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는 朴의 사람들.. 김종인 “새누리당 탈당하겠다”
정당 정치는 물론 3권분립의 기반 위에 작동해야할 대통령제에도 실패하고 있는 게 한국정치의 현주소다.
권위주의와 공안통치의 부활
통치자가 법 위에 군림하며 국민을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는 권위주의. 민주화 투쟁을 통해 많이 퇴색한 건 사실이다. 권위주의적 잔재는 민주화 이후 선출된 대통령에게도 남아 있었지만 청산 작업은 꾸준히 진행돼 왔다.
완전히 퇴치돼야할 권위주의가 부활하고 있다. 18대 대선을 통해 선출된 대한민국 대통령이 역사를 거스르며 공안통치와 유신독재를 재연하려 한다.
천주교 사제의 발언을 문제 삼아 “이런 일은 용납하지도 묵과하지도 않겠다”며 국민을 겁박했다. 웃기는 일이다. 묵과하지 않겠다면 어떻게 하겠다는 얘긴가. 처벌은 사법부의 권능이다. 사법권까지 주무르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건가.
3권을 발치 아래 둔 제왕적 대통령. 박정희 유신 독재 시절 청와대에는 대통령이 아니라 종신토록 권좌에 머물고자 했던 제왕이 있었을 뿐이다. 대법원장도, 국회의장도 모두 대통령에 하수인에 불과했다.
유신독재 제왕적 대통령, 그 시절 그리워하는 그의 딸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그의 딸이 대통령에 당선됐다. 대선 때에는 ‘겸손하게 국민을 섬기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말을 그렇게 잘 하더니 당선된 뒤 말투부터 확 달라졌다.
야당을 향해 호통을 치고, 국회를 대통령을 보좌하는 기관처럼 취급하고, 검찰을 멋대로 조종하려든다. 국민과의 소통은 없다.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한 얘기가 언론에 보도되는 것이 대통령이 국민에게 던지는 메시지의 전부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어야 하고, 3권 분립은 엄격하게 지켜져야 한다. 하지만 집권 1년 동안 박근혜 정권이 보여준 모습은 전혀 그렇지 않다. 임기 동안 대통령에 귀속되는 게 주권이며, 대통령의 판단보다 3권분립 정신이 먼저일 수 없다는 식이다.
당선 뒤 1년, 확연히 드러나는 군주의 모습
대통령도 견제 받는 자리다. 합리적이고 합법적인 견제를 거부한다면 3권을 초월한 군주나 다름없다. 박 대통령은 견제를 싫어한다. 부당한 간섭 혹은 자존심을 건드리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군주의 모습이다.
어린 나이에 청와대에 들어가 20대를 유신독재 퍼스트레이디로 살아서 그런가. 3권을 오랏줄로 묶어 자신의 권능아래 두었던 아버지 박정희를 참 많이 닮았다.
지난 대선 때 캠프 핵심으로 활동했던 ‘박근혜 사람들’조차 왕이 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우려와 실망감이 역력하다. 그녀의 본모습이 제왕적이라는 걸 알고 낭패감이 큰 모양이다.
김종인과 이상돈, 이준석과 손수조. 새누리당으로 이름을 바꾸고 대선 체제로 전환할 당시 박근혜 캠프의 핵심 인물이었다. 최근 이들이 한 말에서 ‘제왕 박근혜’에 대한 깊은 실망감이 절절하게 배어 나온다.
떠나는 박근혜 사람들, 김종인 “새누리당 탈당하겠다”
경제민주화를 내걸고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는 데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는 김종인 전 박근혜 캠프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토사구팽’의 대표적 사례가 됐다. 바른 말 잘하고 잘못을 지적하는 그의 성격이 ‘제왕 박근혜’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김 전 위원장은 최근 언론과 인터뷰에서 “작년부터 당을 나가F까 생각했다”며 “12월 19일(18대 대선일)에 새누리당을 탈당하려 한다”고 밝혔다. ‘제왕 박근혜’와의 완전한 결별을 선언한 것이다.
이상돈 교수 또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맡아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든 ‘공신’이다. 그런 그가 직접화법을 동원해 박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 교수는 “2012년 한 해 동안 내세운 정치쇄신, 경제민주화, 검찰개혁, 100% 대한민국, 이런 것이 대선 이후 지켜지지 못하고 있다”고 운을 뗀 뒤 “이런 식으로 4년을 더 가는 건 불가능하다”고 일갈이다.
이상돈, ‘제왕적 대통령’을 정면 비판하다
얼마 전 그는 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이 심상치 않다며 “닉슨 대통령이 워터게이트로 물러날 때에도 지지도는 30% 가까이 됐다”고 말한 바 있다.
‘박근혜 키즈’로 대선 때 젊은층 표심을 파고들었던 이준석과 손수조. 이들도 강한 실망감을 토로한다.
이준석 전 비대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에 빗대 박 대통령의 제왕적 독선을 꼬집었다. “이순신의 결단이 틀렸다면 그에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하고 그래야 그게 사람 사는 세상의 투영”이라며 “아무 역할 없이 ‘자앙군~(장군)’하는 역할만 있었다면 재미있는 사극이었을 리 없다”고 말했다.
손수조와 이준석, 박근혜의 면면 이제야 제대로 본 모양
견제와 비판을 수용하는 민주적 대통령이 아니라 1인 천하를 꿈꾸는 군주가 돼 가는 박 대통령에 대한 실망이다.
손수조 전 새누리당 미래세대위원장도 박근혜라는 사람의 면면을 이제야 제대로 본 모양이다. 지난 8일 자신의 트위터에 비판을 쏟아냈다. 그녀는 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새누리당은 청년의 열정을 결국은 허망함으로 돌려주고야 말았다”며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새누리당에 남아 있을 올바른 청년은 없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의 제왕적 모습에 많은 이들이 실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전국공무원노조가 지난 11월 23일부터 29일까지 현직 공무원 736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박근혜 정권의 직무수행능력에 대해 ‘잘한다’고 평가한 답변은 11.4%에 그쳤다.
제왕이 돼버린 대통령, 누구의 책임인가?
10명 중 1명만 잘하는 것으로, 9명은 잘못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얘기다.
2012년 12월 19일 대한민국 국민들은 국민을 섬기는 겸손한 대통령을 뽑으려 했다. 박근혜 후보는 이런 국민들 앞에 서서 일도 잘하고 겸손히 국민을 잘 섬기겠다며 머리를 조아렸다.
이후 1년. 대한민국 국민이 뽑은 건 ‘국민을 주인으로 아는 겸손한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과 3권분립 위에 군림하는 제왕’이었다. 왕이 돼버린 대통령, 누구의 책임일까. (☞ 오주르디 ‘사람과 세상 사이’ 블로그 바로가기)
[편집자註] 이 글은 외부 필진(블로거)의 작성 기사로 ‘go발뉴스’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go발뉴스’는 다양한 블로거와 함께 하는 개방형 스마트 언론을 표방합니다.
- 2년 4개월 걸린 워터게이트, 국정원 사건은?
- 청와대 신종 꼬리자르기 ‘검찰에게 물어봐’
- 朴, ‘경제민주화’ 상충 용어 동의어처럼 사용
- 전투복으로 갈아 입은 문재인, 당황한 ‘종박진영’
- 박 신부 수사, 법과 대통령 어느 쪽이 더 셀까?
- 2012대선, 인터넷이 대신한 ‘소리없는 쿠데타’
- 국정원․새누리 “버티기 그만, 국민에 사죄할 때”
- ‘댓글 없다’에서 121만 건.. 부정선거 전모는?
- MB, 美 방위비 미집행분 불법전용 ‘용인’
- 대통령 경호실, 유신 시절 복기하나
- “국민에 대놓고 거짓말해도 괜찮은 대한민국 정치”
- 국회선진화법, 달면 삼키고 쓰면 뱉고
- 숭례문과 박근혜 정권, 같은 이유 같은 결과
- “국정원, 예‧결산 특혜 없애고 감사 받아야”
- 박정희의 ‘중정’ 박근혜의 ‘국정원’
- 군에 ‘댓글분점’ 차린 청와대와 국정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