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돈, 유승민의 ‘쓴소리’ 오죽하면 그럴까”
철도노조는 파업을 중단하는 대신 국회 국토위에 ‘철도발전 소위’ 구성을 담은 여야 중재안을 받아들였다. ‘국회 소위’는 여야 정치권과 노조 모두에게 일종의 ‘퇴로’인 셈이다.
철도소위는 ‘퇴로’, 대통령은 ‘승리’로 착각
여야와 철도노조가 파업 종결을 위한 합의문을 발표할 즈음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했다. 합의문이 작성되기 전 청와대의 재가가 있었다니 그 무렵 박 대통령은 이미 파업 종결 보고를 충분히 받은 상태였을 것이다.
직접 국민과 얘기하지 않고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애둘러 말하는 박 대통령. 국민을 자신의 비서 뒤에 줄 세우는 버릇이 있다. 이번에도 수석비서관회의를 통해 ‘비서보다 못한 국민’에게 몇 마디 던졌다.
철도노조의 파업 중단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인식은 달랐다. 노조를 무릎꿇렸다고 생각해서 일까. 승리감에 취했는지 발언의 수위가 지나쳤다.이 ‘개선장군’은 자신이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이런 얘기를 했다.
“SNS등을 통해 퍼져나가는 잘못된 유언비어를 바로잡아야 한다. 예를 들어 철도경영 혁신을 철도 민영화라고 왜곡하고, 원격의료제도 도입과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에 대해서도 이것이 의료민영화다 이런 잘못된 주장을 한다.”
합리적 의혹 제기가 ‘유언비어’?
합리적 의혹을 제기하는 행위를 유언비어 유포라고 단정했다. 독재적 발상이다. 수서KTX 설립과 의료법인 자회사 허용에 민영화 의혹을 제기하는 건 민주시민으로서 당연하다. 왜냐면 민영화로 볼 수 있는 많은 요인들이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당연한 의혹 제기와 유언비어를 구분 못하는 대통령. 역시 유신정권의 퍼스트레이디답다. 제 눈에 박힌 들보는 보지 못하고 남의 눈에 있는 작은 가시를 빼겠다고 덤비는 거나 마찬가지다.
‘SNS 유언비어’의 최대 수혜자는 바로 박 대통령이다. 지난 대선 당시 국가기관 거반이 총동원돼 야당 후보를 비방하고 여당 후보에 찬사를 보내는 ‘SNS 유언비어’를 쏟아내지 않았던가.
‘SNS 유언비어’의 최대 수혜자는 박근혜 후보
자신에게 유리한 'SNS 유언비어'는 관련성을 부인하며 그대로 용인하더니 불리한 것은 결코 가만둘 수 없단다. 이게 그녀가 말하는 비정상의 정상화인가.
엄포와 겁박도 잊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자신에게 쓴소리하는 ‘인터넷 공간’의 목소리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상황을 왜곡하려는 세력들에 대해서는 초기부터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자신의 주장과 다른 견해는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합리적인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까지 싸잡아 “상황을 왜곡하는 세력”이라고 못박았다. 박근혜식 독재정치 실체가 또 한 단면을 드러낸 것이다.
반대 의견 말하면 “상황 왜곡하는 세력”?
다른 사람도 아닌 대통령이 자신과 생각이 다른 국민을 “상황을 왜곡하는 세력”으로 규정하는 나라. 박근혜 후보를 18대 대통령으로 뽑은 대한민국이 그렇다.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선제적 대응”을 하라고 지시했다. ‘신속’ ‘적극’ 이런 단어도 듣기에 고약한데 더 나아가 ‘선제적 대응’에 방점을 찍었다.
선제적이라. 무섭다. 의혹을 말하기 전에 그 의혹을 품기만 해도 가만두지 않겠다는 건가. 술집에서 “정희야”라고 불렀다고 대통령 모욕죄로 파출소에 끌려가 두들겨 맞았다는 유신 시절 이웃 삼촌이 생각난다. 그가 부른 ‘정희’는 대통령 박정희가 아니라 사귀다 이별한 자신의 옛 연인 김정희였다.
“선제적 대응”? 유신의 그가 자주 했던 말인데
주변에서 어떤 충언이 나오는지도 모르나 보다. 박 대통령의 비서실장 출신인 유승민 의원은 수서발 KTX 설립은 “불공정한 정책”이라고 대놓고 비판했다. 그냥 한 얘기가 아니다. 경제 전문가답게 충분한 논거를 제시한 작심 발언이었다.
유 의원은 ‘알짜’ 부문부터 선택적으로 진행되는 ‘빼먹기식 민영화’를 일컫는 경제한 용어인 ‘크림 스키밍(Cream Skimming)에 빗대 “경춘선, 중앙선, 태백선 등 수익이 나지 않은 몇 개 노선을 같이 (수서KTX에) 떼어줘야 공평하다”고 일갈했다.
한때 박 대통령의 ‘스승’이었던 이상돈 교수는 “코레일 경쟁 노선 도입은 허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 정권의 거짓된 부분을 적나라하게 꼬집었다.
“공기업 부채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부채의 원인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개혁 청사진을 제시한 뒤 사회적 합의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또 17조원에 이르는 코레일 부채에 대해서는 “정부에 책임이 있다”며 “국가를 망친 1등 주범은 국토부”라고 주장했다.
이상돈, 유승민의 ‘쓴소리’ 오죽하면 그럴까
그렇다. 공기업을 망쳐먹은 주범인 국토부다. 그런데 공기업 개혁을 하겠다고 설친다. 충분한 논의도, 국민적 합의도 없이 ‘박근혜식 독재’에 부합해 앞뒤도 못 가리고 깝죽거린다. 반성과 사과가 먼저인데 버릇없이 국민 위에 군림해 가르치려든다.
노조를 꺾었다고 착각해 승기에 취한 박 대통령. 그가 “새해에는 비정상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 주기 바란다"는 말로 새해 희망을 피력했다.
이거 큰일이다. ‘내 판단’을 정상이라고 생각하고 ‘다른 판단’을 비정상이라고 생각하는 박 대통령이 아닌가.
새해에는 대한민국 국민 전부를 자신의 판단과 생각 밑에 굴복시키려나 보다. (☞ 오주르디 ‘사람과 세상 사이’ 블로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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