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관 “순발력 보려는 목적”.. 네티즌 “원하는 답변이 뭐야?”
주영 한국대사관이 다음달 박근혜 대통령의 영국 방문을 앞두고 현지 인턴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지원자들에게 ‘대통령 방미 때 벌어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과 같은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취지의 질문을 한 것으로 드러나 구설수에 올랐다.
28일 <한겨레>는 정부가 사건의 재발 방지를 목표로 하기보다 유사시 문제제기 하지 않을 인턴을 뽑는 것에 더 신경 쓰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런던에 있는 한국대사관은 새달 5~7일로 예정된 박 대통령의 영국 국빈방문을 앞두고 20여명 규모의 기자실 지원요원을 모집하는 공고를 이달 10일 냈다. 대사관 쪽은 인턴에게 10월 말부터 국빈방문 행사가 끝날 때까지 5~10일 동안 프레스센터 운영과 기자단 지원 업무를 맡길 계획이었다.
서류 전형과 1차 영어 면접에 합격한 지원자 40여명은 21~22일 한국대사관에서 2차 면접을 봤다. 2차 면접은 A 서기관 등 대사관 직원 2명이 지원자를 3~4명씩 나눠 별도의 사무실에서 질문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A 서기관은 복수의 지원자들에게 “지난 방미 때와 같은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었다. A 서기관은 ‘지난 방미 때와 같은 일’이라고 표현했으나 윤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을 거론한 것이었고, 지원자들도 그렇게 받아들였다.
A서기관은 일부 지원자가 “상황에 따라 다를 것 같다”고 대답하자 “만약 심각한 상황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재차 질문을 던졌고,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대답한 한 지원자에게는 “극단적인 경우 이런 일이 생긴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는 등 끝까지 답변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2차 면접에 참가했던 유학생 출신 지원자는 <한겨레>에 “대사관 직원들은 성추행 사건이 벌어져도 아무 대응을 하지 않을 사람을 뽑으려는 것으로 보였다. 그런 일이 벌어졌을 때 ‘액션(행동)을 취하겠다’고 하니 반응이 좋지 않았고 마지막엔 떨어질 수 있다는 뉘앙스의 대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지원자는 “‘윤 전 대변인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으니 녹음기라도 준비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돌 정도로 지원자들이 지난 방미 때 성추행 사건을 민감 하게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A 서기관은 <한겨레>에 “(성추행 등) 원치 않는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이었는데 사례가 없다 보니 ‘방미 사건과 같은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던 것 뿐이다. 지원자의 순발력을 보려는 목적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면접 질문은 자율적으로 한 것일 뿐 (청와대나 외교부 등에서) 특별한 지침을 받고 한 것은 아니다”라며 “기분 나쁘게 받아들인 지원자들이 있었다면 사과하겠다”고 덧붙였다.
해당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국가망신적 질문’이라며 비난을 쏟아냈다. 한 네티즌(독*)은 “우리나라는 모든 분야에서 문제가 많다. 실수나 큰 잘못을 했을 때 너무나도 관대하다. 그냥 유야무야 대충 넘어가고 하니 그들은 잘못을 인정도 반성도 없이 뻔뻔하게 고개들고 다닌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빛***)은 “당신 딸이 원치 않는 상황을 당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시겠소? 대답 못하면 그 자리 내려오시오”라며 비난했고, 네티즌 ‘바보**’는 “그럴 때는 과감히 성접대도 감수하겠다 해야 취업이 되겠군”이라며 조롱했다.
이 밖에도 “진짜 나라가 완전 *판이로구나~”(머쉬***), “역시 근로자가 아니라 머슴을 뽑길 원하는 후진국”(하*), “원하는 답변이 뭐야? 그랩 당해도 입 다물겠습니다야?”(skdf****), “이건 뭐 개그도 아니고 그냥 인턴이 아니라 접대부를 뽑아야지”(빠**), “그걸 문제라고 내나. 순발력테스트는 무슨.. 나가는 보좌진들 성교육이나 시켜서 내보내라”(체셔***), “이젠 대사관 인턴도 ‘다 줄 각오’가 필요한 시대”(아일**) 등의 비난 글들이 잇따라 게시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