똑같다.
유출된 대화록을 낭독한 것이 확실한데도 검찰조사에서 김 의원은 “작년 선거 당시 각종 찌라시(증권가 정보지 등)가 난무했는데 대화록에 관한 일부 문건이 들어와 밑에서 보고서 형태로 문건을 만들어 정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선 막판 유세에서 출처조차 알 수 없어 사실여부에 대한 판단도 불가능한 찌라시를 박근혜 후보의 단상에 올라 낭독했단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는 유언비어를 공개적으로 유포하기 위해 찌라시를 활용했단다.
대화록을 아예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제 입으로 한 말이 있는데 아니라고 잡아뗀다. 지난 6월 김 의원은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지난 대선 때 이미 내가 그 대화록을 입수해 읽어봤다”고 말한 바 있다.
국민에게 대놓고 거짓말해도 괜찮은 게 대한민국 정치판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에서 민주당 박범계 의원이 공해한 ‘권영세 녹취록’에도 대화록이 이미 불법 유출돼 여권에 유포된 상태라고 짐작할 수 있는 발언이 등장한다.
당시 박근혜 선대위 종합상황실장이었던 권영세 주중대사는 “NLL 관련된 얘기를 해야 하는데....자료를 구하는 건 문제가 아닌데, 지금 소스가 청와대 아니면 국정원 아닙니까 그게....그래서 그걸 우리가 집권하게 되면 까고”라고 말해 대화록이 청와대와 국정원에 의해 불법 유출됐다는 점을 에둘러 밝혔다.
김 의원이 청와대와 국정원 등 여권에 의해 불법 유출된 대화록을 입수한 거라면 그나마 다행이다. 찌라시를 통해 대화록을 입수했다면 정말 큰일이 아닐 수 없다. 국가기밀이 어떻게 증권가에 유출돼 찌라시로 유포될 수 있단 말인가. 사실이라면 전 검찰을 동원해서라도 철저히 수사해야 할 일이다.
국민의 상식은 ‘김 의원이 여권의 대화록 불법유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찌라시 운운하며 자신의 발언을 번복하는 등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공약 줄줄이 파기-후퇴, 그런데도 “약속 이행 의지 확고”
박근혜 정권의 2인자인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도 국민의 눈높이에 전혀 맞지 않는 주장을 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어제 국회 운영위 국감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대통령이 대선공약에 뚜렷한 해명 없이 번복하는 것은 국민과의 약속을 파기하는 것 아니냐”는 민주당 홍익표 의원의 질문에 대한 김 실장의 답변은 듣는 이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기 충분한 것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공약 이행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계시다.”
황당하다. 기초노령연금, 4대 중증질환 진료비, 반값등록금, 무상보육, 저소득층 영아지원, 고위험 임산부 지원 등 복지-노동 공약과 경제민주화와 관련된 약속들이 대폭 후퇴하거나 파기된 상태인데도 저런 말을 하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송구하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어야 옳다. 의지는 확고하지만 약속은 파기할 수밖에 없다는 얘긴가. 국민 앞에 나와 말도 안 되는 주장을 서슴없이 내뱉는 노령의 유신시대 정치인을 봐야 한다는 게 답답할 뿐이다.
이런 정치로 만들 수 있는 건 독재국가
그의 입에서 나온 황당한 얘기는 또 있다. 불통을 지적하는 의원들을 향해 “대통령비서실은 국민과 대통령의 소통 통로로써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대통령께 전달하는 노력도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가 비서실장으로 청와대에 들어오면서 공안정국이 조성되고 청와대가 권위적으로 바뀌며 심각한 불통에 빠졌다는 걸 모르는 이가 있을까. 박정희 시대의 사람들과 우익보수 인사들 사이에 둘러싸여 한쪽으로 치우친 행보를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사람의 입에서 ‘소통과 전달’ 얘기가 나온다. 돼지발톱에 매니큐어를 칠해놓은 모양이 연상된다.
원하는 얘기만 듣고, 편한 사람들만 만나고, 칭찬해 주는 곳만 다니고, 박수 소리만 즐기며 쓴 소리를 멀리하고, 다른 주장과 판단에 대해 불쾌하게 생각하고, 하고자 하는 일은 어떻게든 밀어붙이겠다는 정치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건 ‘행복한 대한민국’이 아니라 독재국가 대한민국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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