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자사 보도 비평 프로 간부 ‘보직해임’ 파문

신경민 “막가파식 언론 통제”…민언련 “시청자 주권 정면 부정”

<KBS>가 자사의 국가정보원 관련 보도를 비판한 매체비평 프로그램의 간부를 보직 해임해 파문이 일고 있다. 제작 담당 PD는 보복인사라며 맹비난했고, 언론 관련 시민단체들은 “정권의 눈치를 보며 국민을 ‘졸’로 아는 막장 드라마를 당장 멈추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지난 22일 <TV비평 시청자데스크>는 ‘클로즈업 TV’ 코너를 통해 “국정원의 대선 개입 사건을 보도한 KBS <뉴스9>이 공영방송임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의 댓글 공작 의혹에서부터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검찰 수사 발표까지 단순한 사실 전달에만 그쳤을 뿐 그 의미를 제대로 짚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KBS>의 간판 프로그램에서 국정원 관련 단독 보도가 없었을뿐더러 ‘국정원 반값 등록금 대응 문건’, ‘경찰의 수사 축소 지시’ 등 중요한 사안을 단신으로만 짚었다며 공영방송으로서의 기능과 책임에 대해 비판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이에 대해 길환영 <KBS> 사장은 방송 다음날인 23일 간부들에게 방송이 나간 경우를 따져 물었고, 그 다음날인 24일 임원회의에서 방송 제작 과정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이에 <KBS>는 7월 1일자로 해당 프로그램 제작을 담당하고 있는 시청자본부 시청자국 고영규 국장과 시청자서비스부 홍성민 부장을 보직해임하고 대기발령 인사를 냈다.

이 같은 조처에 <KBS> 내부는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시청자데스크>의 현상윤 담당 PD는 28일 <KBS> 내부 게시판에 “부장, 국장 잡아먹은 PD의 변”이라는 글을 게시하고 “30분 동안 KBS 9시 뉴스의 국정원 관련 보도 문제점에 대해 방송 나간 지 1주일이 안 돼 칼을 맞았다”고 비난했다.

ⓒ'KBS'홈페이지 캡처
ⓒ'KBS'홈페이지 캡처

현 PD는 “사장께서는 그 문제와는 맹세코 관련이 없는 정규인사라고 말씀하시겠지만 당하는 저희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법으로 보장된 옴부즈맨 프로에서 한국방송 보도의 문제점을 씹는 게 그렇게 잘못된 일인가”라고 꼬집었다.

현 PD는 지난 28일 광화문 촛불집회에서도 자유 발언을 통해 “관제방송으로 전락한 국민의 방송 KBS에서 밥값도 못하고 여러분의 소중한 수신료로 배 채우고 있는 KBS PD”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관제 사장이 국정원 선거개입에 관해 철저히 (입을) 틀어막고 새누리당의 NLL 칼춤에 장단 맞춰 무당 춤을 추고 있다”며 “언론은 세상을 바라보는 창인데 그 창이 완전히 쓰레기통이다”고 맹비난 한 바 있다.

언론관련 시민단체들도 ‘보복 인사’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성명을 통해 “정권의 눈치 보며 국민을 ‘졸’로 보는 막장 드라마를 당장 멈춰라”며 “이같은 처사는 제작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크게 훼손하는 것일 뿐 아니라 법률이 보장한 시청자 주권에 대한 정면 부정이자 시청자들에게 대한 심각한 모욕행위”라고 꼬집었다.

민언련은 경영진의 제작과정 조사에 대해서도 ‘폭거’라고 비난하며 “KBS 경영진이 자신의 정체성을 ‘정권의 하수인’, ‘정권에 의해 파견된 감독관’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시청자를 ‘조작과 순치의 대상’으로 ‘마음대로 쥐락펴락 할 수 있는 장기판의 졸’로 보고 있음을 말해주고 있다”고 일갈했다.

매체비평우리스스로 등 7개 시민단체도 성명을 통해 “KBS 공영노동조합과 사측이 시청자를 철저히 무시하겠다는 의도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시청자 주권 훼손과 의견을 무시하는 KBS는 옴부즈맨 프로그램 제작자들에 대한 징계조치를 당장 중단하고 프로그램의 활성화를 위해 오랫동안 참여해 온 시청자 단체 활동가를 ‘듣도 보지도 못한 비평가’로 명예훼손한 KBS 공영노조는 즉각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야권에서도 “보이지 않는 세력이 언론을 장악하고 있다”며 일침을 날렸다. 신경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길환영 사장이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친히 출근을 해서 NLL 관련 보도를 모니터링한 옴부즈만 프로그램의 프로듀서를 통째로 드러내는 보직해임 조치를 했다”고 질타했다.

신 최고위원은 “이건 완전히 70년대, 6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막가파식 언론 통제다”며 “언론사태까지 국정조사 하기 싫으면 이 보이지 않는 세력은 언론통제에서, 언론탄압에서 손을 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KBS> 홍보실은 ‘부당인사’ 의혹을 부인하며 담당 국장과 부장만 별도로 인사 발령 난 것도 아니고 조직개편을 앞둔 대대적인 발령이기에 보복성 인사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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