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세습 규제 예외조항 ‘사각지대’ 발생
6월 임시국회에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법과 가맹사업자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는 프랜차이즈법 등 일부 경제 민주화법이 통과됐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순환출자 금지 등 재벌의 지배구조와 관련된 경제민주화 법안은 거의 손도 못 대 애초 목표치에 한참 못 미쳤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특히 총수 일가들의 ‘세금 없는 대물림’을 규제하기 위한 공정거래법을 개정함으로써 일감몰아주기를 규제하게 됐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선 이견이 나오고 있다.
<한겨레>에 따르면, 개정법은 총수 일가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금지 조항을 제5장(불공정거래행위 금지)23조의 2에 신설했다. 다른 사업자와의 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하는 행위로 3가지를 명시했고, ‘경쟁제한성’ 입증 없이도 제재 할 수 있게 했다.
계열사간 부당 지원의 위법성 요건인 ‘현저히 유리한 조건’을 ‘상당히’로 완화하고 ‘지원주체’뿐만 아니라 혜택을 받은 ‘지원객체’도 함께 제재하도록 했으며, 기업 간 거래에 총수 일가 소유회사가 끼어들어 수수료를 챙기는 ‘통행세’ 규제도 신설했다.
이와 관련 공정위 간부는 “SDS사건은 대법원에서 공정위가 졌고, 글로비스사건은 대법원에서 수년째 낮잠 자는 중인데, 법 개정으로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부당한 부의 이전 등을 차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은 1990년대 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자녀들에게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를 헐값에 넘겼다. 이 부회장 오누이들은 이를 주식으로 전환해 막대한 자본이득을 챙기고, 세금없는 대물림(경영권 세습)에 성공했다.
또,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부자는 2000년대 초 현대글로비스를 세운 뒤 현대차 등 계열사들의 ‘일감 몰아주기’에 힘입어 기업가치가 올라가자, 증시에 상장해 막대한 자본이득을 얻은 바 있다.
반면, 규제의 사각지대가 너무 커 실효성을 거두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한겨레>보도에 의하면 경제개혁연대는 “규제 대상을 일정 규모 이상 재벌로 국한하고, 재벌 계열사가 총수일가(또는 소유 회사)와 거래할 때만 적용하며, 기업의 효율성 증대 등의 경우 예외를 인정한 것은 규제의 사각지대를 발생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정위는 애초 사익편취 규제 조항을 법 제3장(경제력 집중 억제)에 넣으려 했으나, 재벌들의 반대로 제5장에 반영해 향후 법 해석상의 불확실성을 남겼다.
한편, 대리점 본사의 횡포를 막기 위한 남양유업 방지법의 경우, 대리점업계의 실태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공정위원회의 의견을 고려해 본격적인 논의를 9월 국회로 미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