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언련 “MBC ‘정권방송’ 전락…‘똥인지 된장인지’도 구분 못해”

<미디어오늘>기자 고소 “‘언론포기선언’…부끄러운 줄 알아야”

MBC가 <미디어오늘> 기자를 ‘현주소건조물 침입 및 업무방해’혐의로 고소한 것과 관련 언론계 안팎의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지난 6월24일 <미디어오늘> 조수경 기자는 MBC 뉴스를 비판한 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성주)민주방송실천위원회 보고서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김장겸 MBC 보도국장실을 직접 방문했다.

조 기자가 소속과 이름을 밝히자 김장겸 보도국장은 “어디를 들어오냐”, “경비를 부르겠다”며 여직원을 시켜 조 기자를 끌어냈다. 조 기자는 MBC를 상시적으로 출입하고 있었다. 이어 MBC는 조 기자를 ‘현주소건물침입 및 업무방해 혐의’로 영등포경찰서와 서울남부지검에 지난 7월 22일 고소했다.

MBC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7일 성명을 내고 “언론사가 취재를 하러 온 기자를 고소하는 초유의 사태를 벌인 것”이라면서 “(MBC가) 취재를 위해 방문한 기자를 무단침입과 업무방해로 형사고발까지 한 것은 언론사가 법을 악용해 스스로 언론자유를 부정하고 훼손하는 어처구니없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고 맹비난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
ⓒ 민주언론시민연합

민언련은 이어 “MBC가 ‘정권의 방송’으로 전락해 급기야 ‘똥인지 된장인지’도 구분하지 못하는 처지가 돼버렸다”면서 “MBC의 끝 모르는 추락에 국민들은 경악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언련은 MBC를 향해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면서 “앞으로 MBC 기자들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사전허가 없이 취재대상의 공간에 발을 들일 때 그 취재대상이 기자를 가택침입과 업무방해로 고발한다면 MBC는 뭐라 할 것인가”라며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조 기자에 대한 MBC의 고발은 언론기관이 스스로 언론자유를 부정하고 탄압하는 어리석기 그지없는 망동이자, 취재대상이 ‘사전허가’해 주지 않는 한 MBC는 일절 취재하지 않겠다는 반언론적 ‘언론포기선언’에 다름 아니다”면서 “MBC는 조 기자에 대한 고발을 당장 취하하고 언론인과 국민 앞에 자신의 어리석음과 파렴치함을 고백하고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이상호 전 MBC기자는 자신의 트위터(@leesanghoC)에 “MBC가 보도국장 만나러온 언론전문지 여기자를 ‘무단침입’으로 고소했군요”라고 MBC의 고소 사실을 전하면서 “MBC기자들 무단침입으로 줄소송 당하면 어쩔려구...”라며 우려를 표명했다.

최승호 전 MBC PD (‏@MBC_PDChoi)도 이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공영방송을 무단점거해놓고 정상적인 취재를 무단침입이라니 적반하장입니다”라고 비판했다.

이 소식을 접한 트위터리언들은 “이젠 인터뷰 대상자들이 MBC기자들을 주거침입죄로 고소하면 되겠네”(@CBa******), “헐! 골 때린다”(@jho******), “그럼 MBC기자들은 출입처에서 그 많은 ‘당국자’들한테 사무실 출입허가를 받고 취재하나? 모든 MBC기자들이 ‘무단침입’으로 고소당해야 할 판이군” ‏(@gh****), “MBC는 공영방송이 아니라 개인방송인 모양이네??박근혜 독점방송이라서 그런 모양이네?”‏(@kan*******), “MBC, KBS, 조중동매연문이 취재하러 오면 우리도 고소해야겠군”(@hoo*******)이라는 등 MBC의 행태를 비판하는 동시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다음은 민언련의 MBC <미디어 오늘> 조수경 기자 형사고소에 대한 논평 전문

MBC의 반언론적 ‘언론포기선언’, 국민 앞에 사죄하라!

MBC사측이 취재하러 온 기자를 형사고소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6월 미디어오늘 조수경 기자는 MBC노조 민실위가 발행한 보고서에 대한 김장겸 MBC 보도국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보도국장실을 방문했다. 그런데 조 기자가 국장실을 찾아가 신분을 밝히자 김 국장은 “어디를 들어오냐”며 여직원을 시켜 조 기자를 끌어냈다고 한다. 그것도 모자라 조 기자를 ‘현주소건물침입 및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과 검찰에 고소까지 했다. 언론사가 취재를 하러 온 기자를 고소하는 초유의 사태를 벌인 것이다.

당시 조 기자가 취재한 MBC 민실위 발행 보고서는 ‘김 보도국장의 취임 한 달’을 평가하는 보고서로 “민감한 사안은 회피하고, 자극적인 사건사고 뉴스가 많아졌다”는 비판이 담긴 내용이었다. 이에 대한 반박이나 해명을 취재하고자 하는 기자가 불편했다면 취재를 거부할 수는 있다. 그러나 취재를 위해 방문한 기자를 무단침입과 업무방해로 형사고발까지 한 것은 언론사가 법을 악용해 스스로 언론자유를 부정하고 훼손하는 어처구니없는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이 사건 아니더라도, 최근 MBC의 행태를 보면 ‘언론사’라는 말을 갖다 붙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시청자들에 대해 아랑곳하지 않고 ‘국정원 대선개입’ 관련 프로그램을 불방시키는가 하면, 정부·여당과 국정원의 ‘대변인’ 같은 보도만 양산해 왔다. 또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유능한 언론인들을 현장에서 배제시키는가하면, 노조원들에 대한 보복인사와 감시에 골몰하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일말의 수치심도 없이 언론사 스스로 언론자유를 훼손하고 언론인들에게 족쇄가 될 ‘파렴치한 막장 작태’까지 보이고 있는 것이다.

MBC가 ‘정권의 방송’으로 전락해 급기야 ‘똥인지 된장인지’도 구분하지 못하는 처지가 되버렸다. 공공기관인 자사에 대한 타 언론사의 취재를 무단침입과 업무방해로 고발하는 MBC의 끝 모르는 추락에 국민들은 경악하고 있다. 우리 국민은 그동안 MBC에 대해 정권에 대한 예속과 유착을 끊어내고, 국민의 방송으로 돌아와 공정보도를 해줄 것을 일편단심 요구해 왔다. 그러나 MBC는 자사의 불공성에 대한 <미디어오늘>의 취재 자체를 고발하는 인면수심의 반언론적 작태마저 서슴지 않고 있다. 현 MBC 경영진들은 도대체 어디까지 MBC를 추락시킬 셈인가?

MBC는 부끄러움을 알아야 한다. 앞으로 MBC 기자들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사전허가 없이 취재대상의 공간에 발을 들일 때 그 취재대상이 기자를 가택침입과 업무방해로 고발한다면 MBC는 뭐라 할 것인가? 조 기자에 대한 MBC의 고발은 언론기관이 스스로 언론자유를 부정하고 탄압하는 어리석기 그지없는 망동이자, 취재대상이 ‘사전허가’해 주지 않는 한 MBC는 일절 취재하지 않겠다는 반언론적 ‘언론포기선언’에 다름 아니다. MBC는 조 기자에 대한 고발을 당장 취하하라. 그리고 언론인과 국민 앞에 자신의 어리석음과 파렴치함을 고백하고 사죄하라.

2013년 8월 7일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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