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 “문건 내용은 오해”…野 “밀어내기 명수” 맹비난
남양유업의 신 대리점협의회가 ‘어용단체’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본사가 개입한 정황이 검찰 수사와 현직 대리점주들의 증언에서 드러나는 등 사태 해결이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구 대리점협의회는 31일 서울 남대문로 남양유업 본사 앞에서 양심고백에 나선 현직 대리점주 10여명과 기자회견을 열고 본사의 직원이 ‘전국 협의회’에 가입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17년간 대리점을 운영한 김영락 점주는 “10여일 전에 남양유업 본사에서 파견된 수원지점 과장이 회의를 소집해 대리점주들에게 전국협의회에 가입하라고 지시했다”며 “대리점주들은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무조건 사인했다”고 말했다.
김 점주는 “어용단체인 줄도 몰랐고 본사가 피해보상 받으려면 가입하라고 해 잘 모른 상태에서 사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남양유업 측은 신 협의회에 직원 등의 개입은 전혀 없다고 부인해 오고 있었다.
또 다른 대리점주도 “960명의 현직 대리점주들이 전국협의회에 가입돼 있다고 하지만 본인이 직접 서류에 사인한 사람은 전체의 20%밖에 되지 않을 것”이라며 “나 역시 사인하지 않았지만 가입돼 있는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본사가 신 협의회 결성에 관여한 정황은 대리점주의 증언 외에 검찰의 압수수색 과정에서도 드러났다. <한겨레>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곽규택)는 지난주 남양유업 제주·창원 지점과 나주공장을 압수수색해 대리점주들에게 신 협의회에 가입하도록 남양유업 본사가 직접 개입한 정황이 담긴 수첩과 가입 문서 등을 확보했다.
검찰이 확보한 제주지점장의 수첩에는 ‘상생협의회(신 협의회)에 가입할 것’, ‘(대리점협의회)추가 가입 금지’ 등의 문구가 적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공정위 등의) 조사가 들어올 수 있으니 자료를 파기하라. 모든 대화는 녹취가 이뤄질 수 있으니 녹취를 조심하라”고 적혀 있어 증거인멸 행위가 이뤄진 정황이 있음을 의심케했다.
이와 관련, 남양유업 측은 ‘go발뉴스’에 “제주지점장의 메모의 정확한 워딩은 ‘대리점 연합회 및 가입 동의서’다. 업무 관련 통화에서 대리점장이 만들고 있다고 해서 보고 할 필요가 있다 싶어 메모한 것”이라며 “검찰 쪽에서 이걸 보고 지시한 거 아니냐고 물었다고 들었다. 있는 그대로 (제주지점장이) 설명했다더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녹취를 조심하라’는 것에 대해서는 “녹취 문제가 처음에 문제가 되었기에 그런 면에서 직원들에게 쓸데없는 얘기해서 문제 크게 만들면 안 된다는 의미에서 한 말”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3일 구 협의회 측은 남양 측의 관계자들이 신 협의회 가입서를 내지 않은 대리점주들을 찾아다니며 도장 날인을 받았다는 내용이 담겨있는 녹취 파일을 공개해 신 협의회가 ‘어용 노조’임을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대해서도 남양유업 측은 “어떠한 대리점의 단체 결성에도 관여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검찰이 ‘문건’ 정황을 포착했다는 소식에 야권 단체는 한 목소리로 “밀어내기의 명수”라고 맹비난했다.
민주당 배재정 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을 통해 “대리점주들에게 ‘갑의 횡포’를 일삼아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남양유업 본사가 대리점들을 내세워 사건을 피해자들의 갈등 구조로 전환하려 했다니 충격을 금할 수 없다”며 “피해자들을 전장에 밀어 넣으려는 남양유업 본사, 비정하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비난하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통합진보당 이수정 부대변인도 논평에서 “반성을 모르는 남양유업이 더 이상 꼼수를 부릴 수 없도록 지금 진행되고 있는 검찰수사가 더욱 철저히 이뤄지길 바란다”며 “불공정거래, 금품상납 등 밝혀지는 혐의에 대해서는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남양유업 측과 구 대리점협의회는 지난 21일 국회에서의 첫 교섭을 시작으로 31일 4차 교섭을 가졌지만 양측 주장이 대립되며 입장차만 확인하는 수준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