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 강력 반발 “독선적 발상이자 유신회귀”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유일하게 채택했던 경북 청송여고마저 재논의에 들어가자 새누리당이 역사 교과서를 국정 교과서 체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채택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는 8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현행 (검정) 제도가 오히려 국민적 갈등과 분열의 원인이 되고, 불필요한 논란을 확대·생산한다면 민족의 장래와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도 국정교과서로 다시 돌아가는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같은 당 정우택 최고위원도 “역사 교과서만큼은 이념을 떠나서 역사적 사실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학생들이 비교 판단할 수 있도록 국가 공인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것을 당 차원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과서 국정 체제 전환을 여권 핵심부가 주도하고 있는 모양새다.
교육부와 문용린 서울시교육감도 거들고 나섰다.
교육부 나승일 차관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그런 부분(국정교과서)에 대해 (새누리당에서) 요구받은 적 없다”며 “그러나 학생 교육에 필요하다면 그런 부분을 검토해야 하지 않느냐는 주장이나 제안에 대해 교육부도 여러차례 들은 바 있다”고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문 교육감도 8일 평화방송 라디오<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해 “국정(교과서)이라는 방향이 그렇게 옳은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계속해서 이렇게 역사교과서를 에워싸고 특정교과서는 안 된다는 식의 논쟁이 심화된다면, 적어도 국사교과서에 관한 한 국정이 어떤 면에서는 필요하지 않나 하는 발상 자체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시민사회는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역사교과서 친일독재 미화왜곡 대책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국정교과서 전환 주장은 교학사 교과서가 학생과 학부모의 거부로 채택률 0%대가 되자 엉뚱하게 화풀이를 하는 것”이라며 “민주국가·선진국가에서 국정교과서로 국사를 가르치는 나라는 없다”고 지적했다.
전병헌 원내대표도 9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지도부-정치개혁특위 연석회의에서 “새누리당의 주장은 채택률 0%대인 교학사 교과서를 국정교과서로 채택해 100%로 만들겠다는 역주행, 독선적 발상이자 유신회귀”라며 “친일독재 미화 교과서인 교학사 교과서를 학생과 학부모가 집단 거부한 것은 집단 지성의 결과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원내대표는 이어 “정부와 새누리당은 유신의 망령과 독재의 유혹에서 허우적거릴 것이 아니라 벗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역사정의실천연대 이준식 정책위원장은 “얼마 전까지 ‘교학사 교과서의 다양성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국정교과서를 이야기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라며 “정부·여당이 처음부터 교학사 교과서를 준국정교과서로 삼으려다 실패하자 태도를 바꾼 것”이라고 <경향신문>에 말했다.
이 정책위원장은 이어 “국정교과서는 유신시대 운용됐다가 민주화 이후 폐기된 것”이라며 “독재정권을 미화·정당화해 젊은 세대들을 우익 이데올로기로 의식화시킴으로써 장기 집권하려는 음모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교과서는 국정, 검인정, 자유발행 등 3가지로 나뉜다. 국정교과서는 교육부가 직접 통일된 교과서를 제작해 각급 학교에 일괄 배포하는 방식이고, 검인정교과서는 민간이 개발해 국가 검정심사를 거친 도서를 학교에서 쓰는 것이다. 반면 자유발행 교과서는 검인정 절차 없이 민간출판사가 발행하는 것을 말한다.
이 중 국사 과목은 1974년부터 국정 체제로 운영돼 오다 2002년 현대사 부분부터 검인정 체제로 바뀌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